구자열 LS그룹 회장(왼쪽)은 2013년 취임 이후, 매년 신임 임원에게 책을 선물하고, 대화를 나누는 ‘독서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 LS그룹
구자열 LS그룹 회장(왼쪽)은 2013년 취임 이후, 매년 신임 임원에게 책을 선물하고, 대화를 나누는 ‘독서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 LS그룹

직장인 교육 전문기업인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다독가(多讀家)로 유명하다. 조 대표는 매년 300여 권에 달하는 책을 접하고, 50여 권의 책을 정독한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서관 같은 사내 도서관을 설립하고, 도서 구매 비용을 지원한다. 매주 금요일을 ‘프라이러닝데이’로 정해 직원들의 자유로운 학습을 지원한다. 그 외 업무 시간에도 업무 연관성이 있다면 눈치 볼 필요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조 대표는 부하 직원들과 책으로 소통한다. 매달 읽은 책 중 5권을 꼽아 사내 추천도서로 지정하고 직원들이 읽을 수 있도록 대량 구매한다. 팀장 이상 리더급 50명에게는 리더 필독서를 지정해 한 달에 한 권씩 사주고 독후감을 쓰게 한다. 조별로 독서 토론도 진행한다. 조 대표는 “기업 경영진은 직원들을 버스에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운전기사와 같다”며 “책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음주운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내외 경영자 상당수는 조 대표처럼 책에서 영감을 얻는다. 이들은 독서를 통해 지식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자신만의 철학을 발전시킨다. 사고의 폭을 넓혀 사업 아이디를 찾아내는 데도 열심이다. 직원들과 소통의 가교로 독서를 활용하는 경영자들도 많다.

정몽규 HDC 회장도 대표적인 독서광으로 꼽힌다. 그는 500~1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벽돌 책’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업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 아닌 저자의 온 정열과 지식을 바쳐 만든 책을 읽으면 묵직하게 오래 남는 것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은 꾸준히 독서와 토론 문화를 장려해 왔다. 수시로 임직원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하며 메시지를 전달하고 독서토론회도 수시로 갖는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매달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다독가로 알려져 있다. 경영에 도움 되는 책도 읽지만, 시집·소설·수필 등 다양한 서적을 읽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간지를 좋아하는 구자열 회장은 계절마다 LS네트워크 사내 계간지 ‘보보담’을 출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편집에 직접 참여해, 문화·예술·인문학 콘텐츠를 담는다.

커피 전문 체인점인 이디야커피의 문창기 회장은 독후감을 활용한 독서 경영으로 유명하다. 그의 바람 중 하나가 ‘직원들에게 책 읽으라고 잔소리한 사람으로 남는 것’일 정도다. 이디야커피의 전 직원은 한 달에 한 번씩 문 회장에게 직접 독후감을 보내야 한다. 책의 종류나 독후감의 분량, 내용은 상관없다. 이 독후감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경영자에게 하고 싶은 말까지 들어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디야커피를 인수한 뒤 어려웠을 때, 두 달 동안 책을 읽으며 경영의 답을 찾았다”며 “직원들도 인생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독서법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 중 다독가가 많다. 미국 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은 “독서를 즐긴다고 모두 지도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모든 지도자는 독서광이다(Not all readers are leaders, but all leaders are readers)”라는 말을 남겼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16대 대통령도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학교도 다니지 못했지만,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책을 읽으며 공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도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쓴 여러 권의 책과 신문을 비교하며 읽고,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더해 다시 한번 써보는 비판적 독서법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재임 8년 동안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책에서 위안과 조언을 얻었다.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되고 많은 양의 정보가 오갈 때, 독서를 통해 안정을 되찾고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책은 음악이나 TV 프로그램, 영화와 다르게 나 자신을 안정시켜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며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8년 동안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들도 책을 사랑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에 걸쳐 책을 놓지 않았다. 감옥에 있을 때도 하루 10시간 이상 독서하면서 철학·신학·정치·경제·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600여 권이나 읽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옥중에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나라를 경영하는 기회가 주어지면 IT 강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우리나라를 정보기술 강국으로 만드는 데 옥중 독서가 도움이 된 셈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독서 정치’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50여 권의 책을 추천했는데 이 책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용 독서’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장 필요한 책부터 읽어라, 독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라, 책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라 등의 독서법을 제시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쓴 ‘넛지’도 이 전 대통령이 추천한 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초등학교 때부터 청년기, 국회의원 및 대통령 재임 기간, 현재까지 꾸준히 책을 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표적인 다독가이자 속독가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소개해온 도서들은 주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국정 운영에도 도움을 주는 편으로 알려졌다.


plus point

빌 게이츠의 독서 블로그 ‘게이츠 노트’

빌 게이츠의 올여름 추천책 5권. 사진 게이츠 노트
빌 게이츠의 올여름 추천책 5권. 사진 게이츠 노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동네의 공립도서관이었다”고 말할 만큼 자타공인 책벌레다. 컴퓨터 운영체제(OS)로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됐지만 “컴퓨터가 결코 책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파워 독서가이자 출판계 ‘인플루언서’다. 2010년부터 ‘게이츠 노트’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여기서 자신이 읽고 있는 책과 추천 책을 공개한다. 이 리스트는 전 세계 독서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매년 휴가철과 연말에 책을 추천하면, 전 세계 출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의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이가 많다.

그는 올여름에도 도서 5권을 추천했다. 주로 과학·환경·경영과 관련된 책이다.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스토리’ △맷 릭텔의 ‘우아한 방어’ △버락 오바마의 ‘약속된 땅’은 한국어로도 읽을 수 있다.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하얀 하늘 아래: 미래의 자연(Under a White Sky: The Nature of the Future)’과 △토머스 그라타, 테드만의 ‘불이 꺼지다: GE의 긍지, 착각, 추락(Lights Out: Pride, De-lusion, and the Fall of General Electric)’은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 원서로 접해야 한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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