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구 네패스 회장. 사진 네패스
이병구 네패스 회장. 사진 네패스

반도체 후공정(OSAT) 전문 기업 네패스가 창업주인 이병구 회장의 경영 철학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0년 네패스를 설립한 이 회장은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사회와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이 필수라고 봤다. 연못의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회사 내부 자금도 사회를 향해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특히 그는 평소 언론 인터뷰에서 “기부금 액수를 많이 하는 것보다 많은 직원이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직원들의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해왔다.

네패스의 사회공헌활동인 ‘n나눔씨앗’에는 이런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겼다. 2009년 시작된 n나눔씨앗은 직원들이 기부한 금액만큼 회사에서 동일한 금액을 보태는 1 대 1 매칭 그랜트 방식의 사내 기부제도다. 이 회장 등 임원들도 솔선수범 가입해 일반 직원들의 참여율이 높은데, 작년 12월 기준 임직원 920명이 가입해 가입률이 70%가 넘었다. 기부 규모도 해마다 꾸준히 늘어 2016년 1억688만원이었던 기부금은 작년 2억4678만원으로 5년 만에 배 이상 늘었다. 네패스는 n나눔씨앗을 통해 모은 기금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의 치료비와 수술비뿐 아니라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구에 생활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창립 31주년을 맞이해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감사 저금통도 31곳의 개인, 기관, 단체에 후원할 예정이다.

네패스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 가치는 ‘고용창출’이라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 아래 2018년 758명이었던 직원 수를 올해 1269명까지 확대했다. 전체 직원의 80% 이상을 지역 인재로 채용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패스는 2017년 ‘지역 일자리 창출’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데 이어 올해도 충북도로부터 고용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네패스는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을 통한 지역 환경 보존에도 앞장서고 있다. 통상 반도체 산업은 제조 공정에서 방대한 양의 정제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량의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네패스는 고도화된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구축해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상당 부분을 재활용한다. 2018년 네패스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40%에 불과했지만, 꾸준한 기술 개발 덕분에 지난해 80%까지 확대했다. 연간 재활용하는 폐기물은 800t에 달한다.

네패스는 폐기물 처리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해 재활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정부의 클린팩토리 개발 과제에 선정돼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오는 2023년까지 폐수 재활용 연구 개발을 실시하는 이유다. 산업용 필터 제조 업체인 앱스필의 폐수 처리 플랜트를 제조 공정에 적용해 원수 수질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는 역할을 네패스가 맡고 있다.

네패스는 이차전지 핵심 부품인 ‘리드탭(Lead tab)’ 사업의 투자를 늘려나가면서 친환경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리드탭 필름은 이차전지가 전기를 외부로 내보내는 일종의 ‘통로(단자)’ 역할을 한다. 네패스는 자회사인 네패스야하드를 통해 기존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패널 사업과 결별하고 리드탭 필름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네패스의 이차전지 사업 부문의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119억원을 기록했다. 네패스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이어 전기차(E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이차전지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친환경 신사업의 발판으로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우영 조선비즈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