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 가벼워진 옷차림에 부끄러운 군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여름철이다. 매년 여름 휴가를 앞두고 다이어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올해는 특히 다이어트가 절실한 이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람들의 야외 활동을 제한했다. 자연스럽게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활동량이 줄어들자 살이 찐 사람이 늘었다. 확진자가 되지 않으려 한 것뿐인데, 조심스럽게 올라서 본 체중계는 냉정하게 ‘확찐자(살이 확 찐 사람)’ 판정을 내린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 몸에는 식도를 통해 들어온 음식물을 소화하지 않고 버리는 기능이 애초에 탑재돼 있지 않다. 들어온 음식은 모두 열량으로 바뀌어 생명 활동을 하는 데 사용하고, 남는 열량은 지방으로 변환해 차곡차곡 저장한다. 진화의 역사를 통틀어 식량은 늘 부족하고 불안정한 것이었기에, 살아남기 위해 유사시를 대비하는 프로세스가 유전자 단계에서 각인돼 있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은 애초에 불필요한 기능이다.

비만은 대표적인 선진국 질환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성인 비만 인구는 1500만 명에 달한다.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이 조사에서 “비만은 비교적 새롭게 부각된 건강 위험 요인으로 만성질환 발생의 중요 원인”이라며 “경제 발전과 생활 방식의 변화와 맞물려 발생하는 구조적인 현상인 비만은 개선이 쉽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인간의 몸이 이렇게나 많은 지방을 축적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방을 저장하는 용도의 혹이 달린 낙타라면 모를까, 피부와 근육 사이에 자리하는 ‘피하지방’과 장기 사이에 쌓이는 ‘내장 지방’의 수용 한도는 그리 높지 않다. 내장 지방도 지나치게 쌓이면 당뇨병·고혈압·뇌졸중·심근경색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지만, 더 큰 문제는 내장 지방이 꽉 채워진 후부터 축적되는 ‘이소성 지방’이다. 본래 지방 조직이 있어선 안 되는 근육·심장·간·콩팥 등에 쌓이는 이소성 지방은 주요 장기의 기능을 저하해 생명을 위협하는 시한폭탄 같은 지방이다.

사실 다이어트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철저히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살은 무조건 빠진다. 공급되는 칼로리보다 소모되는 칼로리가 많으면 우리 몸은 체내에 쌓인 지방을 태워 부족분을 충당한다. 본래 지방의 역할이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명확한 다이어트 방법을 실천하고,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것이 우리 본능에 반(反)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축적된 지방을 잃지 않으려는 생존 본능 앞에서 건강하고 멋진 몸을 가꾸려는 이성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식품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엄선’이 이용자 58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번 이상 다이어트를 시도해 봤다’는 답변이 44%에 달했다. 시도한 횟수 중 절반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비율은 60%에 달한다.

정공법으로 돌파하기 힘드니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이들은 편법을 찾아 헤맨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1일 1식 다이어트’, 탄수화물을 배제하고 고기만 섭취하는 ‘황제 다이어트’, 1만 년 전 식생활을 재현하는 ‘구석기 다이어트’까지, ‘잘 먹고도 확 뺄 수 있다’는 수많은 다이어트 비결이 자리를 바꿔가며 유행한다. 개중에는 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도 다수 있지만, 어쨌든 살만 빠지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체중 감량이 급격히 일어나면 우리 몸은 미리 설계해 놓은 ‘지방 회복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긴축재정에 들어가 덜 먹어도 더 찌게 되고, 실제보다 과장된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집중 다이어트 기간이 지나고 몇 달 지나면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는 ‘요요 현상’은 설계된 결과다.

정공법으로도, 편법으로도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절망감 위에서 다이어트 산업은 번영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다이어트 시장 규모는 10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방 축적 작용을 억제한다는 다이어트 보조제부터, 아예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게 한다는 식욕억제제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식단과 운동을 관리해주는 퍼스널 트레이너에게 비싼 강습료를 내기도 하고, 아예 지방 흡입, 위 절제 수술 등 외과적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돈과 시간을 바치고, 부작용까지 감수할 정도의 절박함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기획을 준비하며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다이어트 방법론에 대한 엄밀한 검토를 진행했다.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단기간에 많은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특별한 다이어트 방법에는 대부분 부작용이 수반된다. 외모 개선의 대가를 건강으로 치르는 격이다. 게다가 급격한 다이어트에는 그만큼 강력한 요요 현상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건강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는 모두가 아는 ‘정공법’뿐이다.

‘확찐자’에서 벗어나 ‘확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모두가 다 아는 식상한 얘기 같지만, 화려한 다이어트 방법을 선보이는 대신 정공법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 권혁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일문일답을 통해 다이어트 실패 오답노트를 작성하고, 체중 관리에서 기초대사량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배웠다. 국내 대표 비만 전문 병원인 365mc 병원을 찾아 기자가 직접 진단받으며 지방 흡입의 실체와 한계에 대해서도 파헤쳤다.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실내 코어 운동 방법부터 바른 자세 유지하기, 식단 관리법 등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제한된 ‘확찐자’들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팁도 담았다. 인포그래픽에서는 개인이 처한 상황과 목표에 따라 적절한 다이어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마음 관리법도 베테랑 심리상담사에게 들었다. 조급해하지 말자. 다이어트는 성공하는 것보다 실패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상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