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찬씨가 인바디 체중계 위에 서서 몸무게와 체지방량 등을 재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오승찬씨가 인바디 체중계 위에 서서 몸무게와 체지방량 등을 재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신장 173㎝에 체중 133㎏. 프리랜서 오승찬(29)씨의 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였다. 20대 초반만 해도 복싱 선수로 활약하며 각종 대회를 휩쓸었고, 연예인과 1 대 1 트레이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엔 체중 65~75㎏의 아주 탄탄한 몸을 갖고 있던 그였다. 그러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계체량을 통과하기 위해 수시로 감량을 반복했던 만큼 ‘언제든 뺄 수 있는 살’이라고 여겼다. 뼈아픈 방심이었다.

오씨는 건강한 몸을 되찾기 위해 그간 안 해본 다이어트 방법이 없다. 수백만원을 들여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았다. 식욕억제제나 다이어트 보조 식품도 산더미처럼 사서 복용했다. 극약 처방으로 2개월간 아예 탄수화물을 끊어본 적도 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요요 현상’이 문제였다. 독한 마음으로 30㎏을 빼고 나면 35㎏이 돌아왔다. 오히려 무리한 다이어트로 건강만 더 나빠졌다. 오씨는 “마지막으로 목숨을 걸고 다이어트에 도전해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조선’은 오씨와 함께 7월 21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비만 명의’ 권혁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만나 ‘마지막 솔루션’을 처방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권 교수는 “마지막 솔루션 같은 것은 없다”며 “조급하게 살을 빼려고 하지 말고,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으로 인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보다 나가는 에너지가 많으면 살은 계속 빠진다. 나가는 에너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초대사량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조언했다. 비단 오씨뿐만 아니라 체중 관리가 필요한 어떤 이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지침이다.


권혁태 교수가 오승찬씨의 인바디 검사 결과를 보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권혁태 교수가 오승찬씨의 인바디 검사 결과를 보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왜 나만 이렇게 살이 찌는지 모르겠다.
“기업이 회계 장부를 작성하는 것처럼 우리 몸도 ‘에너지 장부’를 작성한다. 섭취한 에너지가 소비한 에너지보다 많으면, 다시 말해 ‘에너지 흑자’를 내면 우리 몸은 이를 피하지방으로 차곡차곡 저장한다. 반대로 ‘에너지 적자’를 내면 쌓아 둔 지방에서 부족분을 벌충한다. 감량하려면 꾸준히 에너지 적자를 내면 된다. 식이요법 등을 통해 섭취량을 줄이고 운동하거나 기초대사량을 높여서 소비량을 늘리면 된다.”

그래서 다이어트할 때는 평소보다 훨씬 덜 먹었다. 하루에 2~3시간씩 고강도 운동도 했다. 그렇지만 다시 요요가 찾아오더라.
“매일 2~3시간의 고강도 운동을 평생 할 수 있나? 중요한 것은 ‘강도’가 아닌 ‘지속성’이다. 아마 본인이 목표한 기간만큼, 혹은 그보다 적은 기간만 하고 운동을 그만뒀을 것 같다. 하루 또는 한 달 단위로 보면 에너지 소비량이 일시적으로 높아져 살이 빠졌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다이어트가 끝나면 운동을 하지 않게 되고 식습관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반기 또는 연 단위의 에너지 장부를 보면 다이어트 이전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요요가 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면 운동 대신 어떤 다이어트 방법을 사용해야 하나.
“우리 몸의 에너지 소모량 중에서 60~70%를 차지하는 ‘기초대사량’에 주목해야 한다. 기초대사량은 우리 몸이 생명 활동을 하면서 사용하는, 아무것도 안 해도 공짜로 소모되는 열량이다. 운동을 포함한 신체 활동의 에너지 소모량 20~30% 남짓에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뿐만 아니라 출퇴근 시 도보 이동, 산책까지 포함된다. 즉, 한 시간 열심히 운동하고 퍼져서 누워있는 것보다, 온종일 활기차게 활동하는 것이 에너지 소모에 더 좋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운동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조급한 마음에 지속적이지 못한 과한 운동으로, 일상적인 활동을 저해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초대사량이 다이어트 성공의 핵심 같다.
“맞다. 기초대사량을 꾸준히 늘리면 장기적인 다이어트가 가능해진다. 보통 다이어트를 하면 지방을 태우기 위한 유산소 운동에 집중한다. 그러나 근육량을 늘리는 근력 운동, 덤벨을 일정한 무게로 반복해서 드는 소위 웨이트 트레이닝(weight training)에도 주목해야 한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근육 1㎏이 증가하면 기초대사량이 하루에 13㎉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근육은 오랜 시간 꾸준히 운동을 해야 형성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승찬씨처럼 과체중인 상태에서는 걷거나 달리는 운동은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어 근력 운동이 더욱 적합하다.”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만드는, 저주받을 요요 현상도 기초대사량과 연관되어 있나.
“우리 몸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恒常性)이 있다. 과체중인 사람이 다이어트로 갑자기 몸의 상태를 변화시키면, 우리 몸은 놀라서 감량 전 체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때 지방량뿐만 아니라 골격근도 줄어든다. 따라서 기초대사량도 큰 폭으로 감소한다. 특히 충분한 운동 없이 단식 위주로 다이어트를 하면, 체중이 빠지면서 기초대사량은 더 급격하게 감소한다. 목표 체중을 달성했다고 식습관과 활동 수준이 다시 다이어트 이전처럼 돌아가면, 몇 달 만에 금세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면서, 똑같이 활동해도 에너지가 덜 소모되기 때문이다. 살을 빼면서 떨어지는 기초대사량을 근력 운동으로 보충해야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

식욕억제제를 복용했을 때 요요 현상이 심하게 왔던 것도 그런 원리로 이해하면 되나. 그러면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다는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의 실효성은 어떤가.
“맞다. 극단적 단식 이후의 극단적 요요 현상이다.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이 무효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실효적이지도 않다. 식약처에서 인정한 일부 식품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시험군에 대략 2~3㎏의 감량이 일어났다. 식욕억제제가 보통 5~10kg의 감량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 그리고 가짜 식품을 먹은 대조군도 평균 2kg 살이 빠진다는 것에 비하면 감량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없다.”

살이 급격하게 불어나서 감당이 안 된다. 몸의 절반 가까이를 덜어내야 정상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 지방 흡입 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방 흡입은 철저하게 미용 목적이지,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체지방은 크게 피부와 근육 사이에서 일종의 버퍼(완충재) 역할을 하는 피하지방과 장기와 장기 사이에 자리한 내장 지방이 있다. 이 중 지방 흡입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은 피하지방밖에 없다. 겉으로 몸매가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 신체 대사 지표는 전혀 개선이 안 된다. 승찬씨가 지금 다이어트를 하는 목적은 건강 아닌가. 추천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다이어트 방향은 무엇인가.
“단기간에 무리하는 감량법은 괴롭기만 하고 어차피 요요가 찾아온다. 요요 현상이 일어나면 당신의 근육은 지방으로 대체되고, 기초대사량도 떨어진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횟수만큼 다이어트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방법’만 시도하라. 내가 감당할 만큼만 식사량을 줄이고,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라. 과욕을 부리지 않으면 다이어트만큼 쉬운 게 없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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