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성신여대 임상심리학 석·박사,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상담심리전문가, 게슈탈트 심리치료사, 미술치료사 1급, 서울가정법원 소년보호사건 전문위원, 나사로의 집 운영위원
김주희
성신여대 임상심리학 석·박사, 한국심리학회 임상심리·상담심리전문가, 게슈탈트 심리치료사, 미술치료사 1급, 서울가정법원 소년보호사건 전문위원, 나사로의 집 운영위원

솔직히 고백해보자.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이 많은가, 실패한 적이 많은가. 열 번 도전해서 한 번 성공하기도 힘든 것이 다이어트다. 겨우 한 번 성공했다가도 ‘요요 현상’ 때문에 결국 체중 감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권혁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요요 현상이 일어나면 근육량이 줄어 다음 다이어트는 어려워진다”고 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요요 현상이 온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데서 오는 자책감이 우리 마음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식이조절이다. 식이 조절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인 ‘식욕’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미다. 다이어트에 돌입하면 즐거웠던 식사 시간은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는 엄격한 검열의 장이 된다. 배부르게 포식한 뒤에는 포만감보다 죄책감이 앞선다. 체중 감량은 전적으로 본능에 대한 자기 의지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실패했을 때의 반작용도 고스란히 나의 의지, 즉 나의 자아에 화살로 돌아온다.

현대인은 안 그래도 직장 생활과 인간관계 등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다이어트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떠안기는 버겁다. 차라리 시작조차 안 하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지만, 이런 경우 ‘외모 콤플렉스’에 따른 스트레스가 대신 찾아온다. 이런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강박증이나 우울증으로 발전하고, 심해지면 거식증·폭식증 등으로 심화하기도 한다.

‘이코노미조선’은 7월 28일 김주희 나사랑심리상담센터 공동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바람직한 다이어트 멘탈 관리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한국심리학회 임상·상담심리 전문가로서 수많은 현대인의 마음을 치료해 온 김 대표는 “다이어트는 기본적으로 육체적·심리적 고통을 동반하는 과정”이라며 “그 고통을 무시하면 언젠간 곪은 부분이 터져 나오니, 고통을 마주 보고 이해해야만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다이어트하면 왜 항상 정신적 고통이 뒤따르는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이 바로 ‘먹는 행복’이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행복감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다이어트는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 추구권’을 자제하는 과정으로, 고도의 자기 조절 능력이 요구된다. 먹고자 하는 욕구는 계속해서 내 의지를 점점 강하게 두드릴 테고, 이런 유혹을 다 참아내야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이어트 과정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때는 언제인가.
“감량 정체기에 접어들 때다. 보통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먹는 행복을 포기하는 대신 매일 체중이 감소하는 ‘성취감’을 대체재로 삼는다. 그러다 체중 감량이 더뎌지는 시기가 오면 그 성취감마저 약화된다. 자신의 욕구를 오랫동안 지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이 단계에서 다이어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식욕의 지연’을 오랫동안 버텨낼 수 있나.
“긍정심리학에서는 ‘습관화’하면 좀 더 수월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습관화에 걸리는 기간은 평균 1년 정도다. 다시 말해 적어도 1년은 지속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리한 목표 설정, 지나치게 힘겨운 식이조절, 지속하기 어려운 운동 과제 등을 설정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다이어트는 성공하는 것보다 실패하지 않는 것이, 또 실패했다고 주저앉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싸움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면 식이조절을 지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엔 어떻게 대처하나.
“장(場) 독립적인 사람은 누가 뭐라든 자신의 다이어트 수칙을 지킨다. 하지만 장(場) 의존적인 사람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식사자리·술자리를 쉽사리 뿌리치기 어렵다. 친목 모임의 빈도가 줄어들면 우울감까지 느낀다. 용기를 내서 주변 사람들에게 ‘다이어트 중이니 먹고 마시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서도 이런 의사를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다이어트에 항상 뒤따르는 스트레스를 직시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이어트에 항상 뒤따르는 스트레스를 직시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요요 현상을 항상 경계하지만, 막상 목표 체중을 달성하면 식습관을 계속 조절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이런 부분에도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는가.
“목표 체중을 달성하고, 자기 체중으로 정착시키려면 적어도 6개월은 유지해야 한다. 우리 몸과 뇌의 메커니즘이 그렇다. 그전에는 몸이 감량 전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가려고 하고, 뇌에서는 ‘거짓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순진하게 따르면 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 이 기간은 거짓 배고픔 말고도 내면의 유혹도 끊임없이 들려온다. ‘한 번 감량해봤으니까 조금 체중이 늘어도 금방 또 뺄 수 있을 거야.’ ‘그동안 고생했잖아. 하루 이틀 먹고 마시면 어때.’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본능의 유혹인지, 이성적인 판단인지에 대해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건 사실 모든 심리 상담의 기초다. 자기 마음을 이해하면 극복하는 길이 열린다.”

다이어트 수칙을 어기고 과식했을 때, 그리고 목표한 감량치에 다다르지 못했을 때, 최종적으로 다이어트에 또 실패했을 때, 자기 자신에게 혹독한 책임을 묻게 된다. 이런 자책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자책감의 본질은 내가 세운 규칙을 스스로 어겼을 때 느끼는 고통이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이 고통의 크기가 다른데, 심리적인 유연성이 부족하면 자책이 심해진다. 반대로 유연성이 너무 크면 해이해진다. 따라서 스스로 적용하는 다이어트 규칙을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실현 불가능한 규칙은 애초에 자책하기 위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규칙을 합리적으로 세우려면 먼저 ‘왜 다이어트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하고 들어가야 한다. 예컨대 ‘내 몸을 사랑해서 더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다’는 긍정적인 동기라면, 얼마나 감량해야 그 옷을 입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정하라. 그리고 목표 체중에 도달하는 기간을 최대한 느슨하게(보통 한 달에 2~3㎏) 설정하라. 이에 기초해 다이어트 규칙을 수립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자책하는 빈도도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내 몸이 싫어서 살이라도 빼야겠다’는 동기라면, 다이어트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왜 다이어트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하나.
“몸을 포함해,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깎아내리는 감정을 ‘자기부적절감’이라고 한다. 자기부적절감은 주로 성장 환경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투사한 감정과 관점을 내재화한다. 칭찬보다 비난을 많이 들으며 자란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자신의 좋은 부분을 인정할 수 없게 되고, 안 좋은 부분에만 집착하게 된다. 자기부적절감에 빠진 사람은 아무리 다이어트해도 ‘자신을 미워한다’는 감정이 해소되지 않기에, 영원한 자책에 빠진다. 거식증이나 폭식증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경우다.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상담 등을 통해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까지 얘기를 듣고 보니 다이어트는 몹시도 지난한 과정인 것 같다. 혹시 대표님도 다이어트하시나. 욕구의 자제와 거짓 배고픔, 자책 등의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나.
“물론 나도 다이어트하고 있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 아닌가. 지나치게 무리한 체중 감량을 시도하지 않는 대신, 항상 ‘먹는 것’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전쟁에 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의 다이어트 복무 신조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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