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용기를 사용한 톤28 제품들. 사진 전준범 기자
친환경 용기를 사용한 톤28 제품들. 사진 전준범 기자

뷰티 업계 스타트업 ‘톤28’은 사용자의 피부 상태를 진단해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화장품을 주기적으로 배송해주는 회사다. 개인의 피부 상태뿐 아니라 기후와 생활 습관 등의 요인까지 제품에 반영한다. 2017년 창립 이후 누적 측정자 수는 3만2000명, 구독자 수는 4000여 명에 이른다. 톤28은 아모레퍼시픽벤처스가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처음 투자한 스타트업으로도 유명하다.

독특한 사업 모델과 사용자들의 높은 만족도 외에 톤28을 빛내주는 또 다른 포인트는 이 회사를 이끄는 박준수·정마리아 공동대표의 ‘친환경’ 노력이다. 톤28의 모든 화장품은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종이 용기에 담긴다. 사람 피부를 살리기 위해 환경 파괴 주범인 플라스틱을 쓰는 건 이율배반적인 태도라는 두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최근 많은 국가가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화장품 회사들도 친환경 플라스틱 용기를 도입하는 추세이긴 하다. 톤28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플라스틱 ‘저감’이 아닌 플라스틱 ‘제로’를 추구하기로 한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해 목숨을 잃는 동물이 연간 2억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톤28이 500여 회의 테스트를 거쳐 개발에 성공한 종이 용기는 타사 화장품 용기와 비교해 플라스틱 함유량이 97%나 줄었다. 이 종이 용기는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환경 당국의 인증을 받았다. 용기만 친환경인 건 아니다. 톤28이 개발한 유기농 핸드크림 ‘손 바를거리’에는 정제수 대신 유기농 토마토 추출물 80%가 함유돼 있다. 또 실리콘·디메치콘 등의 화학 유화제를 일절 쓰지 않아 어른은 물론 어린아이도 사용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피부에 건강하게 쓸 수 있는 천연 유래 원료 발굴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고체형 주방세제 ‘설거지바’도 톤28의 친환경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제품이다. 톤28 바를거리 연구소가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한 설거지바는 1종 주방세제로 식기 세척은 물론 과일·채소와 같은 먹거리도 씻을 수 있다. 방부제, 비소, 색소, 유리알칼리, 합성 계면활성제, 형광증백제 등도 전혀 들어있지 않다. 세제 거품은 자연 분해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박 대표와 정 대표 모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다. 이들은 “화장품도 주방세제도 내 자녀가 마음껏 쓸 수 있을 정도여야 시장에서도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톤28 제품의 재구매 비율이 상당히 높은 건 이런 진정성에 대한 믿음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톤28의 친환경 경영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CARROUSEL DU LOUVRE)에서 열린 ‘2019 파리 화장품 산업 박람회에서도 인정받았다. 당시 톤28은 부스에서 종이 패키지와 유기농 원료로 만든 천연 비누 등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현장에서 협업과 입점 제안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