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 관계자가 3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학원 강의실을 방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방역 당국 관계자가 3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학원 강의실을 방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3월에 수업을 한 번도 안 했는데 수업료를 돌려주지는 않더군요. 솔직히 이해가 되진 않죠.”

서울 서초동에 사는 직장인 박모(40)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의 어학 실력을 키우기 위해 집 근처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이 학원은 잘 가르치기로 워낙 유명해 먼 동네에서도 찾아오는 곳이다. 박씨 아들도 대기표를 받고 2개월을 기다린 끝에 3월부터 수업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그사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는 바람에 학원은 3월 내내 문을 닫았다.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학원 측은 “정상화된 다음 보충 수업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라며 3월분 수업료를 돌려주지 않았다. 박씨는 “대기자가 늘 넘치는 학원이라 기분 나쁘다고 등록을 철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며 “보충 수업이 정규 수업만큼 철저하게 이뤄질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박씨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전국의 교육기관을 개점 휴업 상태로 만들면서 수업료를 둘러싼 학생·학부모와 교육기관 사이의 갈등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박씨 사례처럼 학원이 요지부동인 경우도 있고, 학원은 수업료를 내렸으나 학생이 그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강모(37)씨는 최근 학생들로부터 “온라인 수업료만 받으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받았다. 강씨가 당분간 모든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수업료를 50% 내렸는데, 학생들이 “다른 학원의 온라인 수강료보다 여전히 비싸다”면서 더 깎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학부모까지 항의에 가세하면서 강씨는 결국 수업료를 30%만 받기로 했다. 그는 “온라인 강의를 하더라도 건물 월세는 그대로 내야 하고 강사들 월급도 줘야 한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런 사정을 배려해주면 좋겠는데 서운한 감정이 든다”고 했다. 강씨는 강사 월급을 당분간 50%만 지급하기로 했다.

비슷한 갈등은 학교에서도 일어난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체육 관련 교양과목을 맡은 최모(36) 박사는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최씨 수업은 축구·농구·배구 등의 구기 종목을 학생이 직접 해보는 것이어서 온라인에서는 계획대로 강의를 진행할 방도가 없었다.

최씨는 고민 끝에 시범 영상을 촬영해 올린 뒤 학생들에게 영상 속 시범 동작을 따라 해보라고 안내했다. 그는 “강의를 듣는 학생들끼리 ‘교수님이 너무 날로 먹는 것 아니냐. 등록금 일부를 돌려받고 싶다’는 말을 한다더라”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3월 23일 사립 유치원의 수업료 반환 지원을 위해 64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로는 사립 초·중·고교 학부모 사이에서 거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되는 고교 무상교육에서 제외된 고등학교 1학년(고교 1학년 무상교육은 2021년부터 시행)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크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자영업자 전모(47)씨는 “정부가 사립 유치원을 도우려면 초·중·고교까지 모두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도 부합하는 조치라고 본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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