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는 지난해 발행된 한국물 ESG 채권 20여 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주관했다. 사진 EPA연합
HSBC는 지난해 발행된 한국물 ESG 채권 20여 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주관했다. 사진 EPA연합

지속 가능 경영은 금융 투자 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비(非)재무적 요소를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는 ESG 채권 발행이 급증하는 추세만 봐도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만 해도 ESG 원화 채권 시장 규모가 2013년 5억원에서 지난해 30조원으로 6만 배 커졌다.

HSBC는 ESG 채권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환경 개선과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그린 본드(green bond)’,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 본드(social bond)’, 이 둘을 결합한 ‘지속 가능 채권(sustainability bond)’ 등 각종 ESG 채권 발행 이슈의 중심에 HSBC가 있다. 2019년 성사된 한국물 ESG 채권 거래 20여 건 중 절반 이상을 HSBC가 주도했다.

지난해 7월 전 세계 철강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속 가능 채권 발행에 성공한 포스코 사례가 대표적이다. HSBC를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BNP파리바,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 등이 주관사로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서 포스코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5억달러(약 6153억원) 규모의 ESG 채권(5년 만기)을 발행했다.

당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ESG 채권 발행으로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조달 자금으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관련 신사업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달 신한금융지주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지속 가능 채권(10년 6개월 만기)을 발행하기도 했다. HSBC와 씨티그룹, 크레딧스위스 등이 참여했다. 신한금융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중장기 친환경 경영 비전인 ‘에코 트랜스포메이션 2020’ 관련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초 발행한 4억5000만달러(약 5537억원) 규모 외화 후순위 지속 가능 채권(10년 만기)의 배경에도 HSBC가 있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 후순위 채권에 국민은행의 조정 독자신용도(a3)보다 한 등급 낮은 ‘Baa1’을 부여하기도 했다. 무디스는 “통상 후순위 채권은 일반 채권보다 위험해 은행의 독자신용도보다 여러 등급 낮게 설정하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불확실성이 적다고 판단해 한 등급만 조정했다”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의 의미 있는 ESG 채권 발행을 이끈 일등 공신은 이종진·이상호 HSBC증권 공동대표다. 이상호 대표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 전 HSBC 한국 지점에서 부채자본시장(debt capital market) 부문을 책임지면서 한국물 ESG 채권 시장의 성장을 도왔다.

이종진·이상호 대표는 앞으로도 ESG 채권 발행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세웠다. HSBC는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글로벌 투자 규모가 앞으로 15년간 100조달러(약 12경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