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류는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재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뛰어넘는 바이러스가 몇 년마다 등장한다면? 난데없이 5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된다면? 정치·사회 분야로도 잠깐 생각을 돌려보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 인물이 세계 정치를 좌우한다면? 방금 본 동영상 속 인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더는 판별할 수 없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불확실성을 넘어 ‘초(超)불확실성의 시대’에 들어섰다. 국내 저명한 미래 연구·교육기관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는 책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2’를 통해 인류에 의해 일어나는 극단적 사건을 뜻하는 ‘X이벤트’를 다뤘다. 카이스트 미래전략은 주기적으로 발간하는 미래 보고서를 재구성해 묶은 것으로, 매년 출간되고 있다.

X이벤트란 ‘익스트림 이벤트(Extreme Event·극단적 사건)’ 줄임말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팬데믹 등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한 번 발생하면 엄청난 여파를 몰고 오는 미지의 재앙을 뜻한다. 인간이 초래한 재앙이라는 점에서 천재지변과 다르다. 책은 X이벤트에 관해 “근대로 넘어오면서 가파르게 발전한 신기술과 신문명이 장밋빛 미래 대신 예기치 못한 문제를 일으킨 예가 적잖다”라고 부연했다.

책은 최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의 그림자도 다뤘다. RNA(리보핵산) 유전자로 끝없이 변이하는 ‘슈퍼코로나바이러스’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와중에, 만약 X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면 국내외 공조가 불가피해진다고 책은 예상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도시의 종말도 짚는다. 비대면 정책 확산으로 도시는 해체되고 도시 문화가 붕괴하고 있는 상황. 비대면으로도 대면과 같이 인간적이고 싶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O2O(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하이브리드 문화를 양성해야 한다고 책은 해답을 제시한다.

이 밖에 책은 미래 전쟁 모습으로 꼽히는 우주전·사이버전·테러전 등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전쟁’과 핀테크, 암호화폐로 인한 금융 대변동 등 우리 사회에 닥칠 수 있는 X이벤트와 실현 가능성 등을 제시, 분석했다. 책은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해서도 “10년 주기의 중기 파동을 보여주는 주글라 순환에 해당한다면, 2022년은 암호화폐 시장의 빙하기 초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세상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까지 제시됐다. 우리는 이 순간에도 위기 상황에 놓여 있지만 위기를 깨닫고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순간 위기는 해결될 수 있다는 게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지향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책은 사회(Society)·기술(Technology)·환경(Environment)·인구(Population)·정치(Politics)·경제(Economy)·자원(Resources) 7개 분야로 나눈 ‘S.T.E.P.P.E.R 전략’으로 X이벤트를 타개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책은 S.T.E.P.P.E.R 키워드로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완전 자율주행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미래세대 전략 △디지털 거버넌스 △디지털 자산 △공유경제 2.0 △순환경제를 꼽았다.


Plus Point

국내 최초 미래학 연구·교육기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국내 최초의 미래학 연구·교육기관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는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전 미래산업 회장)의 기부금으로 2013년에 설립됐다. 대학원은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2015년부터 국가미래전략 정기토론회를 열며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 보고서인 ‘문술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198회 동안 각 분야의 전문가 650여 명이 발표하고 5500여 명이 참석했다. 2019년부터는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의 교과목이 됐다.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2’는 일반 독자를 위해 재구성된 여덟 번째 문술리포트다.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는 심화하고 있는 전 지구적 미래위기와 시대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수립을 중요한 연구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미래전략 연구·교육기관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