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억만장자들. 왼쪽부터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사티아 나델라 MS CEO, 셰릴 샌드버그 메타 COO,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 AFP연합·블룸버그
2022년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억만장자들. 왼쪽부터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사티아 나델라 MS CEO, 셰릴 샌드버그 메타 COO,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 AFP연합·블룸버그

‘억만장자의 여름 캠프.’ 전 세계 억만장자들은 휴식 겸 비즈니스 차원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서북부 아이다호주의 휴양도시 선밸리다. 억만장자들은 매년 7월 이곳에서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함께 강연을 듣고 식사를 하는 것은 물론 칵테일을 마시며 파티를 즐긴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 시작한 비공개 국제 비즈니스 회의로, 초청받은 인사만 참석할 수 있다. 주로 정보기술(IT)·미디어 업계 거물과 유력 정치인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자유롭게 소통하며 인적 네트워킹을 맺는다. 

올해 선밸리 콘퍼런스는 7월 5∼9일(현지시각) 열렸다. 참석자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셰릴 샌드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메리 바라 GM CEO,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밸리 콘퍼런스는 억만장자들이 ‘물밑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공개 행사라 내용이 100% 공개되지 않지만, 기업 인수합병(M&A) 또는 파트너십 체결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2013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인수, 디즈니의 1996년 ABC방송국 인수 논의 등이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시작됐다. 올해 콘퍼런스에선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와 나델라 MS CEO가 만나, 넷플릭스가 연내 시작하려는 동영상 중간 광고 서비스 파트너를 MS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밸리 콘퍼런스를 “억만장자들의 ‘밀실 합병’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기업인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2년부터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재판으로 콘퍼런스에 불참 중이다. 올해는 이 부회장을 대신해 최경식 삼성전자 세트(IT·모바일·소비자가전) 부문 북미총괄 사장이 참석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지난해부터 이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8월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도 억만장자들의 여름 사교모임으로 유명하다. 구글 캠프는 2012년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전 세계 CEO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든 행사다. 시칠리아 남부 베르두라 리조트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데, 투숙객 명단은 극비 사항이다. WSJ 등 외신에 따르면 소수의 초대받은 억만장자들만 참석한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 데이비드 게펜 드림웍스픽처스 창업자, 에번 스피걸 스냅 CEO, 헤이스팅스 창업자 등 기업인은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2020년 영국 왕실을 떠난 해리 윈저 왕자, 스포츠 스타 출신 마이클 조던,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톰 크루즈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구글 캠프에 참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역시 비슷한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공공 정책부터 인터넷, 미디어, 패션, 헬스케어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글 캠프의 유일한 한국인 참석자로 알려졌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