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 스타트업 ‘헬스테크 랩’의  아베 타츠야 대표. 사진 신소현 PD
일본 교토 스타트업 ‘헬스테크 랩’의 아베 타츠야 대표. 사진 신소현 PD

개인 건강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병원과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헬스테크 랩’의 아베 타츠야 대표는 교토대 공학부 졸업생이다. 그는 2019년 학교 지원을 받아 창업했다. 아베 대표는 “창업 이후에도 교토대 내 헬스케어 연구회에서 기업(파트너)을 소개받고 있고, 교토대 학생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교토는 대학 덕분에 연구 인력이 풍부하고 지역 밀착형 사업을 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와 교토 등이 속한 간사이(関西) 지역은 최근 스타트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 중심에는 노벨상 수상자만 10명을 배출한 교토대 같은 대학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관광 도시로 이름난 곳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연구 도시로 손꼽힐 만큼 유수의 대학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오사카·교토·고베의 연구 인력은 2022년 기준 약 1만6670명으로, 수도인 도쿄(1만698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전까지는 대학에서 순수 기초연구에만 힘쓰던 학생들이 대학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사회에서 기술을 입증하고, 창업에 나서면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교토대 이노베이션 캐피털(교토iCAP)은 2016년 160억엔(약 1520억원)의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2022년 181억엔(약 172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출범시켰다. 이곳은 교토대 연구 기반으로 설립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쿠즈미 코 교토iCAP 최고경영자(CEO)는 “일반 벤처캐피털(VC)의 경우 투자금 회수가 주목적이지만, 교토iCAP은 대학의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대학 연구의 성과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 더욱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교토iCAP은 두 개 펀드를 통해 현재까지 54개 사에 116억엔(약 1102억원)을 투자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간사이 청년들은 점차 학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긴키경제산업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287개 스타트업이 생겼다. 이 중에서 대학에서 출범한 스타트업은 40% 수준인 115개에 달한다.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긴키경제산업국은 지역 내 스타트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J스타트업’ 사업을 진행 중인데, 현재 31개 사에서 추가로 15개 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교토가 ‘기업가 정신’의 도시라는 점도 스타트업 육성의 자양분이다. 무인 개찰기와 AT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오므론,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가 창업한 교세라, 세계 최대 모터 기업인 일본전산 등 교토에서 출발한 기업들은 전 세계 경영인의 벤치마크 모델로 꼽힌다. 

민관 합동 스타트업 지원 기관 ‘교토지혜산업창조의숲’의 가와구치 다카시 차장은 “장수 기업은 적기에 혁신을 이뤄내지 않으면 오래 사업을 유지할 수 없고, 여기서 기업가 정신이 나타난다”며 “글로벌 기업이 많은 교토인 만큼 이곳 청년들도 자연스럽게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므론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오므론벤처스’를 2014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노우에 토모코 CEO는 “자사의 지식과 사업 자산을 활용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한다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신념하에 오므론벤처스가 출범했다”며 “CVC는 풍부한 인적 자산 외에도 엄청난 사업 자산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자금 애로를 해소해줄 뿐만 아니라, 선배 기업의 경험을 전수해주는 것이다. 오므론벤처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의 수는 총 21개에 달한다.

오사카·교토·고베(일본)= 이윤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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