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투르쿠에 있는 스파크업에서 창업가들이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있다. 사진 곽재순 PD
핀란드 투르쿠에 있는 스파크업에서 창업가들이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있다. 사진 곽재순 PD

“스타트업 절반은 수도 헬싱키에 몰려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탐페레, 투르쿠, 오울루 등 지역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허브가 만들어지고 있다.” (삼프사 니시넨 핀란드 노동경제부 혁신·기업금융 국장)

스타트업 강국 핀란드에서도 최근 로컬(지역) 스타트업 바람이 불고 있다. 헬싱키에서 차로 약 2시간(180㎞) 거리에 있는 ‘제2의 도시’ 탐페레엔 ‘플랫폼6’가, 한때 핀란드 수도였던 남서부 해안 도시 투르쿠에선 ‘스파크업’이란 공간이 각각 생겨났다. 모두 로컬 스타트업뿐 아니라 예비 창업자, 현지 대학, 지역 기관, 투자자 등이 만나 교류하고 성장을 모색하는 곳이다.

알렉산드라 산토스 플랫폼6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를 키우려면 인재와 돈(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이것들이 헬싱키에 주로 모여있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핀란드에서도 수도권으로의 스타트업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단순히 지리적인 문제를 떠나 ‘투자자와 스타트업의 접근성이 쉬운가’로 봐야 하며, 플랫폼6는 그 연결고리가 돼서 이런 트렌드를 뒤집고자 한다”고 말했다.

투르쿠 현지 스타트업인 ‘코르피포레스트(숲 가상체험을 통한 정신 건강 솔루션)’의 미코 포흐욜라 공동 창업자는 “핀란드는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헬싱키로 가느냐보다 해외로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이곳에서도 인근 유럽 국가들과 좋은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어 헬싱키로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한국 로컬 스타트업 생태계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인재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명문대가 각지에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 상위 5개 대학 중 1~2위인 헬싱키대·알토대를 제외하곤 투르쿠대, 오울루대, 탐페레대 등 지역 대학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학별 격차가 그만큼 작다는 것이다. 이들은 재학 시절부터 기업가 정신을 배우며 창업을 간접 경험한다. 한 예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졸업한 탐페레대는 ‘허브(HUBS)’라는 창업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소속 학생들은 현지 스타트업이 주는 실전 문제를 받아다가 그들만의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핀란드에서는 대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로컬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하기도 한다. 핀란드 최대 목재·제지 회사 메짜그룹이 혁신 조직 ‘메짜스프링’을 만든 배경이다. 메짜스프링의 스타트업 투자 책임자인 에릭 콜레흐마이넨 부사장은 “주력 제품인 펄프(섬유·종이 원료)의 새로운 사용처를 만들거나 톱밥·껍질 등 (실용성이 거의 없던) 부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입힐 수 있는 바이오, 순환 경제 기반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한다”면서 “메짜그룹의 주 생산 거점인 아네코스키를 비롯해 대부분의 공장이 헬싱키 밖에 있고, 혁신이 나오는 대학·연구기관도 여러 곳에 있어 핀란드 전역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짜스프링은 100% 방수 가능 목재를 만들어 욕실 세면대 시장을 공략 중인 우디오(Woodio), (핀란드 산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문비나무 톱밥에서 추출한 물질을 화장품·식품·제약 분야에서 쓸 수 있는 성분으로 생산하려는 몬티누트라(Montinutra), 자작나무 껍질 분말을 화장품 산업에 적용하려는 이노모스트(Innomost) 같은 외부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아누카 미켈손 핀란드엔젤투자자협회 이사회 의장은 “헬싱키가 1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많은 도시가 자체적인 지역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헬싱키・탐페레・투르쿠(핀란드)= 장우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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