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정보화를 통해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고 있다. 첨단 IT인프라로 표준화된 업무방식을 갖추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 유한양행 |  화상회의·인터넷 전화로 비용 절감

경기도 기흥에 있는 유한양행의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은 수시로 서울 본사와 충북 오창공장 등의 연구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연구과정과 결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각 지방의 영업지점장들도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경우 따로 서울 본사의 영업전략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 앞 카메라에만 앉으면 본사나 다른 지방의 영업지점장과 언제라도 얼굴을 보며 회의를 할 수 있다.

거리, 시간, 비용 등의 제약을 극복하고 본사와 전국 지점 간, 공장과 연구소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시스코 IPT(인터넷 전화)와 IP기반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서울 본사와 공장, 연구소, 영업지점 등이 전국적으로 분산돼 있어 회의나 제품 교육을 위한 출장이 잦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8월 시스코의 화상회의 솔루션을 포함한 IP커뮤니케이션 툴을 본사 주요 보직자 및 공장, 연구소, 주요 거점과 전국 16개 지점에 도입하면서 이러한 불편은 사라졌다.

시스코 All IP(인터넷 네트워크)인프라를 바탕으로 구축된 시스코 IP화상회의 솔루션은 IT인프라와의 호환성은 물론 중복투자에 대한 부담도 덜어 주고 있다. 시스코 화상회의 시스템은 현재 본사 임원진과 연구소, 지점장 간 회의, 정례조회 등 각종 회의에서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제품 교육, 품질 홍보, 고객 영업 등의 교육에도 사용되고 있다.

화상회의 시스템이란 멀리 떨어진 상대와 화상회의 장비를 이용해 회의를 진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화상회의 시스템은 영상, 음성 그리고 각종 문서자료를 실시간 전송해 모니터 등을 통해 음성, 영상, 문서를 보여주기 때문에 공간이나 시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원격지 회의가 가능하도록 하며 실제 회의와 동일한 환경에서 회의 진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화상회의 시스템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회의실에나 놓여있는, 전시성 상품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음성, 영상, 데이터의 전송이 가능한 ALL IP기반 IP텔레포니와 화상회의 솔루션 등이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IP텔레포니(인터넷 네트워크 전화) 기술은 인터넷망을 활용해 음성전화는 물론 데이터, 멀티미디어 통신을 제공하는 신기술이다.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고유의 IP번호로 전화 서비스가 가능하고, 음성과 데이터, 멀티미디어 신호를 동시에 구현하기 때문에 별도의 통신비 부담이 없다. 따라서 시내외 구간은 물론 국가 간에도 인터넷망을 통해 파격적인 통신비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하다.

통신비용 대폭 줄이고 업무 효율 향상

IP텔레포니 시스템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인터넷회선을 전화회선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는 전화선 따로, 인터넷 사용을 위한 케이블 따로 설치해야 했지만 이제는 인터넷회선이 전화기를 거쳐 컴퓨터에 연결된다.

유한양행이 IP텔레포니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충북 오창과 경기도 기흥 등으로 공장과 연구소를 이전하면서부터.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을 줄여야 했고, 최적의 통화품질을 제공하는 선진화된 새로운 전화 시스템 구축이 필요했다. 2005년 1월부터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위한 선정 작업에 들어가, 2005년 8월과 11월에 이들 공장과 연구소에 시스코의 IP텔레포니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새로운 IP텔레포니 시스템으로 인해 직원의 업무 효율성 향상은 물론 네트워크 관리 비용과 통화료 등의 비용을 대폭 절감하게 된 것도 큰 성과다. 업무 효율성 증가와 통신비용과 전국에 분산 배치된 지점의 관리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생산성 향상과 통화비 등의 절감을 통해 연간 약 4억원 이상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의 문화 및 사무 환경이 개선됐고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통한 기업 경쟁력 향상 등을 기대하게 됐다. 특히 우려했던 통화품질에 대해서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또 전국에 분포돼 있는 지점 간 회의, 교육 등의 업무를 얼굴을 보며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에 소요되는 지역적 한계,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런 성과에 힘입어 향후 시스코 IP기반 화상회의 시스템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갈 방침이다.

남궁윤 정보전략팀 과장은 “전화선, 케이블 등을 따로 설치함으로써 생기는 번거로움과 복잡함을 줄이고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와 더불어 업그레이드된 IT인프라의 도입으로 출장비용과 시간 등을 절약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 테크노세미켐 |  ERP 통해 선진 프로세스 최대한 수용

테크노세미켐은 성장성이 높은 LCD 분야와 안정적인 반도체 재료 사업의 결합을 통해 사상 첫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용 재료를 만드는 정밀화학기업이다.

반도체나 LCD 관련 중소기업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함께 갖추기가 쉽지 않다. 주요고객인 대기업으로부터의 단가인하 압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자금사정으로 신규 사업개발도 쉽기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정보화에 대한 투자 덕분이다.

테크노세미켐의 전산화는 1995년 5대의 컴퓨터를 구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업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7월부터다. 2003년부터는 전사적인 IT인프라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 이러한 전산화 과정에서 ‘IT인프라 및 표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 바로 ERP(전사적 자원관리)의 도입이다.

테크노세미켐은 분당의 본사와 충남 공주, 장항의 공장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중복된 업무가 산재해 있었다. 또 영업, 생산, 구매, 회계 등 사내 부서 간의 정보 공유의 어려움으로 혼선을 빚거나 재작업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툴로 ERP가 떠올랐다. 모든 물류와 구매, 생산, 영업, 인사, 회계 등의 정보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관리해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 ERP 도입의 배경인 것이다.

테크노세미켐은 2005년 상반기부터 ERP 구축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업체 선정에 들어갔다. 일단 외산 솔루션이 대상이었다. 2004년에 지식경영을 위해 국산 지식포털 솔루션을 도입했지만 낮은 완성도로 인해 실제 적용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전경험을 통해 처음부터 믿을 수 있는 외산 솔루션을 검토하게 됐으며, 최종 2개 업체 중에서 ERP의 선진프로세스를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SAP를 선정했다. 최종 2개 업체중 나머지 한 업체의 경우 비용에 대해 파격적인 제안이 있었지만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외됐다고 한다.

정지흥 생산부문지원장 상무는 “단순히 ERP를 구축한다는 것이 아니라 ERP를 통해 선진프로세스를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였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시작된 개발프로젝트는 지난 4월 완료됐다. 150일간의 강행군이었다. 단순 ERP 시스템의 구축에 그치지 않고 PI(프로세스 혁신)를 이루기 위해 본사, 공주 및 장항 각 사업장의 PI팀원들은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고, 공주의 ERP추진실로 매일 오후 2시까지 모여 PI를 추진하고, 다시 사업장으로 복귀해 늦은 시간까지 밀린 업무를 진행하는 고된 기간이었다.

현재 ERP운영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지만 ERP를 운영하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각종 효과를 누리고 있다. 가장 뚜렷한 효과 중 하나가 바로 매출, 생산, 구매현황 등 회사 전반에 걸친 각종 경영자료를 즉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일 마감을 통해 완료되는 각종 정보를 경영자정보 시스템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경영지표에 대한 정확한 예상이 가능해 그만큼 의사결정도 빨라졌다. 각 사업장별, 팀별, 업무별로 달랐던 경영지표도 통합돼 정확성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또 예전 같으면 18일이나 걸리던 결산이 ERP 도입 이후에는 12일, 7일로 줄었으며, 향후 3일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지완 사장은 “ERP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들이 이를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변화 관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방전지 |  대용량 데이터의 신속한 처리로 경쟁력 높여

우주복을 입고 있는 소년이 그려진 ‘로케트배터리’는 많은 이에게 낯익은 브랜드다. 54년 동안 산업용, 차량용 배터리라는 한 우물을 파온 세방전지는 로케트배터리 브랜드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130개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세방전지는 광주, 창원공장에서 자동차용과 산업용 배터리를 연간 각각 700만 개, 600만 개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52년 해군기술연구소를 모태로 창업한 진해전지를 세방그룹이 1978년 인수해 설립한 기업. 이때 건전지 분야는 따로 분리돼 로케트전기가 ‘로케트’라는 같은 브랜드를 달고 건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세방전지는 자동차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덩달아 급성장해 왔다. 이렇듯 자동차 메이커들이 축전지 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악조건 속에서도 거듭된 성장을 이어온 것은 e-비즈니스를 통해 투명경영체계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이 가진 방대한 양의 경영자료를 개별 부서, 사업장, 공장, 사무실 그리고 수 백 대의 컴퓨터로 분산하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그 효과는 중복된 자료를 단일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생산성을 높이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등 소비자 만족도와 기업 신뢰도를 높여주는 데까지 나아간다.

관련업계가 아직 이렇다할만한 업무 전산화를 하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세방전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산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1년 3월부터 16개월에 구축된 세방전지의 통합 ERP 시스템은 본사 및 창원과 광주 2개 제조공장, 물류센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영업, 회계, 원가, 구매, 생산 등 모든 업무를 웹기반으로 통합했다. 또 균형성과평가와 활동원가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경영의 주요 지표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리자는 제품생산으로 인한 실질적인 수익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세방전지는 기업운영을 e-비즈니스로 바꾸기 위해 인터넷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인터넷 수주 및 발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터넷 수주 시스템은 고객 접점관리를 통해 매출 증대를 이루는 기반이 되고 있으며, 인터넷 발주 시스템을 통해 긴밀한 공급망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납기 관련 업무의 신속하고 정확한 운영이 가능해졌다.

세방전지는 전사적 IT통합 시스템인 ERP와 SEM(전략적 기업경영)을 구축함으로써 의사결정 및 업무처리 속도가 크게 향상됐으며, 또 경영실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투명경영체제를 갖추게 됐다. 제품별 성향과 매출·수익구조가 투명해지면서 경영합리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산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산장비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방전지도 시스템을 구축한지 5년이 지나면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데이터가 급증해 시스템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무려 개발 당시보다 17배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ERP 시스템 개발 당시 도입됐던 IBM서버 장비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세방전지는 지난 5월 IBM서버 장비를 추가 도입해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대한 기반을 갖췄다. 이 회사는 이미 1980년대부터 IBM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었으며, ERP 도입 이후에도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 선정 배경이 됐다.

남길우 전략정보팀장은 “IBM 장비 도입 이후 처리속도가 4배 이상 빨라졌다”며 “요즘처럼 ‘초’ 단위로 경쟁하는 경영환경에서는 이러한 IT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기업경쟁력 제고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