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서 토털 패션까지 153년의 여정
세계 여행객들의 동반자로 길벗이 돼온 루이비통 여행가방의 역사는 벌써 15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1821년 스위스에서 가까운 프랑셰콩테의 한 작은 마을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루이비통. 어릴 적 목공소에서 손재주를 익힌 그는 14살 때 400km가 넘는 파리까지 걸어서 무작정 상경한다. 가방 제조 공장의 견습생으로 일하게 된 그의 운명은 아주 사소한 일로 결정된다.  루이비통은 귀족들이 여행을 떠날 때 짐을 싸주는 ‘패커(packer)’로 용돈을 벌었다. 그의 섬세한 손재주는 귀부인들의 화려한 드레스를 구김이 가지 않도록 싼다고 상류사회에 소문이 났고, 마침내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인 유제니 황후의 총애를 받으며 궁중의 가방을 만드는 도제로 크게 된다.

1854년 결혼과 함께 궁중의 경력을 내세워 파리의 번화가 루 노브 데 카푸친느에 루이비통은 가방 가게를 열었다. 사각형의 가방은 내부를 칸막이로 나눌 수 있도록 만든 실용성과 디자인에서 성공적이었으며 유럽의 모든 귀족들에게 사랑을 받게 됐다. 사업은 번창했고 그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명품에는 꼭 ‘짝퉁’이 따른다. 루이비통은 모조품을 막기 위해 빨간 스트라이프 무늬, 격자무늬를 고안해 트레이드마크로 삼았으나 모조품이 기승을 부렸다. 

1896년 지금의 루이비통 마크가 그의 아들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버지 이름을 상징하는 L과 V, 꽃과 별의 무늬를 계속적으로 반복한 모노그램. 이 모노그램 캔버스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에게 조차 익숙한 문양으로 전 세계인의 눈에 친근해져 있다.

루이비통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조화한다. 1888년 격자무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다미에 캔버스, 1896년 유명한 모노그램 캔버스를 100여 년간 이어온다. 그러다 획기적으로 변화한 것은 1985년이었다. 가죽 표면에 그레인 처리를 하여 투톤의 효과와 원색을 사용한 에삐레더를 탄생시켜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전통에 가미한다. 1993년 남성들의 우아함을 살리기 위한 섬세한 결과 부드러운 촉감의 타이가 레더, 1998년 마크 제이콥스가 소가죽에 에나멜 처리를 하여 빛의 방향에 따라 9가지 색으로 변하는 모노그램 베르니를 선보였다.

1990년대 들어 급격한 변화를 보인 루이비통의 뒤에는 마크 제이콥스가 숨어 있다. 루이비통은 패션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의류, 구두, 액세서리, 그리고 보석 파트를 새로이 설립하고 이미 맨해튼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던 마크 제이콥스를 아트 디렉터로 영입한 것이다. 2002년에는 타카시 무라카미라는 일본 디자이너와 공동 작업으로 멀티컬러 라인과 패치워크를 선보였다.

루이비통은 ‘머리로는 전통, 가슴으로는 최신을 지향’한다. 여행용 트렁크를 만드는 가내수공업 회사로 시작해 늘 전통을 강조해 왔지만, 그 전통이 빛을 보려면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시대 분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 상반된 두 개념의 조화를 통해 소 품종 소량 생산의 브랜드 마케팅, 고가 포지셔닝 전략, 철저한 품질 관리, 전통의 브랜드 이미지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견지해 나가고 있다.

또한, 고객들의 다양한 기호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스페셜 오더(special orde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스페셜 오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아예 디자인부터 재창조해 새 물건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하는 크리에이션 오더 (Creation Order)가 첫 번째다. 용도, 넣을 물건의 종류, 크기, 소재 등 개략적인 희망 사항을 알려 주면 디자이너가 아이디어와 정보를 선별하거나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준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바이올린 케이스 주문이 그런 경우다. 두 번째 타입은 리퀘스트 오더 (Request Order)로 카탈로그에 기재되어 있는 상품이긴 하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주문하는 것이다. 주로 옷 트렁크, 위스키 캐비닛, 천연 가죽 상품 등이 주종을 이룬다. 세 번째 타입은 옵셔널 오더 (Optional Order)로 현재 있는 상품의 소재를 바꾸거나 색상, 사이즈를 바꾸는 경우, 또는 단종된 것을 신청하는 경우다.

2007~2008 가을/겨울 루이비통 여성복 컬렉션

마크 제이콥스가 디자인한 2007년 가을/겨울 루이비통 여성복 컬렉션의 주제는 ‘모노그램 핸드백을 든 소녀’ 베르메르(Vermeer)를 비롯한 네덜란드 황금기 화가들의 화풍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의 테마는 여성스러우면서 절제되어 있는 관능미를 자아내는 실루엣, 럭셔리한 텍스처, 그리고 차분한 컬러로 정의된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은 단순히 네덜란드 황금기의 이미지를 재해석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마크 제이콥스는 컬렉션 전반에 볼드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불어넣으면서 10년 전, 그가 디자인한 첫 루이비통 컬렉션의 미니멀한 이미지도 가미하였다. 물론 이러한 심플함은 루이 비통만이 자랑하는 화려하고 정교한 디테일로 보완이 되었고, 파우더 핑크와 버건디, 파스텔 톤과 패트롤 블루, 베이지, 오커, 옐로우 등 다양한 컬러가 섬세하게 사용되면서 블랙, 화이트, 그레이로 구성된 전반적인 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미술가의 작업복에서 영감을 받은 길고 풍성한 디자인에 얌전한 버튼 칼라가 돋보이는 다양한 셔츠들이 실크 파라슈트 코튼이나 실크 라즈미어 재로 소개되었다. 그 중 블루 계열의 톤으로 전개된 두 가지 모델은 매트한 라메 울 소재의 니렝스 스커트 위에 레이어링되면서 컬렉션 전반에 걸친 차분한 력셔리 무드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한편 얼굴을 감싸는 세워진 칼라가 특징인 도브 그레이 톤의 셔츠는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앙고라 소재의 긴 스웨터와 매치되었다. 또한 바삭한 느낌의 화이트 셔츠는 울 소재의 날렵한 펜슬 스커트와 함께 연출되었고, 묵직한 골드 버클이 달린 굵은 나일론 벨트가 허리선을 강조하면서 컬렉션의 하이라이트 룩을 완성했다.

한편 여러 지퍼 장식이 달린 그레이 메탈릭 가죽 모터사이클 재킷은 이번 컬렉션에 부가된 모던한 감성을 대표했다. 가죽 소재는 컬렉션의 주요 테마 중 하나로, 스트레이트 팬츠, 유연한 라인의 스커트, 브레이슬릿 매의 재킷 등 다양한 아이템을 통해 전개되었다. 한편 퍼 소재는 전체적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대부분 트림 장식으로 사용되었고, 예외로 왁스를 입혀 독특한 질감을 부여한 핑크, 오렌지, 그레이-블루 컬러의 토끼털 드레스와 코트, 슈트가 제안되었다.

컬렉션의 이브닝웨어 섹션은 이번 시즌의 악센트 컬러를 입힌 드레스들로 구성되었다. 반 다이크(Van Dyck)의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흐르는 패브릭에서 영감을 받은 이 드레스들에는 한 가지 컬러를 입히는 대신 그러데이션 효과를 주었으며, 블루에서 버건디로 바뀌는 라지미어 소재의 칵테일 드레스, 베이지에서 블루로 바뀌는 캐시미어 소재의 긴 칼럼 드레스, 그레이에서 블루로 바뀌는 새틴 소재에 타조깃털로 장식된 스트랩리스 드레스 등이 소개되었다.

이번 컬렉션은 주얼리와 액세서리에서도 전통적인 요소의 현대적 재해석을 추구했다. 울, 알파카, 그리고 왁스 처리를 거친 토끼털 소재로 만들어진 오버사이즈 베레모는 베르메르의 모자를 연상시켰으며 심플한 블랙 캐시미어 티셔츠 위에 매치된 화이트 깃털과 크리스털 소재의 네크리스는 네덜란드 전통의상의 러플 칼라를 현대적이면서도 에스닉하게 재해석한 것이다.

슈즈의 경우 높은 원통형 힐의 펌프스와 부츠가 제안되었고 그러데이션 효과가 부여되었다. 옷에서 사용된 버튼과 지퍼 디테일 또한 T-스트랩 펌프스와 앵클부츠에 사용되었고, 프린트가 놓인 패턴트 악어가죽 소재에는 모던한 광택이 부여되었다. 컬러에는 블랙과 그레이 외에도 블루, 버건디, 옅은 핑크 등이 선보였으며 선명한 레드나 옐로가 구두 앞코의 악센트로 사용되었다.

시즌의 테마와 연계되는 모노그램 핸드백은 새로운 스타일과 형태로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클래식 모노그램 캔버스에 탈색 처리를 반복하여 하단으로 가면서 색이 바뀌는 데그라데 패턴의 백들이 가장 돋보였고, 모노그램 패턴을 입힌 양가죽 백들은 플라스틱 광택 처리를 통해 좀더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또한 퀼팅 처리된 매트한 양가죽에 모노그램 모티브로 다시 한 번 수를 놓은 소재는 정교하고 화려한 디테일을 추구하는 시즌의 테마를 가장 훌륭하게 대변하는 것으로, 패턴트 악어가죽 소재의 트림 장식을 곁들인 엘리건트한 프레임백과 클러치 겸 주머니백 등으로 소개되었다.

루이비통

루이비통은 1987년 샴페인과 코냑 전문 주류회사 모엣헤네시를 합병해 설립한 세계 최대의 명품그룹 LVMH의 대표회사이다. LVMH왕국에는 루이비통을 비롯해 크리스챤 디오르, 지방시, 셀린느, 겐조, 겔랑, 펜디, 모엣헤네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와인, 패션, 향수·화장품, 시계·보석, 소매업 등 5개 사업부로 조직을 정비하고 세계 최고, 최대의 패션그룹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