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타당성에서부터 예산 확정에 이르기까지 지루한 공방전을 벌여온 4대강 살리기 사업이 2010년 2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정부는 이미 2009년 11월 기공식을 가졌다. 완공 예상 시점은 2011년 10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고, 4대강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될지 2009년 12월11일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을 만나 들어봤다.

첨단 IT기술 적용해 ‘스마트 리버’ 만들겠다”

랜드마크 ‘명품보’·‘아름다운 마을’ 어우러져 지역경제 회생에 기여할 것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공사를 하는 중엔 지역경제 회생을 통해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경제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겁니다. 또 완공 후엔 수질 및 생태환경 개선과 관광 수요로 지역경제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어줄 시의적절한 사업이라고 확신합니다.”

2009년 4월 전문계약직(가급) 공모절차를 거쳐 임명된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60)의 자신에 찬 일성이다. 범띠(1950년생)인 그는 공교롭게도 범띠해(2010년)에 본격적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심 본부장은 수자원 분야의 전문가다.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인하대학교 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한국수자원학회 회장, 환경정의 이사, 한국물포럼 이사 등을 역임하고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의 주요정책 자문으로도 활동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 사업)은 한강의 3곳, 낙동강의 8곳, 금강의 3곳, 영산강의 2곳 등 모두 16개의 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들 보는 일부 구간에 수문을 둬 개방할 수 있는 가동보 형태로 가뭄 및 홍수를 막는 것은 물론 소수력발전소를 설치해 전력 생산에다 수질 개선, 관광 수요까지 창출하는 지역경제 밀착형의 복합기능 보로 설계됐다.

하천 내 새국토 5000만 평 재탄생

… “2011년 10월 준공식 가질 것”

“16개의 보를 설치하고 나면 하천에 1억6529만 평방미터(5000만 평)에 달하는 새국토가 창조됩니다. 그동안 농사 등으로 오염원이 돼 왔던 하천 내 땅이 새롭게 탈바꿈하는 겁니다.”

문제는 16개의 보를 예상대로 2년 안에 모두 완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건설사들이 하천공사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부실공사도 우려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지적은 괜한 기우일까.

심 본부장은 ‘공사 기간이 짧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번에 시행하는 보·준설·생태하천조성공사의 대부분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SOC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고, 기술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아 문제가 없다”며 일각의 지적이 기우임을 단언했다.

정부는 2009년 11월22일 영산강과 금강, 27일 한강, 12월2일 낙동강 등 4대강 사업의 기공식 후 모두 42건의 공사를 일제히 착수했다. 남은 53건의 공사도 2010년 3월 안에 모두 착공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4대강 사업은) 동시에 착공에 들어갑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우리 경제에 다소 플러스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봅니다. 어느 보가 먼저 완공될지는 모르지만 2011년 10월15일께부터 같은 해 연말까지 모두 준공식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09년 6월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보상 등의 절차를 끝냈거나 거의 마무리 지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보 16개의 행간 중 반폭 정도를 구조물 공사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심 본부장은 2010년 말까지는 보 설치 준설 등 핵심공정 60% 이상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4대강 사업에는 지역 건설 회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게끔 했다.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 건설 회사들의 참여 의무 비율을 강제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공사가 시작된 턴키 1차 공사, 15개 공구의 지역업체 참여 비율은 평균 약 31%에 이른다.

심 본부장은 “해당 사업이 모두 착공되는 2010년 3월 이후에는 하도급 공사,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더 많은 지역 건설 업체가 참여해 전체 공사비의 50%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 4대강 사업에는 첨단 IT 기술이 대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유비쿼터스 리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스마트 리버’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 리버는 각 보의 물의 속도와 수질 등을 종합 판단해 수문 개폐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한 그야말로 똑똑한 강 관리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용성에 디자인 가미된 랜드마크 명품보

…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

4대강에 설치되는 16개의 보들은 실용성 외에 디자인 등이 눈에 띈다. 심 본부장은 “(보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16개 보 중에서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한강 이포보와 낙동강의 강정보다. 대림산업이 모두 설계한 이들 보는 최근 추진본부가 네티즌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명품보’로 꼽혔다.

“이들 보는 직선으로 곧게 뻗은 다른 보들과 달리 곡선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한강의 이포보는 백로가 알을 품는 형상을 하고 있고, 낙동강의 강정보는 가야금 12현의 모양을 한 물풍금 계단이 이색적입니다.”

다른 보들도 나름의 특징들을 갖고 있다. 예컨대 한강의 여주보는 앙부일구의 해시계 형상을 반영한 인공섬(세종광장), 자격루 물시계의 형상을 재해석해 빛이 차오르게 하는 자격루의 기둥탑 등 세종대왕 때의 과학을 문화 콘텐츠로 디자인했고, 낙동강의 달성보는 마치 출항하는 크루즈를 연상시키게끔 설계됐다. 그 뿐만 아니라 보 주변에 생태하천 및 친수공간 등을 둬 관광객들을 유인하도록 했다.

“보 주변에 수변공간이 만들어지면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마을들이 생겨날 겁니다. 가능한 아름다운 마을들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정부가 지원할 겁니다. 그러면 예술축제 등의 이벤트들도 많이 뒤따라 자연스레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거라고 봅니다.”

당초 정부는 4대강 사업과 함께 주변 마을을 현대적으로 정비하는 ‘금수강촌’ 사업을 동시에 띄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금수강촌’ 사업은 따로 농수산부가 4대강 사업의 연계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사업들이 많습니다. 그중 농수산부가 강변에 있는 낙후된 마을들을 정비하자는 게 금수강촌 사업인데 이런 마을들을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보 주변이 관광지로 확대되다 보면 리조트 등으로 인해 오히려 환경이 훼손될 수도 있다. 그러면 정부가 보 설치의 2차적 효과로 열심히 홍보중인 수질 개선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문제다. 이에 대해서도 심 본부장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복개된 청계천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깨끗하지 않습니까.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께서 청계천에서 쓰레기통을 없애라고 지시했답니다. 쓰레기통이 있으면 더 더러워진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마찬가지로 하천도 깨끗해지면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합니다. 오히려 더 깨끗하게 관리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심 본부장은 이번 4대강 사업의 마무리와 함께 국민이 깨끗한 하천을 즐기는 것은 물론 하천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운동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자발적인 운동단체들에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는 게 심 본부장의 설명이다.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는 대운하 공세

… “1년 뒤면 반대론자들 머쓱해질 것”


4대강 사업과 관련,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직도 심심치 않게 반대론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상 대운하 공사’라는 지적이다.

“반대론자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갑니다. 다분히 정치적인 색채가 짙다는 얘기죠. 보세요. 대통령께서 대운하 안 한다고 하니까 그 다음에 들고 나온 게 수질 문제입니다. 그러더니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공세를 퍼붓다가 한 달 전쯤부터 다시 대운하 문제로 왔어요. 대통령께서도 얘기했지만 짧은 공사 기간으론 대운하를 못 만듭니다. 대운하를 만들려면 화물선 등이 다닐 수 있는 갑문과 선착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공사에 이런 것들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놀잇배나 요트 정도가 20~70㎞ 구간 내에서 다닐 수 있을 뿐이죠. 아무튼 1년 뒤면 대운하론자들은 머쓱해질 겁니다.”

수질에 대해서도 반대론자들은 보를 쌓으면 오히려 나빠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 본부장은 “현재 보를 쌓는 목적은 우선 홍수 및 가뭄 방지에 있고, 그 다음이 수질 개선에 있다”며 “하수처리장을 확충해 오염원을 차단하고 충분한 수량을 흘려준다면 확실히 수질이 개선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추진본부는 수질 개선을 위해 별도로 4가지의 대책을 내놓았다. 첫째는 하천 내의 비닐하우스 등의 농경지를 모두 철거해 오염물질의 직접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고, 둘째는 인(T-P) 처리 시설을 도입하고, 하수처리장 방류 기준을 강화하고, 셋째는 보를 가동보 형식으로 설치해서 하상 퇴적물을 주기적으로 방류하고, 넷째는 신규댐 건설과 농업용 저수지 96개소를 높이 쌓아 갈수기 하천 유지용수를 증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좋은 물의 비율이 2006년 76%에서 2012년 83%로 높아진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수질 예측 분석이다. 실제로 체류시간이 200~400일인 소양호, 충주호의 경우도 상류 오염 물질의 유입이 없어 1급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4대강보다 지류 하천들부터 공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심 본부장은 “투자의 효율성을 볼 때 본류인 4대강을 먼저 정비하는 게 마땅하다”며 “나머지 국가 하천 및 지방 하천에 대한 종합계획도 수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4대강을 먼저 정비하는 것과 관련, 심 본부장은 2001년 태풍 매미로 낙동강 제방이 붕괴된 사례를 들어 대도시가 인접한 4대강 본류에 홍수가 발생하면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될 뿐 아니라 본류에 과도하게 쌓인 퇴적물로 인해 물이 지류로 역류할 경우 지류에도 함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 입찰에 따른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심 본부장은 “모든 것을 오픈하고 공정하게 심사한 만큼 문제가 전혀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4대강살리기입찰담합중점감시단’을 구성해 발주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 입찰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명필 본부장 프로필

1950년 경북 선산 출생. 69년 경북고 졸업. 73년 서울대학 토목공학과 졸업. 84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 공학박사. 2007년 인하대학교 대학원 원장, 한국수자원학회 회장. 2009. 4월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인하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