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G삼정회계법인 IM(Industrial Market)1본부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파수꾼’이 모토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회계감사 및 컨설팅 서비스를 디딤돌로 삼아 한국 주력 제조산업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지향한다는 다짐을 담은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현재 IM1본부는 조선, 화학, 철강, 기계, 제지, 제약산업 등 한국 경제를 오랫동안 지탱해온 주력산업 분야의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기본적인 회계감사 업무를 비롯해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등의 회계 선진화 자문, 지주회사 설립 자문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게 강점으로 평가된다. 정대길 IM1본부장을 만나 한국 주력산업의 최근 관심사와 동향을 살펴봤다. 인터뷰에는 김진태 상무, 배정규 상무, 김현중 상무 등 핵심 임원 3인도 배석했다.

KPMG삼정회계법인(이하 삼정)은 산업별 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소속 회계사 개개인이 특정 산업의 전문성을 확보해 보다 깊이 있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전체 조직구조 역시 특정 산업을 전담하는 본부들이 각자 영역을 책임지는 형태로 짜여 있다. 이른바 ‘라인 오브 비즈니스(Line of Business·LOB)’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체제다.

이런 삼정 특유의 조직구조에서 IM1본부는 조선, 화학, 철강, 기계산업 등 전통적인 제조산업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조선, 화학산업은 굵직굵직한 고객사들이 다수 포진한 핵심 수요처다. 정대길 본부장은 “(중후장대한 산업을 맡고 있다 보니) 본부가 좀 묵직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삼정은 국내 회계·컨설팅업계에서 산업별 전문가 조직을 구축한 사실상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2000년대 초부터 점차 LOB 체제로 전환을 시작해 5~6년 전쯤 현재의 산업별 본부 체제를 완성했다. 정 본부장은 LOB의 얼개를 짜고 고객 업무를 이관하는 등의 실무를 총괄한 주역이기도 하다. 기존 조직구성을 완전히 새로 짜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복잡하고 민감한 프로젝트였던 까닭에 최종 마무리까지는 2년 가량 소요됐다고 한다.

“국내 회계법인 가운데 업종별 전문성을 토대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삼정이 처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산업별 전문가가 자신의 전담 산업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그 산업의 속성이나 특징, 트렌드를 잘 알게 돼 궁극적으로는 서비스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 LOB 체제의 가장 큰 장점이죠.”

최근 수 년간 국내 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및 정착이었다. IFRS는 2011년부터 국내 전체 상장기업에게 의무화됐다. 삼정은 IFRS 도입 단계에 대활약을 펼쳤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IFRS 도입 프로젝트 상당수를 도맡다시피 했다. 정대길 본부장은 2009년 한국 최초로 IFRS를 조기 채택한 KT&G의 프로젝트를 맡았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IFRS는 글로벌 회계기준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IFRS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요. 삼정은 IFRS 도입을 추진 중인 외국 기업들에게 IFRS 컨설팅을 수출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회계·컨설팅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어요.”

IFRS 도입 선도…해외수출도 나서

현재 삼정 IM1본부는 인도네시아, 몽골, 일본 지역에서 IFRS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리나라의 KT에 해당하는 ‘인도네시아텔레콤’의 IFRS 도입 자문을 맡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보다 여러 면에서 앞선 일본으로의 IFRS 수출이다. 정 본부장은 “일본이 의외로 IFRS 등의 국제적인 회계 트렌드에 둔감합니다. 그래서 우리 삼정을 통해 IFRS 도입을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IM1본부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물론 회계감사 서비스다. 회계감사는 IM1본부의 전체 수익 가운데 60~6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회계·컨설팅업계는 2000년대 이후 회계감사 서비스 시장의 성장 정체에 봉착해 있다. 이 때문에 비(非) 회계감사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확대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삼정 역시 예외는 아니다.

“1990년대만 해도 국내 회계법인들은 수익의 80~90%를 회계감사로 거둬들였어요. 일의 내용 자체가 단순했던 겁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수익구조를 감사 50%, 비 감사 50%의 비율로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비스 상품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저희 회사 차원에서도 비 감사 시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많은 성과를 낳고 있습니다.”

IM1본부는 현재 회계감사 외에 비 감사 서비스로 M&A, 회계 선진화, 지주회사 설립,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유무역협정(FTA), 지속가능경영(SUS: Sustainability) 등에 관한 다양한 자문 및 용역 서비스를 고객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IM1본부 내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있지만 해당 업무를 전담하는 다른 본부의 전문가 그룹과 협업 체제를 구축한 것도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삼정 특유의 이른바 ‘코워크(Co-work)’ 문화를 바탕으로 업무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1본부의 비 감사 서비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M&A 자문이다. 현재 IM1본부는 국내 에너지·자원 관련 기업의 의뢰를 받아 남미 지역의 한 대형 수력발전소 지분 인수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기도 하다. M&A 다음으로는 IFRS 도입에 따른 후속작업 수요가 많다고 한다. 아직 IFRS가 완전히 자리잡은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국내 기업들에게 M&A는 가장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주요 고객사들도 해외 진출이나 신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에 대한 딜(Deal)을 활발하게 추진 중입니다. 저희 고객사들은 화력, 수력, 풍력 등 외국 발전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입니다.”

M&A 시장 확대 추세의 배경에 대해서는 배석한 임원들도 한 마디씩 꺼냈다. 그만큼 M&A가 중요하고 광범위한 화두가 된 셈이다. 김진태 상무는 “M&A는 이제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일상적인 경영수단이 된 것 같아요. 고객사 임원들을 만나면 늘 ‘좋은 물건 있으면 언제든 가져오라’고들 해요”라고 밝혔다.

또 배정규 상무는 “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이 바뀐 것 같아요. 이른바 속도경영 시대이다 보니 잘 나가는 회사를 디딤돌로 삼아 신속한 성장 기회를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현중 상무 역시 “업종별로 큰 기업들은 모두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작은 회사들도 M&A 추진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은 마찬가지죠”라고 덧붙였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재계에서는 선진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부각되면서 지주회사제도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미 재벌그룹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이 주춤해졌다. 대신 중소규모 그룹들의 지주회사 전환은 조금씩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주회사 설립 자문은 일종의 ‘토털 서비스 상품’이다.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기업분할·합병, 지분정리, 회계, 세무 등 다양한 이슈를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기간이 2~3년씩 소요되기도 한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고 품도 많이 드는 작업이 지주회사 전환이다. 그런 점 때문에 지주회사 설립 자문은 ‘종합예술’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 정대길 본부장을 비롯해 IM1본부 임원들이 함께 포즈를 잡았다.김현중 상무, 정 본부장, 김진태 상무, 배정규 상무(왼쪽부터)
- 정대길 본부장을 비롯해 IM1본부 임원들이 함께 포즈를 잡았다.
김현중 상무, 정 본부장, 김진태 상무, 배정규 상무(왼쪽부터)

전통 제조산업 화두는 신사업·신시장

IM1본부가 담당하는 산업은 조선, 화학, 철강, 기계 등 주로 전통적인 제조업이다. 전통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대체로 성장세가 더디거나 성장 한계에 봉착한 경우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IT 혁명에 힘입어 전자·전기·정보통신 같은 첨단산업이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는 것을 감안하면 ‘갑갑증’이 생길 만도 하다. 그렇다면 전통업종 기업들은 어떻게 변화를 도모하고 있을까. 정 본부장은 “한마디로 신사업 및 신시장 진출이 핵심적인 관심사”라고 요약했다.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수익 극대화죠. 최근 전통업종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수익 확대를 위해 새로운 시장, 특히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성장동력, 즉 신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 골몰하는 것도 공통점이죠. 선진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신기술 확보도 큰 이슈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신사업이나 신시장에 진출하더라도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아무래도 경험과 지식이 있는 사업을 해야 시너지 창출이나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사업과 전혀 무관한 신사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그만큼 성장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 본부장은 KT&G를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현재 KT&G는 담배와 전혀 관계없는 제약, 화장품, 바이오 사업으로 진출한 상태다. 아직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당 신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는 매우 크다. 세계적인 금연 열풍과 담배 규제로 인해 미래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게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KT&G로서는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승부수인 셈이다.

정 본부장은 IM1본부의 역량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특히 M&A 자문에 관한 한 업계 최고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뿐 아니라 회계 선진화와 구조조정 자문도 자신 있는 분야다. 그는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IM1본부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즐겁고 신바람 나는 일터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고객사에 제공하는 서비스도 최고가 되겠지요.” 

Tip ㅣ 삼정 IM1본부는…

회계사 100여명으로 구성된 산업별 전문가 조직

KPMG삼정회계법인 IM1본부는 약 100명의 공인회계사로 구성된 산업별 전문가 조직이다. 조선, 화학, 철강, 기계, 제지, 제약, 기타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주로 산업재 업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SK케미칼,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KCC, SK네트웍스 등 업종별 대표 기업 다수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조선산업과 화학산업의 고객 비중이 큰 편이다. 특히 조선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현대중공업이 가장 큰 고객이며, 산업으로는 큰 고객사들이 여럿 포진한 화학산업이 최대 수요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