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은 우리나라의 오랜 염원이자 도전이다.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해외 곳곳에서 에너지 자원을 캐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삼정KPMG그룹의 IM(Industrial Markets)2본부는 에너지 기업에 특화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홍기 IM2본부장을 만나 에너지 업계의 주요 이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에너지 산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세계 일부 지역에 편재하다 보니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시장 자체가 국제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그동안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주로 수요자 위치에 서 있었다. 좀더 엄밀히 따지면 해외 자원부국에서 석유나 가스를 수입해 국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중개자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수요자나 중개자에 머물지 않고 공급자 기능을 확보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해외 자원개발 열풍이 단적인 증거다.

IM2본부는 유력 에너지 기업들을 다수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객사들의 해외 사업과 관련한 서비스 제공에 상당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배홍기 본부장의 설명이다.

“IM2본부는 해외 자원개발을 비롯한 해외 사업이 많은 고객들을 위해 전 세계에 걸친 KPMG인터내셔널의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원개발 전문팀을 구성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수행하는 고객사들에게 필요한 감사나 자문 업무를 보다 밀도 있게 수행하고 있지요.”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 역사는 30년이 넘었다. 1977년 한국전력이 파라과이의 ‘산 안토니오 우라늄광산’ 개발에 참여한 게 시초로 꼽힌다. 에너지 자원에 국한한다면 1981년 인도네시아의 ‘마두라 유전’ 개발 참여가 첫 번째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개발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것은 2000년대 이후다. 고유가 및 광물가격 폭등이 가장 큰 계기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개발 누적 투자액(민·관 합계)은 2010년까지 총 342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2011년 한해에만 약 100억달러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해외 자원개발 열풍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2011년 기준 약 800건에 육박하고 있다. 분야별로 나눠보면 에너지(석유·가스)의 경우 57개국에 걸쳐 341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광물의 경우 59개국 450개 사업장에서 38개 광종(鑛種: 광물의 종류)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덕분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주개발률(自主開發率)은 13.7%로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자주개발률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개발하는 석유·가스 생산량을 국내 전체 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한 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 배홍기 본부장(왼쪽에서 3번째)을 비롯한 IM2본부 임원들이 함께 포즈를 잡았다(위 사진).

해외 자원개발로 ‘에너지 자주개발률’ 제고

통상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은 크게 탐사, 개발, 생산의 3단계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과거 탐사 단계 투자가 많았다. 문제는 탐사 단계 투자의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당초 추정했던 만큼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요즘에는 투자의 축이 개발·생산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배홍기 본부장은 “해외 자원개발 투자 형태로 보면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 기업들은 자원을 적시에 확보할 수 있는 개발 및 생산 단계의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자원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자사가 보유한 브라질 해상 광구를 덴마크 석유개발업체 머스크오일에 24억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지난 2000년 7억5000만달러에 매입했던 광구를 재매각하면서 큰 차익을 남긴 셈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이밖에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 한국가스공사의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 삼탄(유연탄 및 자원개발 전문업체)의 인도네시아 유연탄광 사업 등도 해외 자원개발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해외 자원개발 분야는 여전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주무르는 엑슨모빌, BP 등의 메이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에 비해 자본, 인력, 경험 등 모든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한국 에너지 기업들은 5~10% 가량의 소량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원개발 사업에서는 누가 주도적인 운영권을 갖느냐에 따라 운영권자와 비(非)운영권자로 나뉜다. 한국 에너지 기업들은 대부분 비운영권자로서 지분참여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운영권자가 되려면 대규모 자본은 물론 탐사능력과 전문인력도 함께 갖춰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 메이저 기업들과 경쟁할 형편이 못 됩니다. 다만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영국의 자원개발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운영권자가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그러려면 자본, 인력, 경험 및 노하우가 쌓여야죠. 그런 점에서 한국석유공사 중심으로 에너지 공기업을 대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규모는 무려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연료 등을 모두 합친 전체 에너지 수입규모는 1700억달러를 상회했다. 2011년은 한국이 사상 최초로 총 무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수출 5565억달러, 수입 5244억달러)한 기념비적인 해였다. 그런데 전체 수입액 중 에너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만 무려 3분의 1에 달했던 것이다.

사실 한국의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구조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지난 6월7일 오후 한때 전력예비율이 5%대로 떨어진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는 때이른 더위가 계속되자 냉방용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전력예비율은 최대 전력공급 능력에서 최대 전력수요를 뺀 수치(예비전력)를 다시 최대 전력수요로 나눈 것으로 전력 수급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전력예비율이 낮을수록 위험하다는 뜻이다. 가령 전력예비율이 뚝 떨어지게 되면 지난해 9월15일 전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9·15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같은 심각한 사태가 갑자기 발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전력예비율이 아슬아슬한 수위에 이른 데는 2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첫째는 발전기 고장 및 정비로 인해 전력공급 능력이 부족해졌다는 점이고, 둘째는 전력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돌 정도로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전기요금 현실화로 에너지 소비구조 개선해야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은 2010년 기준 세계 8위에 해당한다. 국가 규모에 비해 매우 많은 에너지를 쓰는 편에 속한다. 물론 이유가 있다.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이다 보니 에너지 다(多)소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쓰는 에너지 과(過)소비 풍토 역시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일반가정, 상업시설을 가리지 않고 과도한 냉난방을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잘못된 관행에는 저렴한 전기요금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 보니 절전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외국에 비해 매우 낮게 책정돼 있다. 2011년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평균 대비 43%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27개국 가운데 전기요금이 가장 싼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였다.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덴마크와 비교하면 고작 23.4%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일본과 대만은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해 전기사용량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일본의 경우 지난 4월 전기요금을 17% 인상함으로써 전기사용량을 21%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 정부도 전력수급 문제가 발등의 불로 다가오자 전기요금 인상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싼 것은 사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전자, 철강,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이 제품 경쟁력을 갖춘 데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크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요즘 전기요금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원론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이 마땅합니다. 지금 가격으로는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요금은 물가안정, 산업활동 등과 직결돼 있어 쉽지 않은 문제지만 어쨌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합니다.”

에너지는 국가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근간이다. 에너지 없이는 풍요로운 일상생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온갖 난관을 뚫고 에너지를 확보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물쓰듯 펑펑 전기를 써대는 모습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 자립’은 국민 모두가 합심해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다.

 Tip l 삼정KPMG IM2본부는…

“자타 공인 에너지 전문가 그룹이 목표”

삼정KPMG그룹 IM2본부는 에너지 및 자원개발 산업에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다. 110여명의 전문가들이 가스산업팀, 전력산업팀, 석유산업팀, 자원개발팀 등으로 나뉘어 고객사들에게 회계감사 및 각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고객으로는 한국가스공사, SK E&S 및 계열회사, 서울도시가스, 도시가스협회(이상 가스산업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및 발전회사, 포스코에너지, GS파워, 한국지역난방공사, 경기CES(이상 전력산업팀),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이상 석유산업팀), 한국석유공사, SK이노베이션, 해외자원개발협회(이상 자원개발팀) 등이 있다.

에너지 기업들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많이 펼친다. 해외 자원개발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에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이다. 이 때문에 IM2본부의 고객사들은 투자 위험 및 경제성 분석에 대한 니즈가 특히 많다고 한다. 또 자원개발 사업에 이미 참여 중인 고객사들의 경우에는 투자자금 집행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광구(鑛區)감사 수요도 많다.

배홍기 IM2본부장은 삼정KPMG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에너지 산업 전문가다. 현재 삼정KPMG그룹의 ENR(Energy and Natural Resources) 리더로 활동하면서 KPMG인터내셔널의 아시아·태평양(ASPAC) 에너지 산업 TF팀 CEO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는 “IM2본부의 비전은 국내뿐 아니라 KPMG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에너지 산업 전문가 그룹이 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