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타트업 전성시대다. 스타트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신생기업을 뜻한다. 창조경제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창업 활성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스타트업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불었던 벤처붐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벤처붐이 만들었던 거품이 꺼지면서 겪었던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은 다르다. 단순히 창업 비율만 중요시하던 예전과 달리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질적인 창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아이디어, 꿈과 열정을 갖고 있으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그런 때다. 국내 5000만 내수시장을 보는 것보다 70억 인구가 있는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스타트업은 이를 염두에 둔 기업이 대다수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의미를 단순한 기술 개발이나 일자리 창출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10년, 20년 후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트업이 한국 경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역발상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불황을 뚫는 스타트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인터넷 기반 신생기업을 뜻하는 단어로 출발했다. 지금은 파괴적 혁신을 바탕으로 기존의 질서와 시장을 뒤흔들며,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벤처와 다르다. 국내에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즈음이다.

스타트업 붐이 전 세계를 휘감고 있다. 스타트업의 본거지인 실리콘밸리에는 이미 2000개 넘는 업체가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이 유럽의 창업 메카로 키우고 있는 테크시티에는 1300여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 열풍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기세다. 2013년 10월 신설법인은 6445개로, 이 중 전년 동월 대비 30세 미만 창업자의 증가폭(25.7%)이 가장 컸다. 스마트 기기 확산에 따라 청년층에 유리한 창업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50대 창업자가 음식이나 도·소매 등 생계형 업종에 뛰어드는 반면 30대 미만의 창업자들은 벤처 창업에 나선다는 점에서 다르다.

스타트업은 고속성장을 지향하는 기업이다. 고속성장을 지향한다고 해서 첨단 정보기술(IT) 업종만 있는 게 아니다. 전통 제조업에서도 남다른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이가 적지 않다.  또 평소 생활 속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놓치지 않고 사업에 연계한 경우도 많다.

스타트업을 육성·지원하고 있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창업 아이템은 아주 상식적이고 창업가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야 한다”며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추구하는 아이템은 멀리 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되 창업가 자신만의 주관과 경험에서 배여 나온 아이템이 가장 좋다는 얘기다.

1. 2013년 8월31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프라이머의 4회 데모데이에는 최근의 스타트업 열풍을 반영하듯 500여명의 예비 창업자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2.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의 필수코스로 불리는 고벤처포럼에서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1. 2013년 8월31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프라이머의 4회 데모데이에는 최근의 스타트업 열풍을 반영하듯 500여명의 예비 창업자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2.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의 필수코스로 불리는 고벤처포럼에서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 시대의 흐름 이해해야”

키즈노트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등에 대해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다. 키즈노트는 5만여 유치원과 어린이집 중 7000여곳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키즈노트의 창업자인 최장욱 공동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의 수기 알림장을 본 최 대표가 유치원 교사와 부모 모두가 편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알림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 키즈노트의 탄생 배경이다.

서울의 맛있는 동네빵집의 빵을 주문받아 배달해주는 헤이브레드는 창업자인 유민주 대표가 자신이 좋아하는 빵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자고 마음을 먹으면서 시작됐다.

스타트업은 온라인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마케팅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큰 자금 없이도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추천 서비스인 왓챠는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모바일 버전은 입소문만으로만 35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페이스북 등 SNS의 인맥을 기반 데이터로 삼고 있어 영화를 추천할 때마다 ‘내 친구가 재미있게 본 영화’ 등의 설명이 붙는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은 스타트업 창업 붐에 기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창업과 벤처를 꼽았다. 이미 정부는 2010년부터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3년간 총 464개 아이디어를 공모해 54개 프로젝트를 개발·지원하는 등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해 왔다.

창업에 나서는 청년·대학생들은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창업에 앞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좋은 창업 아이템과 함께 능력 있는 팀을 꾸려야 하고, 투자자도 필요하다. 또 사업 과정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도 있어야 한다. 이런 창업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곳이 창업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다. 이제 막 창업을 했거나 예비 창업자에겐 필수코스다.

지난 2013년 11월26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의 KT올레스퀘어에는 300여명의 청년들로 가득 찼다. 매달 마지막 주에 개최해 청년창업 희망자에 대한 멘토링·엔젤투자 등을 지원해주는 ‘고벤처포럼’이다. 벤처 창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이나 이미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 창업가들이 성황을 이뤘다. 초청강사의 강연이 끝나자 참석자 전원이 10초 동안 짧게 자기소개를 한다. “창업을 하고 싶은 대학생입니다. 창업 아이템을 얻고 싶어서 왔습니다”, “투자할 만한 신생 벤처를 찾기 위해 ○○○창투사에서 왔습니다”. 300여명이 소개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1시간이 넘는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고 이들의 말 한마디에 귀를 쫑긋 세운다. 이러한 풍경은 매달 반복된다.

창업 아이디어와 투자자를 이어주는 프라이머의 엔턴십·데모데이도 국내 대표적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다. 프라이머는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다. 엔턴십은 기업가(Entrepreneur)와 인턴십(Internship)의 합성어로 ‘창업 인턴십 교육’이라는 의미다. 예비창업가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권도균 대표, 이택경 대표 등 프라이머의 파트너가 직접 교육, 멘토링하는 온·오프 창업실습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3년 4, 5회 엔턴십에서는 약 1000여명의 창업가와 예비창업가가 참여해 400여개의 비즈니스 모델이 등록됐다. 프라이머 데모데이는 엔턴십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과를 낸 팀들이 그동안 다듬어 온 서비스와 제품, 사업 모델 등을 스타트업 관계자들 앞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2013년 4회 데모데이에는 약 500명이 참여했다. 프라이머는 데모데이와 엔턴십을 통해 발굴한 20여개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하고 있다.

이외에도 창업자들이 함께 모여 일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디(D)캠프를 비롯해 각종 기술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서울벤처인큐베이터, 스마트인큐베이터 등도 대표적인 창업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는 기술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창업자를 선발해 계획 수립부터 사업화까지 도와준다.

이 밖에 포스코·삼성SDS·SK텔레콤·KT 등 대기업과 주요 지자체가 운영하는 각종 창업 프로그램과 경진대회도 대학생·청년들의 창업 ‘등용문’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 프라이머 엔턴십에 참가한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정보를 나누고 있다.2. 키즈노트는 어린이집의 수기 알림장을 유치원 교사와 부모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알림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 탄생 배경이다.
1. 프라이머 엔턴십에 참가한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정보를 나누고 있다.
2. 키즈노트는 어린이집의 수기 알림장을 유치원 교사와 부모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알림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 탄생 배경이다.
2014년 스타트업 투자 환경 개선돼

정부는 2014년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를 지원 육성하기 위해 투자 환경과 제도,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일단 기술만 있다면 감독당국의 조사를 거쳐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신기술 사업자’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응용해 사업화하려는 자’로 범위가 넓어졌다.

엔젤투자자들이 투자하는 벤처와 스타트업은 전체 2%에 불과하다. 정부는 일정기준 이상 투자 실적과 경력 등을 보유한 엔젤투자자는 전문 엔젤로 지정해 이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들은 소액 투자에 특화돼 담보와 보증 등이 요구되는 융자와 달리 기업의 실패 리스크를 공동으로 부담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또 엔젤투자매칭펀드 등을 조성해 지원을 강화하고, 투자 자금 중간회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업 지원 업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스타트업은 중소기업청 펀드를 주시해야 한다. 60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는 정부가 2000억원을 출자하고 대기업과 선도벤처기업, 연기금 등 민간 부문에서 출자해 조성한다. 창업 초기와 성장 2단계로 나눠 투자된다.

Mini Interview  |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똑똑한 젊은이 창업 나서지 않으면 우리 경제 심각한 위기 맞을 것”


“각국의 유능한 젊은이들이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똑똑한 젊은이들이 창업 대신 대기업 취직이나 고시, 의사가 되는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취업보다는 창조적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본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희망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스타트업 전도사로 불리는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미래는 젊은이들의 창업에 달렸다”며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렸을 때부터 기업가 정신 등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외우기식 교육으로는 창업가를 키울 수 없어요. 초·중·고에서도 창업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특히 설사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다시 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자 10명 중 겨우 1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실패의 경험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입니다. 실패를 용인하고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 실리콘밸리이며, 그런 수많은 실패가 오히려 자양분이 돼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형성된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재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번의 실패로 낙오자가 돼 버립니다. 서구 유럽처럼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젊은이들이 두려움 없이 창업에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우리가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아닌 영국의 테크시티를 꼽았다. 테크시티는 런던 동부에 위치한 유럽 최대 IT 클러스터로 전 세계에서 온 1300여개 기업이 모여 있다. 구글·페이스북·인텔·아마존 등을 포함한 세계 모바일·인터넷 기업이 입주해 있는 영국 IT 스타트업의 본거지다.

“테크시티는 중소제조업체들이 모여 있던 우리나라의 영등포 공단 같은 곳을 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창업의 메카로 키운 곳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실리콘밸리와는 다릅니다.”

고 회장은 2013년 11월 스타트업 기업가들과 영국 테크시티를 둘러봤다. 그는 창업 지원을 위한 인큐베이터나 엑셀러레이터(창업 지원 기업)의 기능이 거의 전무한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부러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특히 창조와 혁신은 대기업이 아니라 창업에서 일어난다”고 단언했다. 창조경제의 핵심이 바로 창업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원동력은 모방이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합니다.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기업이 2015년이면 우리 기업을 거의 따돌릴 겁니다. 이대로 가다간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 올 겁니다.”

Mini Interview  |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투자 받으려면 창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 있어야”


“창업 아이템이 좋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누군가 바로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경쟁자가 나와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누구와 싸우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이 경쟁력”이라며 “이를 위해선 하고 싶은 것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임지훈 대표가 설립한 창업 투자사다. 2012년 6월 설립 후 지난 18개월 동안 17개 기업에 투자했다. 한 달 평균 1곳에 투자한 셈이다. 1주일에 20~30개, 1년에 1000개가 넘는 사업 계획서를 검토했다.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정도가 투자됐다.

돈만 투자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투자가 이뤄진 후에도 여러 가지를 지원한다. 협력사를 찾아주고, 기술적 한계를 해결해 주기도 한다. 그는 “벤처캐피탈은 금융이 아니고 기업가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해결사”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그는 “창업을 하는 이유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며 “창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하고 끈기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후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보통 4~5년은 걸리기 마련인데 그 기간을 버텨낼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끈기는 창업에 대한 신념에서 나온다고 그는 봤다.

“창업의 확실한 이유와 비전만 있으면 힘들어도 팀원들과 함께 꾸려나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오래 가기 힘들어요.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창업이나, 뜰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시작하는 창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그는 팀이 어떻게 만나 구성됐는지도 본다. 티격태격하더라도 누구와 같이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창업 구성원이 좋을 경우 법인이 설립되기도 전에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는 “이제는 대기업의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5~10년 동안 선두적인 역할을 하면서 열심히 일했던 분야에서 차별화해 만들어낸 아이템은 분명 성공할 수 있어요. 기술력을 갖춘 인재들이 나와서 창업을 하는 것이 우리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됩니다. 창업은 대기업에 치우친 역량이 재분배되는 촉매제가 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