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금룡 VIP 전용 프라이빗 다이닝 룸.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삼일 금룡 VIP 전용 프라이빗 다이닝 룸.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식당 선정은 쉽지 않다. 성공적인 만남을 위해 음식 맛뿐 아니라 서비스, 분위기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여럿이다. 심지어 식당이 위치한 지점과 방향 등 풍수(風水)를 따지기까지 한다.

이처럼 까다롭게 식당을 고르는 이들에게 식당 하나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서울 청계천변 ‘삼일 금룡(金龍)’을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식당 자체로도 괜찮지만 식당이 들어선 건물이 지닌 상징성과 건물이 서 있는 자리의 풍수적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랜드워커힐 서울 중식당 ‘금룡’의 분점인 삼일 금룡은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시 문 연 삼일빌딩 2층에 있다. 1970년 건축된 삼일빌딩은 대한민국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상징으로 꼽힌다. 여의도 63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설계자는 당대의 건축가였던 고(故) 김중업이다. 그는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낸 근대 모더니즘 건축 거장 미스 반데어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1886~1969)가 미국 뉴욕에 세운 시그램 빌딩에 대한 헌사이자 모방으로 삼일빌딩을 설계했다.

새롭게 단장한 삼일빌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인상이 명확해진 느낌이다. 초점을 제대로 맞춰 흐릿하던 화면이 또렷해졌달까. 정림건축과 함께 리모델링을 맡은 건축가 최욱(58) 원오원아키텍스 소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김중업 선생의 원래 설계를 많이 바꾸지 않으면서 건물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작업 방향이었다”고 했다.

삼일빌딩은 1970년 완공 당시로선 혁신적이었던 유리 외벽(커튼월) 방식으로 지어졌다. 유리를 고정하는 철제 뼈대가 외부에 드러나며 건물의 인상을 결정짓는 공법이다. 이번 리모델링에서는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의 비율과 외관은 그대로 유지하되, 외부로 드러난 철제를 보다 정교하고 날렵한 재료로 교체했다. 최 소장은 “덕분에 건물이 더 섬세하고 단단해 보이게 됐다”고 했다.

1층 로비는 예전보다 훨씬 시원해졌다. 과거 삼일빌딩은 층고가 낮아 실내가 답답했다. 건물 높이는 정해져 있는데 이름처럼 31층에 맞추려다 보니 생긴 문제였다. 이번 리모델링에서는 천장 일부를 트고 배선 등이 들어가는 바닥 높이를 통상 20~30㎝에서

5㎝까지 낮춰 해결했다. 로비 한복판에는 나선형 계단이 있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연결되는 이 계단은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처럼 보였다. 용틀임하는 계단을 올라 2층에 가면 삼일 금룡이 나온다.

나선형 계단을 보며 승천하는 용을 연상한 건 삼일빌딩이 세워진 지점이 갈룡음수형(渴龍飮水形) 명당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목마른 용이 물을 마시는 자리란 뜻이다. 황금 용(금룡)이 자리 잡기에 딱 맞는 자리 같다. 식당 입구 벽을 보면 ‘용이 물 마시고 싶어서 앞쪽 개천(청계천)에 급히 뛰어들고, 이 기운 때문에 산 기운(북악산 지맥)이 발동하면서 복을 가져다주는 명공거경(名公巨卿)의 복록을 누리는 곳’이라는 설명이 쓰여 있다.

풍수를 모르더라도 식당에 들어서면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통유리창을 통해 청계천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햇빛이 화사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좌석 배치나 메뉴를 보면 비즈니스 미팅을 원하는 손님들을 겨냥했음이 확연하다.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조용히 대화 나누기 편한 방(프라이빗 다이닝 룸)이 5개나 된다. 전체 70석 중 3분의 1가량인 42석이 방에 배치됐고, 홀에는 28석만 있다.


프리미엄 비즈니스 다이닝을 테마로 구성한 삼일 금룡의 점심 코스 요리.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프리미엄 비즈니스 다이닝을 테마로 구성한 삼일 금룡의 점심 코스 요리.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훌륭한 풍수지리에 뛰어난 음식

식사는 코스로만 선택 가능하다. 점심은 백운·조리장특선(오마카세)·금룡 세 가지, 저녁 식사는 한 가지다. 어떤 요리로 코스가 구성되느냐는 그때그때 어떤 재료가 제철이냐에 따라 김순태 총괄셰프가 결정한다. 저녁에는 전가복, 칠리새우, 류산슬, 탕수육, 깐풍기, 군만두, 싱가포르식 양갈비 구이 등 단품 요리를 코스에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국내 중식당에서는 드물게 채식 요리로만 짜인 ‘베지테리언 코스 메뉴’도 있다. 김 총괄셰프는 “광화문과 종로, 을지로 일대에서 일하는 외국인 중 채식주의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인 중에서도 채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최근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듯하기도 하다. 채식 중식은 어떤 걸까 궁금해 식당 웹사이트(31geumryong.com)를 찾아보니 ‘감자 난자완스’ ‘동충하초 송이 수프’ 등 흥미로운 음식이 꽤 보여서, 한번쯤 맛보고 싶었다.

삼일 금룡의 음식은 워커힐 본점과 마찬가지로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중식’을 표방한다. 정통 광둥요리에 현대적 조리 기법을 더해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중식. 쉽게 말하면 홍콩이나 싱가포르 고급 중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시식하러 간 날 조리장특선 런치 코스에 포함돼 나온 ‘자화남과’가 대표적이었다. 곱게 다진 돼지고기를 채워 넣은 호박꽃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뒤 맑고 섬세한 소스를 끼얹어 냈다. 호박꽃을 만두피처럼 사용하는 조리법은 이탈리아 요리에서 즐겨 사용하는데, 모차렐라 치즈 등을 채워 튀긴다. 이걸 중국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연하면서도 바삭한 호박꽃을 깨물면 뜨거운 김이 터져 나오고, 돼지고기가 부드럽게 씹힌다. ‘금화어치회반’도 다른 중식당에서 보기 힘든 메뉴다. 상어지느러미(어치)를 통으로 얹은 누룽지탕(회반)으로, 섬세한 부드러움과 구수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요리다.

뛰어난 음식에 호텔급 서비스와 분위기, 대한민국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대표하는 건물이라는 상징성, 풍수적 길지라는 의미까지 가졌으니, 당분간 강북에서 가장 탐내는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각광받을 듯하다.


삼일 금룡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85 삼일 빌딩 2층, (02)6255-9931

분위기 밝고 세련됐으면서도 활기차다. 탁 트인 통유리창 밖으로 청계천 그리고 일대를 오가는 사람들이 훤히 내다보인다.

서비스 호텔에서 직영하는 레스토랑답게 정중하면서도 격조 있다. 그러면서도 호텔을 벗어난 캐주얼함이 공존한다.

추천 메뉴 백운 런치 코스 6만5000원, 조리장특선 런치 코스 9만8000원, 금룡 런치 코스 15만원, 채홍 디너 코스 20만원, 베지테리언 코스 10만원.

음료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저녁 오후 5시 30분~9시. 주말 휴무

영업시간 점심 낮 12시~오후 3시, 저녁 오후 5~10시

예약 권장

주차 편리. 발레파킹 가능

휠체어 접근성 편리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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