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한 코치(왼쪽)와 이정윤 세무사. 사진 골프다이제스트코리아·밸런스에셋
임진한 코치(왼쪽)와 이정윤 세무사. 사진 골프다이제스트코리아·밸런스에셋

메이저리그 전설의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1918~2002)가 쓴 책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에 그가 4할대 타율을 기록한 비법이 적혀 있다. 1941년 윌리엄스가 4할대(0.406) 타율을 작성한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4할 타자가 다시 등장하지 않아 그는 ‘최후의 4할 타자’란 애칭으로도 불린다.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 존을 야구공 크기 77개로 나누었다. 그리고 오직 자신이 치기 좋은 공만을 노려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설명했다. 잘 던지던 투수도 누구나 치기 쉬운 한가운데 높은 공을 던지는 실투로 홈런을 얻어맞곤 한다. 이런 공을 ‘팻 피치(fat pitch)’라고 한다. 윌리엄스는 팻 피치가 오기를 끈질기게 기다려 높은 타율을 기록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치기 쉬운 공을 기다렸다가 때렸기 때문에 4할 타율이 가능했다. 만약 낮은 쪽 코너로 오는 공을 보고 방망이를 휘둘렀다면 내 타율은 0.230에 불과했을 것이다.” 윌리엄스는 19년 동안 2292게임에서 통산 타율 0.344를 기록했고, 1966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사진 트위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사진 트위터

2017년 미국 케이블방송 HBO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워런 버핏이 된다는 것(Becoming Warren Buffett)’에서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주식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92)은 “주식 투자는 테드 윌리엄스의 지혜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설파했다. 버핏의 투자 철칙도 단순 명료하다. ‘규칙 1.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 ‘규칙 2. 규칙 1을 절대로 잊지 말라’이다. 떼돈을 벌고 싶은 사람에게 투자의 현인이 전하는 최고의 조언이 ‘돈을 벌기 전에 먼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버핏은 글로벌 투자 전문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자신의 고향 오마하(Omaha)에서 투자 활동을 시작해, 미국 5대 갑부에 꼽힐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비결은 “주식 투자도 어느 종목이 저평가돼 투자하기 좋은 ‘팻 피치’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은 한 걸음 더 나가 “투자는 야구보다 훨씬 유리하다. 삼진아웃이 없기 때문에 한가운데 치기 좋은 공이 올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렸다가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방망이를 있는 힘껏 휘두르면 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린이(골프+어린이를 뜻하는 합성어로 골프를 새로 시작한 이들을 부르는 표현)’와 ‘주린이(주식+어린이를 뜻하는 합성어로 주식 투자를 새로 시작한 이들을 부르는 표현)’란 말이 나란히 새로운 사회 현상을 표현하는 유행어가 됐다. 한때 부자 아저씨들의 놀이로 여겨지던 골프는 20~30대가 주축인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와 여성 골퍼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즐기는 이들의 폭이 넓은 스포츠가 됐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직후 폭락했던 주식이 급반등하면서 많은 사람이 노다지를 발견한 듯 주식시장에 새로 뛰어들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절망한 MZ 세대가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한다는 뜻)’에 나섰고 많은 여성 투자자가 가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기 시작한 데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금리 인상에 이은 양적 긴축이 예고되면서 주가가 장기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10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를 끝낸 뒤 모자를 벗어 흔드는 제스처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 사진 AP연합
4월10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를 끝낸 뒤 모자를 벗어 흔드는 제스처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 사진 AP연합

‘투자의 전설’ 일깨운 4할 타자의 조언 

골프와 주식 투자는 게임의 법칙이 흡사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82승으로 최다승 타이기록을 거둔 타이거 우즈(47)는 골프계의 워런 버핏이다. 우즈의 경기는 화려한 이미지가 강하다. 폭발적인 장타에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트러블 상황에서 신기에 가까운 샷으로 팬들을 열광시키곤 한다. 하지만 우즈의 진짜 강점은 위험한 곳을 확률에 근거해 안전하게 우회하는 능력에 있다. 그는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할 때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다음 샷으로 홀에 붙여서 파를 할 수 있는 곳에 공을 떨어뜨리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공격 골프의 상징처럼 보이는 우즈가 실은 ‘수비 골프’의 거장인 것이다. 성급하고 무리한 공격 일변도의 골프였다면 우즈가 승률 22%라는 경이적인 승부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주식 투자도 성급하고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는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타이밍을 선택하는 전략이 필수다. 

주린이와 골린이는 서로 닮은 꼴인 골프와 주식 투자의 지혜를 나누어 가지면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골프와 주식 투자는 극단적인 멘털 게임이라는 점을 이해할 때 본질에 파고들 수 있다. 1930년 4대 메이저대회를 한 해에 석권한 미국의 보비 존스는 “골프는 두 귀 사이 5.5인치 코스, 즉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경기다”라고 설파했다. 잭 니클라우스의 코치였던 짐 플릭(미국)은 “골프는 90%가 멘털이다. 나머지 10%도 멘털이다”라고 말했다. 

구소련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한 정신과 의사 출신의 알렉산더 엘더는 정신분석을 기반으로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한 주식계의 거장이다. 그는 트레이딩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심리를 꼽았다. 트레이더로서 개인의 심리와 군중으로서 집단 심리를 파헤쳐 감정적 취약점을 찾아내고자 했다. 시장과 가격은 무엇인지, 추세의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가 어떤 것인지를 통찰하고자 했다. 

임진한(에이지슈터 대표) 프로는 ‘골프 레슨계의 대부’라 불릴 정도로 폭넓은 인기를 얻는다. 그는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점수를 줄이는 골퍼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우선 6개월 정도 레슨받으며 스윙의 기본을 철저히 익힌다는 것이다. 힘 빼고 클럽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피니시까지 자신 있게 스윙하지 못한다면, 어느 수준에서 한계에 부닥치고 만다.

스윙의 기본을 갖춰야 자신의 신체 조건에서 가능한 한 최대의 비거리와 정확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점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샷 내용에 중점을 두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라운드에 나서야 한다. 임 프로는 “잘 치는 사람의 공통점은 처음에 점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샷에 초점을 맞춘다. 오늘은 파온 10개 이상을 한다는 목표를 세운다. 홀마다 파온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 철저히 연구하고 실천해 나간다. 이렇게 샷의 내용을 가지고 자신의 경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점수가 확 떨어진다”고 했다. 

이정윤(밸런스에셋 대표) 세무사는 인기 만화 ‘허영만의 주식 타짜, 대한민국 주식 고수 7인의 투자 전략’에 등장인물로 나온 슈퍼 개미다. 외환위기 시절 1000만원을 100억원으로 불렸다. 주식 투자의 원리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가 싸고 비싼지만 알면 성공할 수 있다. 그는 “주식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 분석, 차트 분석, 재료(정보) 분석 등 삼박자 투자법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재무제표를 보고 주식을 고르는 것을 보통 가치 투자라고 한다. 뛰어난 능력이 있는 기업인데 PER(주가순이익비율)이 낮다면, 오를 주식을 쌀 때 사는 것이다. 그리고 차트를 보고 오를 종목인지 떨어질 종목인지를 참고해서 판단한다. 종목의 재료를 분석하면서 주가를 예상한다. 이렇게 고른 종목은 분할 매수나 분할 매도를 통해 위험을 분산한다. 이 세무사는 “투자의 기본을 지켜가면서 경험을 통해 능력을 키워나갈 때 위험을 피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