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스터스 골프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타이거 우즈가 포효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2019년 마스터스 골프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타이거 우즈가 포효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2019년 마스터스 우승자였던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2020년 새로운 승자인 더스틴 존슨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 스카이뉴스
2019년 마스터스 우승자였던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2020년 새로운 승자인 더스틴 존슨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 스카이뉴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상징하는 아멘 코너(11~13번 홀)의 한복판에 있는 12번 홀은 155야드 파 3홀이다. 아마추어 골퍼도 7번이나 8번 아이언을 들고 파에 도전해 볼 만한 거리다. 

그러나 바람의 변화가 워낙 심한 데다 앞에 실개천이 있어 골프 명인들이 참가하는 마스터스에서 수많은 참사가 이곳에서 일어났다. 2016년 조던 스피스는 이곳에서 두 차례 공을 물에 빠트리며 4타를 잃고 2연패의 꿈을 접었다. 인디언 무덤이 있던 자리여서 그린 앞 실개천이 공을 수없이 삼킨다는 전설도 있다. 2019년 타이거 우즈는 이 12번 홀에서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브룩스 켑카 등 경쟁자들이 공을 물에 빠트리며 자멸했지만, 우즈는 파를 지키면서 ‘그린 재킷’을 입었다.

그러나 불과 한 해 뒤인 2020년 우즈는 12번 홀에서 세 차례나 공을 물에 빠트리며 기준 타수보다 7타를 더 치는 셉튜플(septuple) 보기를 범하며 10타를 쳤다. 7오버파는 우즈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경력 중 한 홀 최다 오버파다. 1997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3번 홀(파3)에서 적어 낸 9타(6오버파)가 종전 최악 기록이었다.

우즈의 악몽은 첫 번째 티 샷이 물에 빠지며 시작됐다. “바람을 잘못 읽어 짧게 쳤다”고 했다. 1벌타를 받고 드롭 존에서 친 세 번째 샷은 그린 앞쪽에 떨어진 뒤 백스핀이 걸려 물에 다시 빠졌다. 1벌타 드롭 후 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로 향했다. 공이 벙커 경사면 가까이에 있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친 벙커 샷이 그린을 넘어 물로 향했다. 1벌타를 받고 벙커에 드롭한 뒤 친 여덟 번째 샷은 프린지에 멈췄다.

‘냉탕 온탕’을 오간 우즈는 2퍼트로 10타 만에 홀아웃했다. 하지만 우즈는 남은 여섯 홀에서 버디 5개를 잡아내며 레전드의 품격을 보였다. 그는 15~18번 홀 4연속 버디로 경기를 끝냈다. 2019년 마스터스 챔피언이었던 우즈는 그날 4타를 잃고 공동 38위(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지만 밝은 표정으로 새로운 우승자 더스틴 존슨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 줬다. 우즈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스포츠는 때로 끔찍하게 외롭다. 혼자서 끝까지 싸워나가야 한다. (야구나 다른 스포츠처럼) 누가 마운드에서 내려주거나 교체해주지 않는다.”

임진한 프로는 “당시 장면은 우즈가 어떤 골퍼인지 보여주기 위해 만든 드라마 같았다”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정신력이야말로 위대한 골퍼의 기본 자질이다”라고 했다. 임 프로는 이렇게 덧붙였다. “골프는 수시로 행운과 불운이 교차한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고수가 갖춰야 할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주말 골퍼들이 티 샷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나면 너무 쉽게 ‘양파’로 무너진다. 그래서는 골프가 늘지 않는다. 어떻게든 한 타라도 줄이려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실력이 붙는다.

2000년 이후 투자 원금의 200배 수익을 올린 슈퍼개미 이정윤 세무사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주식 투자자가 겪어야 할 경험 중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폭락장이다”라며 “상승장이나 조정장에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폭락장을 경험하지 못하고 안이한 자세로 주식 투자를 하다가 폭락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했다. 

이유는 다양하다고 했다. 심리적으로 폭락장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조정장이나 상승장에 익숙해져 손절매하지 못하고 버티기를 계속하다 더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폭락장을 맞으면 초보 투자자들은 심리적 불안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이 이렇게 빠질 수도 있나 하는 충격을 받는다. 

이 세무사는 이렇게 말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상황이 변해서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수동적 해석도 가능하지만, 사람이 변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능동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그래서 기억해야 한다. 지수 폭락 장세에서 종목들이 얼마나 허무하게 동반 폭락하는지, 반대로 반등 장세가 왔을 때는 얼마나 강력하게 동반 폭등을 하는지. 각각의 경우 절망과 가슴 두근거림까지 철저하게 경험하고 학습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과거 유사 사건들에 대한 자료 수집과 분석이 중요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 증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남북관계 경색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을 과거 사례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당시 어느 정도 기간에, 어느 정도 낙폭이 나왔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돌발 악재에 대처할 수 있는 차가운 머리가 생긴다. 

한국 증시는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0년대 초반 밀레니엄 닷컴버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까지 4번의 대세 하락 장세를 경험했다. 

한국 증시 최장 기간 대세 하락 추세 시기는 1990년대 후반에 시작돼 1997년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듬해인 1998년까지 지속됐다.

1994년 말 주가지수가 1000P를 돌파하자 모두 ‘주가 1000P 시대’를 노래했으나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년간 지수 1145P 최고점에서 277P 최저점까지 추락하는 암흑시대를 경험했다. 1999년 말 1000P를 다시 돌파하면서 2000년 밀레니엄 장세를 맞았으나 멀지 않아 거품 폭락 장세로 이어졌다. 지수가 반 토막이 나며 1000P에서 436P로 떨어졌다. 그리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지수 저점 660P에서 지수 고점 2000P를 돌파하면서 5년간 지수가 세 배 상승했다. 그런데 마지막 해인 2007년 고점 2085P를 마지막으로 약 1년간 바닥 밑에 땅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땅굴 장세가 펼쳐졌다. 2008년 10월 24일 금요일 하루 10% 폭락에 이어 10월 27일 월요일 장중 저점 892P를 바닥으로 마무리됐다. 이 세무사는 “IMF 장세가 길고 긴 하락의 암흑 터널 장세였다면 금융위기 장세는 이제 바닥인가 싶으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고 조정을 조금 주며 바닥인가 싶으면 또 한차례 폭락하는 전형적인 땅굴 장세였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2018년 1월 이후 약 2년 동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흘러내리던 한국 증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2020년 3월 19일 저점을 찍는 하락기를 겪는다. 이 기간 주가는 2607P에서 1439P까지 45% 하락, 코스닥은 932P에서 419P까지 반 토막이 넘는 51% 하락했다. 

이 세무사는 “4번의 대세 하락 장세 전에는 대세 상승 장세가 있었고 4번의 대세 하락 장세 뒤에도 어김없이 대세 상승 장세가 이어졌다”며 “그래서 주식에서 크게 오른 것보다 큰 악재가 없고, 크게 빠진 것보다 큰 호재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을 20년 가까이 하면서 상승장과 하락장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우상향하는 것이 주식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영원한 상승장도 영원한 하락장도 없음을 명심하고 상승장의 끝에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락장의 끝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때를 기다리며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준비된 사람만이 주식시장에서 주는 변화(change)를 기회(chance)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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