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4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의 김아림이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김아림은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로 1위에 올라 우승했다. 사진 AP연합
2020년 12월 14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의 김아림이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김아림은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로 1위에 올라 우승했다. 사진 AP연합

2020년 세계 골프계에서 가장 놀라운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26)일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그는 지난해 국내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상금 랭킹 21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처음 2020년 12월에 열린 여자 골프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랭킹 94위가 메이저 대회인 이 대회에서 우승해 30위까지 64계단을 껑충 뛰어올랐다.

김아림이 ‘필드의 여전사’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장타 여왕’이란 애칭에 걸맞은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큰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다. 장타 여왕의 몸을 만들어 준 최차호(51) 관장, OB 없는 스윙을 알려준 김기환 코치, 똑같은 힘으로 더 멀리 더 똑바로 치게 해준 핑클럽 테크팀 조승진(39) 과장이 그들이다. 예전엔 대부분 미국의 유명 코치나 권위자에게 의존하던 부분을 이제는 한국 전문가들이 맡아서 해낸다. 한국 골프의 역량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최차호 관장, 스윙보다 몸이 먼저

김아림은 시즌 중에도 1주일에 3~4일, 하루 1시간 30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별도의 유산소 운동을 한다. 골프 선수가 아니라 복싱 선수처럼 훈련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김아림은 2017년 9월부터 최차호 관장이 짜준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20년 넘게 프로 골퍼들의 몸을 만들어온 최 관장은 “웨이트트레이닝은 밥과 같다. 매일 먹다가 며칠만 굶어도 힘을 못 쓰는 것과 같은 이치로, 웨이트트레이닝을 1~2주만 쉬면 힘이 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스윙을 하려면 그럴 수 있는 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근육은 견고한 스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최 관장은 처음 김아림을 만났을 때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멀리 치는 느낌은 있었지만, 장타는 아니었다. 장타는 똑바로 멀리 치는 거다. 몸의 좌우 밸런스, 특히 골반 밸런스가 맞지 않아 훅을 칠 수밖에 없었고, 볼을 치는 각도가 무너져 있었다. 골프를 3~4년 치면 대개 좌우 상하가 틀어진다. 근력을 강화해 틀어진 걸 맞췄다. 한꺼번에 바꾸면 스윙 궤도가 갑작스럽게 변해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서서히 진도를 맞춰나갔다. 2018년 김아림이 처음 우승했을 때는 비거리가 15~20야드 늘고 정확성도 좋아졌다.”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승을 추가했던 김아림이 지난해 왜 부진했을까? 최 관장은 “동계훈련 기간 근육량을 늘렸다가 경기를 하면서 점차 근육량은 줄이고 질적으로 향상시킨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대회가 미뤄지면서 미처 그걸 하지 못했다”며 “여름까지 그 상태로 있다가 이후 서서히 빠져 지금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많은 무게를 들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김아림의 경우 스쿼트를 할 때 50㎏을 넘어가지 않는다.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체형과 요령을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김기환 코치. 사진 민학수 기자
김기환 코치. 사진 민학수 기자

김기환 코치, 코스 공략의 전략을 짜다

김기환(31) 코치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정회원으로 남자 골프의 이재경, 서형석, 윤상필, 여자 골프의 이소영 등을 지도한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김아림의 스윙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김아림은 독특한 스윙이었지만 워낙 자신 있게 치기 때문에 스윙 패스를 건드리지 않고 다른 해결책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약간 찍어치는 스타일이어서 페이드(공이 살짝 오른쪽으로 휘는 구질)가 나야 하는데 마지막 순간 클럽을 돌려주면서 드로(공이 살짝 왼쪽으로 휘는 구질)를 만드는 독특한 스윙을 지니고 있다.

티샷 실수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드로 구질이 있는 선수는 티잉 구역의 왼쪽에 서서 페어웨이 오른쪽을 보고 드로가 걸리도록 스윙하면 페어웨이를 넓게 쓰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김아림은 곧장 가거나 페이드가 걸릴 때도 있는데, 이때가 문제였다. 100% 완벽한 스윙을 지닌 선수는 없다. 코스 레이아웃에 따라 실수를 줄이는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김 코치는 “티잉 구역의 약간 오른쪽에서 페어웨이 오른쪽을 보고 치도록 했고 오른쪽 실수가 많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스윙이 흔들릴 때를 대비해 다른 방식으로 치는 ‘백업 스윙’을 만들었다. 헤드가 닫히지 않도록 해 자연스럽게 페이드를 걸 수 있도록 클럽 페이스 컨트롤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리고 스윙 습관을 분석해보니 멀리 치려고 할 때 백스윙이 커지면서 오버스윙도 나오고 머리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스웨이 현상이 있었다. 스탠스가 넓으니까 몸이 따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대회 기간 하나만 신경쓰자고 했다. 백스윙을 가볍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티샷도 다른 선수 드라이버보다 더 멀리 나가는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핑클럽 테크팀 조승진 과장. 사진 민학수 기자
핑클럽 테크팀 조승진 과장. 사진 민학수 기자

핑골프 테크팀 조승진 과장, 100% 기량을 발휘할 클럽을 준비하다

핑골프 테크팀의 조승진 과장은 김아림의 장타 능력을 뒷받침하는 클럽 피팅(맞춤 클럽 제작)에 힘을 쏟았다.

김아림의 헤드 스피드는 시속 104마일에 볼 스피드는 시속 154마일로 여자 선수 중 독보적이다. 남자 선수에 가깝다. 비거리의 3대 요소는 볼스피드와 발사 각도(론치 앵글), 스핀양이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낮은 탄도의 공을 선호하는 골퍼도 있지만 요즘 추세는 높게 떠서 멀리 가는 공을 좋아한다. 캐리가 많이 나가야 벙커 등 위험 지역을 확실히 피해 가는 공을 칠 수 있다.

조 과장은 “2019년까지 김아림의 백스핀양은 2400(분당 회전 속도)이 나왔지만, 헤드 모델과 샤프트 길이를 조절해 스핀양을 200 줄였다”며 “이번에 사용한 드라이버 헤드 모델은 LST(로 스핀 테크놀로지)로 앞으로 뻗어 나가는 구질을 만들기 쉽다. 강하게 때리는 선수에게 어울린다”고 전했다.

김아림은 어드레스 때 콤팩트한 느낌이 들고 컨트롤이 쉬운 작은 헤드를 좋아해 445㏄ 헤드를 만들었다. 김아림의 장타 능력은 3번 우드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볼 스피드 147마일에 250m(캐리 220m)를 편하게 보낼 수 있다. 우드는 공이 높이 뜨는 것과 낮게 뻗어 나가는 두 가지 헤드 타입을 코스 조건에 따라 번갈아 가며 사용한다고 한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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