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월관 별채의 프라이빗룸에서 즐길 수 있는 한우 맡김차림 상차림.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명월관 별채의 프라이빗룸에서 즐길 수 있는 한우 맡김차림 상차림.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이 별채를 새로 오픈하면서 오마카세 서비스를 도입했다. ‘오마카세(お任せ)’는 ‘맡기다’는 뜻의 일본어로, 손님이 메뉴 선택을 맡기면 요리사가 알아서 음식을 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본래 일본 스시(초밥)집에서 출발했다. 그때그때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제철 생선을 요리사가 골라서 내주는 일종의 ‘셰프 추천 코스 메뉴’였다. 국내에서는 스시집을 통해 알려지더니 한우전문점에서 가져다 쓰면서 인기를 얻었고, 이제는 스시와 한우는 물론 양식, 커피 등 다양한 외식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명월관 별채는 일본말 오마카세를 그대로 쓰지 않고 ‘한우 맡김차림’이라는 우리말 표현으로 바꿨다. 오마카세를 명월관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해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명월관 별채의 맡김차림과 기존 한우 전문점 오마카세의 가장 큰 차이는 호텔 내 여러 외식 업장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델비노’, 일식당 ‘모에기’, 뷔페 레스토랑 ‘더뷔페’, 제과점·델리 ‘르파사주’, 카페 ‘더파빌리온’ 등이 코스에 참여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워커힐 모든 업장의 솜씨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셈이다. 일반 음식점에서는 할 수 없는, 특급호텔이기에 가능한 시도다.

아무리 같은 호텔 소속이지만 개별적으로 운영돼온 업장들을 하나의 일관된 코스로 솜씨 좋게 꿰기란 보통 힘들지 않다. 이 난제를 얼마나 완성도 높게 완성했을지 궁금해 명월관 별채를 찾았다. 코스는 한식과 중식, 일식, 양식을 즐길 수 있는 12가지 메뉴로 구성된다. 이날 맛본 첫 코스는 ‘수비드 랍스터, 영암 무화과’였다. 수비드(진공저온조리) 방식으로 조리한 바닷가재와 전남 영암산 무화과, 캐비아, 자몽 등이 하얀 원형 접시 테두리를 따라 마치 화환처럼 아름답게 담겨 나왔다. 최첨단 수비드 조리법을 활용한 점이나 플레이팅(담음새) 등 전형적인 서양 파인다이닝(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올 법한 요리였다.

두 번째 코스는 ‘함평 한우 등심말이’였다. 눈꽃처럼 마블링이 아름다운 전남 함평산 한우 등심을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 접시에 깔고 채소와 소스를 한쪽 끝에 놓았다. 고기로 채소와 소스를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얇은 한우 등심이 체온에 금세 따뜻해지며 감칠맛이 녹아 나왔다. 아삭한 채소의 식감과 상큼한 소스가 감칠맛을 더욱 끌어올렸다.

세 번째 코스는 ‘영덕 대게, 독도 새우’였다. 살아 펄떡대던 대게와 새우가 거추장스러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접시 위로 뛰어오른 것처럼 선도(鮮度)가 뛰어났다. 네 번째 코스 ‘통 들깨 채소 버무림’은 들깨 드레싱이 채소 본연의 맛을 가리지 않으면서 짙은 고소함을 더해주었다.


추(秋) 절기에 제공되는 요리인 함평 한우 등심말이.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추(秋) 절기에 제공되는 요리인 함평 한우 등심말이.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추(秋) 절기 한우 맡김차림 코스에서 제공되는 봉화 자연송이 솥밥.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추(秋) 절기 한우 맡김차림 코스에서 제공되는 봉화 자연송이 솥밥.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동(冬) 절기에 제공되는 전채요리인 벨루가 캐비아 아보카도.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동(冬) 절기에 제공되는 전채요리인 벨루가 캐비아 아보카도.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붉은 고기로 만드는 육식주의자의 천국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의 정체성은 다섯 번째 코스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광식 명월관 조리장이 커다란 검은색 접시에 함평 천지 한우 등심과 안심, 치마살을 들고나왔다. 실처럼 가느다란 지방이 붉은 고기를 촘촘하고 정교하게 덮고 있었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육식(肉食)의 절경’이었다. 주 조리장은 고기를 손님상 옆 숯불 그릴에 구웠다. 겉은 탔다고 해야 할 정도로 바싹 익었으면서도 속은 붉은빛이 완연했다. 살짝 씹으니 육즙이 입안 가득 흥건하게 배 나왔다. 녹는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육질이 부드러웠다. 육식주의자에게 천국이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었다.

여기가 끝인가 싶었더니 클라이맥스가 아직 남아 있었다. 여섯 번째 코스로 나온 매생이와 굴국으로 입에 남은 고기의 여운을 가셔내자, 주 조리장이 다시 칼을 집어 들었다. 일곱 번째 코스 ‘한우 병풍갈비, 양념갈비, 우설(牛舌)’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주 조리장이 칼을 갖다 대니 마치 말아놓았던 서책(書冊)인 양 커다란 뼈에 붙은 갈빗살이 둘둘 펼쳐졌다. 병풍처럼 넓고 큼직한 갈비가 딱 병풍처럼 보였다. 양념갈비는 짜지도 달지도 않게 고기 맛을 살려주는 선을 정확하게 지켰다. ‘어쩌면 고기는 생으로 굽기보다는 양념을 해야 더 제대로 맛볼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소의 혀뿌리 쪽 극소량만을 사용하는 우설은 말랑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경북 봉화 깊은 산골에서 올라온 자연산 송이 향이 그윽한 솥밥과 전남 무안 갯벌 낙지로 맑게 끓인 탕으로 식사를 하고 나니, 향기롭기로 이름난 때죽나무 꿀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견과류로 만든 강정이 올려져 나왔다. 때죽나무 꿀은 테이블에 나올 때부터 진한 단내가 코를 간질이더니, 마치 봄날처럼 입안에서 피어올랐다. 대추야쟈와 계피로 만든 만주와 명월관에서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을 곁들여 차를 마시면서 12코스 맡김차림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코스마다 맛의 밀도와 요리를 담은 접시, 플레이팅 등이 다소 들쭉날쭉이라 전체 코스가 완결된 일관성이 약하고 단순히 여러 식당의 음식을 모아 놓은 듯한 인상이 조금은 느껴져 아쉽지만, 호텔 전체 외식업장의 역량을 다 모아 하나의 코스를 완성한다는 힘든 과제에 도전해 이만한 완성도를 이뤄냈다는 건 대단한 성취다. 일반 음식점보다 높은 수준의 접객과 와인 리스트 등 특급호텔이기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손님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제공할 듯하다. 별채는 룸(객실)으로만 이뤄진 프라이빗 다이닝 전용 공간이다. 6개 룸에 총 40개 좌석이 마련돼 있다. 100%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점심에는 7코스로 압축한 코스도 제공한다.


명월관 별채

분위기 탁 트인 한강과 아차산의 사계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룸 하나당 한 팀만 받기 때문에 아늑하고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낯선 이들과 같은 공간에 있기 힘든 요즘, 특히 인기 높을 듯하다.

서비스 특급호텔에서 기대하는 수준이다.

추천 메뉴 대령숙수(한우 맡김차림) 점심 19만원(7코스), 저녁 30만원(12코스)

음료 워커힐 이정훈 소믈리에가 마련한 ‘페어링 주류 메뉴’를 추천한다. 최상급 한우 풍미를 극대화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스파클링·레드·화이트와인을 엄선했다.

영업시간 점심 정오~오후 3시, 저녁 오후 5시 30분~9시

예약 사전예약제

주차 편리. 발레 파킹 서비스

휠체어 접근성 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