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조이너리(The Joinery)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마스크를 만들었다. 사진 더 조이너리
더 조이너리(The Joinery)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마스크를 만들었다. 사진 더 조이너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 환경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가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와 사회 활동이 감소하고 국가 간 이동이 줄면서 대기와 수질이 깨끗해지는 놀라운 변화가 펼쳐졌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해안에는 해파리가 다시 나타났고,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주변에는 코요테가 등장했고 인도 뭄바이의 샛강에는 15만 마리의 홍학 떼가 나타났다.

유럽항공우주국(ESA)에 의하면, 지난봄 프랑스 파리의 이산화질소 평균 농도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4% 줄었고, 스페인 마드리드는 45%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질이 개선되면서 인도 북부 펀자브주 잘란다르 지역에서는 30년 만에 200㎞나 떨어져 있는 히말라야산맥 정상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도 있었다. 매년 봄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던 국내의 대기질도 달라졌다. 환경부 발표에 의하면, 올해 3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보다 18μg/㎥ 감소했다. 환경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어도 누구나 깨끗해진 봄 하늘을 오랜만에 감상하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만 끼친 건 아니다. 폭발적인 일회용품 사용은 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다. 식기 사용으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 카페와 식당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허용됐고, 일회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배달 음식 사용도 증가했다. 매장 쇼핑 대신 온라인 주문과 배달이 일상화하며 배달용 포장 상자도 감당할 수 없게 쌓이고 있다.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의 증가도 심각하다. 환경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의료폐기물이 지난해보다 80% 이상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매일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도 심각한 환경 문제로 급부상했다. 일회용 마스크에 사용되는 소재는 코팅 처리된 종이, 플라스틱, 폴리프로필렌 등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다. 인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동안 지구는 일회용품 쓰레기에 의해 소리 없이 병들고 있다. 일회용 마스크 생산에서도 전 세계가 공동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간절히 요구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마스크’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새 활용)’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남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더 조이너리(The Joinery)’는 재활용한 플라스틱으로 마스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지 봉제 협동조합과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창출과 탄소 감축에 힘쓴다.

‘프티플라이(Petit Pli)’도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베타 마스크(Beta MSK)’를 선보였다. 프티플라이는 독특한 주름으로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라 함께 커지는 옷을 출시해 화제가 된 브랜드다. 창업자 라이언 마리오 야신은 “450년 이상 바다에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의한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베타 마스크를 개발했다”고 말한다. 베타 마스크 소재는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패브릭인데 30℃의 물로 세탁해 계속 재사용할 수 있다. 프티플라이 특유의 기하학적인 주름 패턴으로 인해 마스크가 코와 턱 아래로 이어지는 얼굴 형태를 따라 커버해준다. 결합된 두 겹의 패브릭 사이에 일회용 필터를 삽입해 필터 효과를 증대시켰다.


프티플라이(Petit Pli)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마스크 ‘베타 마스크(Beta MSK)’를 선보였다. 사진 프티플라이
프티플라이(Petit Pli)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마스크 ‘베타 마스크(Beta MSK)’를 선보였다. 사진 프티플라이

재활용 가능하고 생분해되는 마스크

지속 가능한 마스크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가 발명되면서 더욱 발전하고 있다. 청각장애인과 소통을 위해 개발된 투명 마스크 ‘시어스 95(Seeus 95)’가 대표적이다. 시어스 95 마스크는 청각장애인이 입 모양과 얼굴 표정을 읽으며 소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얼굴 모양에 맞게 입체적으로 디자인돼 있고 피부에 안전하게 부착할 수 있어 표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시어스 95 마스크에 부착된 필터 N95는 대나무·탄소·은·실크·실리콘과 키토산이 주요 재질인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다. 전체 마스크는 피부처럼 유연한 실리콘으로 제작돼 플라스틱과 달리 환경친화적이다. 또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고 얼굴을 압박하지 않는 디자인과 착용감으로 의료진의 새로운 보호 마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진은 코로나19로 장시간 마스크와 보호 장비를 착용하며, 피멍이 들거나 피부 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옥수수 속대에서 추출한 무독성 친환경 소재 그래핀을 사용한 마스크도 친환경 마스크의 미래를 보여준다. 현대팜앤테크가 선보인 ‘그래핀 3D 패션 마스크’는 미세 플라스틱 소재인 일회용 마스크와 달리 항균성, 전도성, 친환경, 무독성, 기능성이다.

생활용품 유통 기업 지쿱은 위생적인 마스크 보관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 마스크 케이스를 개발했다. 지쿱 마스크 케이스는 글로벌 인증기관 SGS의 무독성 친환경 소재 인증을 거쳤고,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으로부터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원단 필름임을 검증받았다. 마스크를 안전하게 보관해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마스크 케이스로 환경과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될 때까지 얼마나 더 오랫동안 마스크를 써야 할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 전 세계인의 공동 목표가 된 시대에 당장 다급한 건 매일 버려지는 마스크와 의료폐기물을 줄이는 일이다. 수많은 환경 운동을 통해 애써 줄여놓은 미세 플라스틱이 일회용 마스크로 인해 폭증하는 것은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다. 재활용을 통한 ‘업사이클링 마스크’, 재활용과 생분해가 가능하며 비말 차단 효과가 검증된 친환경 무독성 마스크의 대중화가 시급하다.


▒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케이 노트(K_not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