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상 처음 가을에 열리게 된 올해 마스터스에선 선수 가족이나 친지가 캐디로 나서는 명물 이벤트 ‘파3 콘테스트’를 볼 수 없다. 무관중 대회로 치러지는 등 많은 것이 바뀌지만 대회 창설자인 보비 존스의 정신 그리고 아멘 코너에서 벌어지는 선수들의 기쁨과 탄식은 계속될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한 더스틴 존슨과 아들의 모습. 사진 AP연합
코로나19로 사상 처음 가을에 열리게 된 올해 마스터스에선 선수 가족이나 친지가 캐디로 나서는 명물 이벤트 ‘파3 콘테스트’를 볼 수 없다. 무관중 대회로 치러지는 등 많은 것이 바뀌지만 대회 창설자인 보비 존스의 정신 그리고 아멘 코너에서 벌어지는 선수들의 기쁨과 탄식은 계속될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한 더스틴 존슨과 아들의 모습. 사진 AP연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사상 처음 가을에 열리게 된 2020 마스터스가 11월 1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린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마스터스는 3월에 개최된 1934년 첫 대회를 제외하고 꽃피는 4월에 대회를 열어왔다. 코로나19는 전통을 중시하는 마스터스 풍경을 확 바꿔놓았다. 오거스타 내셔널을 가득 채운 관중의 함성도 들을 수 없게 됐다. 무관중 대회로 열리기 때문이다. ‘마스터스의 명물’로 통하는 개막 전날 이벤트 대회인 파3 콘테스트도 치르지 않는다. 파3 콘테스트는 대회 개막 전날 선수들이 가족이나 연인, 친구를 캐디로 대동하고 나서는 이벤트 대회로 별도 중계가 이뤄질 만큼 인기가 높았다. 1960년 시작한 파3 콘테스트가 취소된 것은 날씨 때문에 열리지 않은 2017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대회 첫날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게리 플레이어(남아공)의 시타는 변함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 이틀 전 역대 우승자들이 그린 재킷을 입고 모여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챔피언스 디너’도 일정에 포함됐다. 올해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주최자다.

올해는 1, 2, 4라운드를 1번 홀과 10번 홀에서 동시에 출발한다. 마스터스는 그동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번 홀에서 출발했다.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1·2라운드는 짧은 일조 시간 때문에, 컷을 통과한 선수들만 출전하는 4라운드는 경기 시간은 충분하지만 주관 방송사인 미국 CBS가 다른 스포츠 이벤트를 중계하기 때문에 일찍 끝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터스는 3라운드가 열리는 11월 14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오거스타 내셔널 파3 코스 9번 홀 그린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미국 대학 풋볼을 다루는 ESPN 인기 생방송 프로그램 ‘칼리지 게임데이’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대학 캠퍼스를 옮겨다니며 스튜디오를 차리는데 올해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촬영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마스터스 3라운드 중계가 시작된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은 “새로운 시청자에게 대회를 소개하려는 방법”이라고 했다. 3라운드는 1번 홀에서 시작한다.

4월 마스터스 잔디는 여름에 푸른 버뮤다그래스이지만 가을에 열리는 이번 대회는 겨울에 푸른 라이그래스가 깔렸다. 11월은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도 떨어져 비거리가 크게 떨어져 장타자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거스타에서 400야드를 치겠다는 ‘벌크업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가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대회장에 입장할 수는 없지만 티켓을 가진 패트론(오거스타 내셔널은 갤러리를 후원자란 뜻으로 패트론이라 부른다)은 온라인 몰을 통해 기념품을 살 수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마스터스대회 주간에 올리는 기념품 수입은 약 5000만달러(약 565억원)로 추산한다.

가을에 열려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마스터스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타이거 우즈가 지난 4월 가족들과 그들만의 ‘마스터스 만찬’을 즐기고 있다. 왼쪽부터 여자 친구 에리카 하먼, 딸 샘, 우즈, 아들 찰리. 사진 타이거 우즈 트위터
타이거 우즈가 지난 4월 가족들과 그들만의 ‘마스터스 만찬’을 즐기고 있다. 왼쪽부터 여자 친구 에리카 하먼, 딸 샘, 우즈, 아들 찰리. 사진 타이거 우즈 트위터

1│보비 존스

마스터스와 오거스타 내셔널을 만든 건 영원히 아마추어 골퍼로 남은 ‘골프 성인’ 보비 존스(1902~71)다. 존스는 1930년, 당시 4대 메이저 대회로 통했던 US오픈과 US아마추어, 디 오픈과 브리티시 아마추어를 제패하고 홀연히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8세에 불과했다.

골프 팬들의 이목을 피해 친구들과 조용히 골프를 즐기고 싶었던 존스에게는 자신만의 ‘은밀한 장소’가 필요했다. 존스는 친구이자 뉴욕의 부유한 금융업자였던 클리포드 로버츠와 손을 잡고 그들만의 ‘골프 캐슬’을 만들기로 한다. 코스 부지를 물색하던 존스와 로버츠는 오거스타에 살던 친구의 권유로 육묘장이었던 부지를 샀다. 그곳엔 묘목원이 문을 닫으면서 남겨놓은 진달래와 목련 등의 관목과 나무들이 가득했다. 4월의 오거스타 내셔널에 각종 꽃이 만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존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설계가 앨리스터 매켄지를 초빙해 1931년 공사를 시작했고, 2년간의 공사 끝에 1933년 오거스타 내셔널이 탄생했다. 개장 1년 후인 1934년에는 제1회 마스터스가 열렸다. 초창기에는 마스터스가 아닌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셔널’이었다. 창설자인 존스가 마스터스라는 이름은 너무 거만하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존스의 반대가 누그러진 1938년부터 마스터스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2│그린 재킷

‘그린 재킷’은 마스터스의 상징이다. 왼쪽 가슴에 오거스타 내셔널의 로고가 박힌 그린 재킷은 원래 클럽 멤버가 입던 옷이었다. 마스터스 대회 기간 일반 갤러리와 클럽 멤버를 구분하기 위해 1937년부터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준 건 1949년 샘 스니드가 우승했을 때부터다. 당시 오거스타 내셔널은 앞서 우승한 9명에게도 그린 재킷을 줬다. 전년도 우승자가 새로운 챔피언에게 재킷을 입혀주는 게 관행이지만 니클라우스는 1966년 최초로 2연패에 성공하고 혼자 입어야 했다. 이후 닉 팔도(잉글랜드)와 타이거 우즈(미국)가 2연패에 성공했을 때는 오거스타 내셔널 회장이 입혀줬다. 시상식 때는 우승자와 비슷한 회원의 재킷을 사용하고, 나중에 치수를 재서 따로 만들어준다.

그린 재킷은 처음에는 뉴욕의 유서 깊은 ‘브룩스 브러더스’ 양복점에서 제작했다. 1967년부터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해밀턴 양복점에서 납품하고 있다. 주인의 이름은 안감에 붙은 라벨에 실로 새겨 넣는다. 제작 단가는 약 250달러로 추정될 뿐 공개된 적은 없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클럽 하우스와 깃발. 사진 AP연합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클럽 하우스와 깃발. 사진 AP연합

3│아멘 코너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가장 유명한 홀은 11번 홀(파4), 12번 홀(파3), 13번 홀(파5)로 이어지는 ‘아멘 코너’다. 1958년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허버트 워렌 윈드 기자가 ‘샤우팅 엣 아멘 코너(Shouting at Amen Corner)’라는 재즈곡에서 힌트를 얻어 처음 사용했다. 당시 최종일 경기를 앞두고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경기위원회는 로컬룰로 공이 땅에 박혔을 때 무벌타 드롭을 허용했다. 아놀드 파머가 12번 홀에서 친 공이 그린을 넘어 뒤쪽 둔덕에 깊이 박혔는데 진행 요원과 파머는 그대로 쳐야 할지 로컬룰을 적용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파머는 일단 벌타를 적용하고 경기를 했다. 나중에 15번 홀에서 무벌타 드롭이라는 걸 알게 된 파머는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멘!”이라고 했다고 한다. 파머는 그해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