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울프가 9월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오픈 골프대회 최종 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매슈 울프가 9월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오픈 골프대회 최종 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어드레스를 하고 공을 치기 전 왼발과 오른발을 춤추듯 한 번씩 움찔거린다. 트위스트를 추려는 듯한 스텝이다. 그리고 왼 무릎은 굽히고 왼발 뒤꿈치는 완전히 떼면서 클럽을 바깥쪽으로 번쩍 들어 올린다. 이젠 야구 스윙을 하려는 듯하다. 마침내 떨어졌던 왼발을 바닥에 붙이는 동시에 골반을 힘껏 돌리며 스윙을 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고 수준인 스윙 스피드 130마일에서 350야드 안팎 장타가 날아간다. 그것도 똑바로.

“더 독특할 수 없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미국의 ‘트위스트 골퍼’ 매슈 울프(21·Matthew Wolff)의 스윙 이야기다.

울프는 PGA투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스윙을 하고 있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정상을 달린 ‘엘리트 골퍼’다.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 출신인 그는 지난해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개인전을 포함해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하고 프로 전향 한 달 만인 지난해 7월 초청 선수로 출전한 PGA투어 3M 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올해 US오픈과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2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골프의 상식을 파괴하는 ‘벌크업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면, 변칙 스윙의 ‘끝판왕’이라 해도 좋을 울프는 ‘골프 스윙에 정석이란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타이거 우즈를 지도했던 세계적인 스윙 코치 부치 하먼(미국)은 울프의 스윙에 대해 “위대한 스윙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며 “좋은 스윙은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그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스윙 코치 짐 맥린(미국)도 “울프는 전통적인 스윙 이론을 날려 버렸다”고 했다.

‘변칙 스윙’이 울프가 처음은 아니다. 미국 골프 토크쇼의 진행자인 데이비드 페허티가 “높은 나무에서 문어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묘사했던 ‘8자 스윙’의 짐 퓨릭(미국)이 있다. 그리고 PGA투어까지 초청받았던 ‘낚시꾼 스윙’의 최호성도 있다.

울프가 다른 건 1년도 안 돼 몸집 20㎏을 불려 헐크처럼 나타난 디섐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정도로 초장타를 때린다는 점이다. 그가 구사하는 스윙은 장타 전문 스윙 이론으로 최근 가장 핫한 ‘GG 스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스윙 코치 조지 갠카스(George Gankas)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갠카스는 2019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2년마다 발표하는 미국 톱 50 골프 인스트럭터에 처음 선정되면서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강성훈(33)과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30)도 갠카스로부터 스윙 지도를 받고 있다.

GG 스윙의 핵심은 하체의 움직임을 통해 지면 반발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GG 스윙을 위해서는 우선 백스윙 때 왼 무릎을 굽히고, 오른 무릎은 반대로 펴면서 클럽을 가파르게 들어 올린다. 이때 오른쪽 골반도 위로 향하면서 회전한다. 갠카스는 “다운스윙 때 클럽을 자연스럽게 밑으로 떨어트리는 데 도움을 주는 동작”이라고 했다.

클럽을 가파르게 들어 올렸지만, 다운스윙 궤도는 완만하다. 마치 야구 선수가 클럽을 수직으로 들고 있다가 수평으로 휘두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짐 퓨릭의 ‘8자’ 스윙과도 유사하다.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살짝 주저앉으면서 왼 무릎을 타깃 방향으로 오픈하는 것이다. 그런 후 임팩트 순간 지면을 박차면서 일어난다.

울프가 샷을 하기 전 몸을 타깃 방향으로 한 차례 비트는 독특한 동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그는 “갠카스가 임팩트 때 엉덩이를 비롯한 모든 부분이 타깃 방향으로 향하고, 손도 공보다 좀 더 앞으로 나간 자세를 원했다. 지금처럼 몸을 한 차례 비튼 동작과 비슷하다. 그래서 샷을 하기 전 이 동작을 하다 보니 이제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움직인다”고 했다.


매슈 울프의 스윙 연속 사진. 사진 AFP연합
매슈 울프의 스윙 연속 사진. 사진 AFP연합

장타 전문 ‘GG 스윙’에 바탕…함부로 따라 해선 낭패

울프의 스윙은 같은 코치에게 배우는 강성훈이나 대니 리와도 사뭇 다르다. 울프는 “어린 시절 야구와 축구를 했고, 내 스윙은 그것들과 관련이 있다”며 “내가 샷을 하기 전 왼발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데 그건 야구에서 아주 일반적인 동작이다. 야구에서는 방망이를 휘두르기 전 뒤꿈치나 다리를 들어 올린다”고 했다. 타격을 할 때 한쪽 다리를 올려서 타이밍을 맞추는 레그 킥(leg kick) 동작과 비슷한 효과를 거두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다리가 보통 사람보다 길고 굵었고 빨랐다. 내 스피드는 하체에서 나온다”고 했다. 울프는 14세 때 갠카스와 처음 만났다. 야구, 미식축구와 골프를 병행하던 울프는 다양한 스윙 코치를 만났는데 그들은 모두 울프의 이상한 스윙을 고쳐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울프는 점점 자기 스윙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러나 갠카스는 그 스윙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으니 절대 바꾸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갠카스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 레슬링 선수였다가 우연히 골프에 빠져들어 대학에서는 골프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선수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골프 스윙 코치로 진로를 바꿨다. 이후 역사상 위대했던 선수들의 스윙을 분석하면서 자신만의 이론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로 일했던 크리스 코모와 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울프의 스윙은 따라 하기도 힘들지만, 함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10대 돌풍을 일으킨 김주형(18)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박현경(20) 등을 지도하는 이시우(39) 코치는 “기본 원리는 기존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에서 인상적인 면이 있어 혁신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추어 골퍼들이 울프처럼 다운스윙 때 주저앉거나 왼 무릎을 타깃 방향으로 오픈하는 동작 등을 무턱대고 따라 하면 스윙이 망가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프는 남달리 뛰어난 운동 신경과 유연성을 갖추고 있어 지금 같은 스윙을 통해 지면 반발력을 최대한 얻으면서도 타이밍과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재 군 복무 중인 황중곤(28)은 2018년 GG 스윙으로 거리를 늘렸지만, 허리와 무릎 부상 등으로 인해 고생하다가 지난해 예전 스윙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