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은 11월, 독일 문호 호프만이 회상하는 초현실적인 러브스토리 오페라 <호프만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이작품은 재치 있고 풍자적인 이야기 구조로 스펙터클한 구성 속에 애잔한 여운을 남겨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오페라다. 특히 국내 무대에서는 공연된 적이 없어 보다 신선한 감동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습실에서는 그랜드피아노를 둘러싸고 앉아 노래연습이 한창이다. 순간 역동적인 동작이나 움직임이 없는데도 너무나 큰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 에너지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박현재(40) 테너가 자리해 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나본 그는, 프로필사진과는 딴판으로 캐주얼한 의상을 즐겨 입고, 초등학생 자녀의 교육을 걱정하는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이다. 하지만 오페라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예술가다운 열정이 넘쳐흘렀다.

 “<호프만이야기>는 오펜바흐의 미완성곡 유작이지만, 그의 작품 중 최고의 대작입니다. 희곡을 기반으로 재미와 정열, 무게가 다 담겨 있는 작품이거든요. 인형, 창부, 병든 가수와의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하게 표현했어요.”

 유럽과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이미 150여 차례 이상 주역으로 공연해 온 그이지만, 이번에 처음 공연하게 된 ‘호프만’은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이번 작품은 소화해야 할 분량도 많은 데다, 세 가지 각기 다른 러브스토리 속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려면 노래 실력만큼 뛰어난 연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실한 연기를 펼치지 않으면, 관객이 금세 알아차립니다. 이를 위해 평소에 슬픔, 기쁨, 분노, 놀람, 사랑 등의 다양한 감정을 번갈아가며 표현하는 연습을 합니다. 물론 이런 연습도 풍부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겠지요. 스승 중 한 분은 예술을 하기 전에 ‘연애해 보고 와라’는 분도 계셨어요. 저도 올림피아(인형)를 짝사랑하는 호프만 연기를 하면서, 대학시절 짝사랑하던 감정을 되살려 보곤 합니다.”

 그래서일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도 올림피아를 보고 첫눈에 반해 부르는 아리아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삽입곡이기도 했던 ‘뱃노래’만큼 유명한 곡은 아니지만, 서정이 어린 정열적인 아름다움을 나타기엔 충분히 매력적인 곡이다.

 “오페라는 처음엔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여러 번 볼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장르입니다. 오페라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독일의 경우, 한 편의 오페라를 열 번도 넘게 보는 중·장년 팬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요? 오페라를 제대로 즐기려면 공연에 앞서 주인공 이름과 전체적인 내용을 숙지해야 합니다. 내용을 잘 알면 오페라 선율이 저절로 들릴 거예요.”

 오페라 <호프만이야기>는 사랑에 절망하고 사람에 좌절한 젊은 예술가 호프만과 그가 사랑한 세 여자의 이야기다. 어여쁜 인형, 노래를 부르다 죽음을 맞이하는 가수 지망생, 영혼을 파는 창녀에 이어 마지막 여인과의 허상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사랑의 여정이 담겨 있다. 뛰어난 연기력과 서정적인 그의 미성이 초현실적인 스토리를 어떻게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로 풀어나갈지 기대를 모은다. 11월 22일~11월 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문의 1588-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