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이 젊은 날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오페라 <라보엠>을 8월 12~13, 15~1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이 야심차게 기획한 ‘마이 퍼스트 오페라’의 첫무대. <라보엠>의 예술감독이자 국립오페라단 단장 정은숙씨(59)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오페라엔 아직도 비싸다, 지루하다, 어렵다는 편견이 있어요.”   정 단장은 이 같은 편견을 깨고자 ‘마이 퍼스트 오페라’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마이퍼스트 오페라 시리즈는 오페라를 처음 관람하는 관객을 위해 장소와 대상에 제한 없는 공연을 열어 오페라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연의 생동감을 높이기 위해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좁혔고, 문턱을 낮추고자 입장료도 저렴하게 책정했다.

정 단장이 <라보엠>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음향’이다. 그는 “소극장 무대일수록 성악가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며 “무대가 작다보니 목소리의 작은 떨림 하나에도 관객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 <라보엠>엔 국내 최정상의 성악가들만이 무대에 오른다. 신인의 경우엔 철저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수십 년간 수없이 미미 역을 맡아오던 정 단장이 그려온 ‘바로 그 목소리’를 가진 배우들만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정 단장이 마이 퍼스트 오페라시리즈의 첫 무대로 <라보엠>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여러 작곡가들 중 푸치니의 음악이 우리의 정서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푸치니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요. 또 다른 이유라면 오페라의 내용입니다. <라보엠>은 예술가들의 이야기예요. 오페라를 보러온 사람들이 예술가의 삶과 애환에 공감해 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정 단장이 처음 <라보엠>을 접했던 건 지난 1966년의 일이다. 당시 그는 1막부터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이제 막 음악을 알아가던 초보 소프라노 정은숙이 느끼는 그 마음을 그들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 마음이란 다름 아닌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정 단장은 자신이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로 ‘무제타’를 꼽았다.

“무제타는 어찌 보면 돈을 밝히고 화려한 것만을 좇는 천박한 인물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무제타를 사랑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삶은 사랑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죠.”

<라보엠>을 대표하는 아리아는 아마도 ‘그대의 찬 손’이나 ‘내 이름은 미미’와 같은 곡들일 것이다. 정 단장은 “이 두 곡 모두 유명하고 아름다운 아리아”지만 “4막에서 철학자 콜리네가 부르는 ‘외투의 노래’를 유심히 들어보라”고 귀띔했다. 미미를 위해 유일한 ‘재산’인 외투를 내다파는 내용인 이 노래가 바로 ‘예술가들의 삶과 우정’이라는 주제를 잘 드러내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오페라는 결코 어려운 장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 접해서 어떤 ‘느낌’을 가진다면 충분히 오페라마니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단 “스토리라인 정도는 알고 가야 음악에 푹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