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터널을 지나 성북동으로 들어서자 ‘同樂(동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부촌으로 유명한 성북동 산기슭에 있는 유일한 음식점이다. 사장의 따뜻한 마음씨와 정갈한 음식으로 유명한 이곳을 찾아봤다.
안에 들어서자 흙냄새와 함께 풍기는 약간은 비릿한 송이버섯 특유의 향이 코를 찌른다. 출입구 바로 옆에 붙어있는 보관소에서 나는 향이다. 양귀모 사장은 “국내서 많이 유통되는 중국산이나 북한산이 아닌 모두 강원도에서 가져온 A급 송이들”이라고 설명했다.

동락은 3층 주택을 개조해 식당으로 쓰고 있다. 1층과 2층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몰려드는 손님을 위해 활용하고, 지하층은 단체 손님이나 예약 손님들 위주로 받는다. 말이 지하층이지 동락이 성북동 산기슭에 있는지라 지하층에도 작은 마당과 연결된 큰 창이 나있다. 저 건너 북악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3층엔 양 사장이 그의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동락의 대표 요리는 송이샤브샤브정식과 약선밥이다. 송이샤브샤브정식엔 송이버섯은 물론 등심 구이, 신선로와 더불어 각종 나물, 빈대떡, 고등어 구이 등 밑반찬 10여 가지가 포함된다. 특히 나물류는 양 사장이 10여 년 전 인사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할 때부터 깊은 손맛으로 유명했다는 후문이다.

약선밥은 은행, 대추, 잣, 호도, 해바라기씨 등의 견과류를 넣고 지은 찰밥이다. 양 사장은 “송이요리는 연세가 지극한 손님들이 찾는 반면 젊은이들은 약선밥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함께 내온 김치찌개는 10년 정도 묵힌 묵은지를 사용해 맛이 알싸하고 칼칼했다.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황금주’다. 황금주라고 해서 금이 들어있는 건 아니다. 양 사장은 “강원도산 옥수수로 술을 빚어보니 빛깔이 황금색이라 황금주라 이름 지었다”고 설명했다. 살짝 맛을 보니 곡주 특유의 구수하고 진한 맛과 더불어 뒷맛이 깔끔했다.

양 사장의 표현에 따르면 동락에선 혀는 물론 눈도 즐겁다. 주위를 둘러보니 문외한의 눈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서예작품들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양 사장의 남편은 여초 김응현 선생이다. 여초 선생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광화문 현판에 걸릴만한 글씨론 현재 여초 선생밖에 없다”고 했던 대한민국 서예계의 거봉이다. 여초 선생의 글씨와 더불어 양 사장이 틈틈이 모은 각종 도예작품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동락이 성북동에서 문을 연지 이제 6개월여. 양 사장은 “동락이 성북동에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여초 선생의 건강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안에선 공기도 맑고 조용한 편이고 가까이 있는 서울대학병원을 찾기도 쉽다는 것이다. 또 한식집엔 잘 들여놓지 않는 테이블과 의자를 들여 놓은 것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의자에 앉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사장의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동락은 오전 11시 반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닫는다. 설날이나 추석명절을 빼곤 연중무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