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음식 중 가장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한 냉면이다. 냉면 중에서도 평양냉면은 시원한 맛의 상징이다. 100년만의 무더위가 온다는 올 여름, 맛 칼럼니스트 최승희씨가 추천하는시원한 평양냉면 원조 맛을 미리 맛본다.

 오리지널 평양식 물냉면 원조

 의정부 평양면옥


 서울의 필동면옥, 을지면옥이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냉면 사리에 동치미 국물, 그리고 고춧가루가 전부다. 평양냉면식 냉면집 중 가장 서민적인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손님들도 50세를 넘긴 이들이 대다수이고 젊은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을 정도다.

 맛은 비길 데 없이 시원하다. 아니, 시원하면서 컬컬하며 뒷맛이 개운하다. 물냉면의 원조를 아는 이들은 이곳을 첫 손가락에 꼽는 데 주저치 않는다.

 위치 의정부 병무청 버스정류장 앞 골목.



 평양냉면 원류에 충실

 을지면옥


 서울 을지로3가에 위치한 을지면옥은 당대의 ‘물냉면 고수’들도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명가 중의 명가다. 이곳 역시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곳 냉면 스타일이 바로 의정부 원조 냉면 스타일을 그대로 승계했기 때문이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약간의 무 고명과 배가 곁들여져 나온다. 단무지, 김치 등 반찬은 일절 없고 고춧가루가 놓여져 있다. 의정부 평양냉면에는 고춧가루가 뿌려 나오는 것과 유일하게 다른 점이다.

 면의 느낌은 조금은 거칠지만 부드러우며 잘 끊긴다. 평양 물냉면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육수는 아주 시원하다. 그러나 처음 오는 사람은 조금은 ‘밍숭스런’ 맛이다. 이 표현은 고수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의 수준에 다다랐다는 말이 된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쟁반수육으로 술 한잔 한 뒤 냉면으로 마무리를 한다.

 찾기가 쉽지 않은 후미진 곳에 위치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식당 안도 깔끔한 냉면맛을 보기엔 어두침침하고 칙칙하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반찬을 하나도 갖다 주지 않는다. 덜렁 냉면사발과 젓가락뿐이다. 맛의 평가는 의정부보다는 약간 대중적인 맛이지만 나름대로 시원하다.

 원조의 깊은 맛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삶은 계란이 고명으로 나오는데 이 노른자를 부숴 풀고 겨자와 식초를 알맞게 넣고 국물을 마시면서 면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냉면 사발을 들고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서 면을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위치 지하철 3호선 을지로3가역 5번 출구.



 품격 있는 평양냉면의 으뜸

 을밀대

 서울 마포구 염리동사무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조그마한 냉면집이 하나 있다. 을밀대다. 을밀대도 냉면 마니아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단골 또한 엄청나다. 점심시간은 아예 피해서 가는 게 좋다. 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품격 있는 냉면을 제공한다. 

 이곳 물냉면 맛의 비결은 면발과 육수다. 면발은 절대 미리 뽑아 놓지 않는다. 손님이 자리에 앉아 주문하면 그때서야 면발을 손으로 시작한다. 을밀대의 특징 중 하나인 이 면발은 아주 쫄깃하기로 유명하다. 다른 평양 물냉면이 잘 끊어지는 미덕이 있는 반면, 을밀대는 이 면발의 탄력이 쫀득하게 입안에 감긴다.

 을밀대의 육수에는 얇은 살얼음이 뜨는 육수다. 식초와 알싸한 겨자를 육수에 넣은 다음 면과 함께 입에 집어넣으면, 쫀득한 면발과 얼음처럼 찬 육수가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위치 마포 공덕사거리에서 동도공고를 지나 염리동사무소 방향 골목으로 들아가다가 오른편에 있음(150m).



 평양냉면의 깊은 맛으로 가는 입구

 우래옥

 을지로4가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불고기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냉면집이다. 냉면은 육수가 일품이다. 밀면을 삶은 물에 고기만을 엄선해 우려낸 우래옥의 전통 육수는 그야말로 물냉면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사실 이곳 냉면스타일은 오리지널 옥류관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월남식, 즉 서울 물냉면으로 약간은 개조된 그런 맛이다. 그래서 물냉면 초보자들은 이곳을 들러보는 게 좋다.

위치 서울 중구 주교동 227 을지로4가역.



Plus tip 



 을지면옥과 의정부 평양면옥은 맛과 제조 방법이 유사하다. 대체로 평양 서민들이 즐겨먹던 스타일을 무난히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래옥은 아직도 고정 고객들이 가장 많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평양냉면의 진가를 모르거나 초보들이 가서 맛을 즐기기에 아주 적절한 집이다. 구력이 좀 있다면 제육물냉면을 추천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을밀대는 ‘가서 먹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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