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가 달랐다. 생후(生後)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꿈꾸기 이전 이미 기획 출산으로 성공을 예견했다. 다만 시기가 문제였다.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선정된 클럽 나인브릿지(The Club at Nine Bridges. 이하 나인브릿지)의 자신감은 이렇게 표현된다. 지난 8월 미국 <골프매거진>이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선정한 나인브릿지는 국내 여느 골프장과는 모든 면에서 출발부터 차별화를 시도한 골프장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 크릭코스 4번



 인브릿지가 내세우고 있는 차별화 컨셉트는 Prestigious(품격 있는), Memorable(기억에 남아 다시 찾고 싶은), Comfortable(편안하고 안락한) 등 세 가지다. 골프 코스와 인접한 고급 숙박시설을 갖춘 체류형 리조트라는 특징도 더해진다.

 특히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그린용으로 식재한 최고급 양잔디 벤트그라스를 페어웨이에 식재한 최초의 골프장이기도 하다. 이는 아이언샷에서 백스핀이 가능토록 한 명문 골프장의 조건이다. 120여개의 많은 벙커와 스코틀랜드풍의 리벳티드 벙커도 나인브릿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러나 나인브릿지의 자랑은 수목, 돌담, 건천 등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며 시공한 자연친화적인 코스라는 데에 있다. 나무 한 그루, 잡초 한 포기까지 외부에서 들여온 것은 전혀 없다. 자리만 일부 옮겼을 뿐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 때문일까. 오후 4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일부 코스에는 사슴들이 노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많을 때는 20~30마리의 사슴들이 먹잇감을 찾아 떼지어 페어웨이에 나타난다고 한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보존한 탓에 플레이는 결코 쉽지 않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는 평지에서의 라운드지만 스코어는 욕심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달아난다.



 벤트그라스 페어웨이 백스핀샷 가능

 제주도 남제주군에 위치한 나인브릿지는 약 325만여평의 부지에 18홀(파72. 전장 6546m) 규모로 조성돼 있다. 웨스턴 스타일의 크릭 코스(1~9번홀)와 스코틀랜드 스타일의 하일랜드 코스(10~18번홀)로 나뉜다.

 크릭 코스는 건천과 호수로 이뤄진 전략적이고 도전적인 코스다. 코스를 지나가는 두 줄기의 건천은 정확한 티샷과 세컨샷을 요구한다. 또 호수를 끼고 있는 그린은 도전적인 플레이를 가능케 한다. 미국 서부시대의 도전성을 표현하고 있는 코스다.

 전체적으로 자연지형을 살린 코스 배치는 주변 산림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오래되고 성숙한 느낌을 준다. 또한 건천을 지나는 다리는 플레이어에게 그 운치를 더해 준다.

 반면 하일랜드 코스는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스타일의 넓은 페어웨이와 깊은 벙커로 이뤄져 있다. 곳곳에 배치된 깊은 항아리 벙커와 페어웨이를 따라 길게 펼쳐진 벙커가 매우 위협적이다. 특히 2번홀과 6번홀의 더블 그린과 티에서 페어웨이까지 펼쳐진 러프는 전형적인 스코틀랜드의 정취를 자아낸다. 또 클럽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18번홀의 아일랜드 그린은 마지막 홀의 극적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나인브릿지를 찾는 외국의 수많은 골퍼들이 꼽는 최고의 홀은 크릭 코스 4번홀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봄이 되면 페어웨이와 그린을 가로지르는 계곡(건천)에 온갖 꽃들이 피어오르는데, 세컨샷을 할 때 꽃향기에 취해 실수하기가 다반사라는 게 김운용 나인브릿지 대표의 설명이다. 

 파4의 이 홀은 왼쪽으로 심하게 휘는 도그레그홀로, 정면에 보이는 타깃 벙커 좌측으로의 티샷이 요구된다. 그린은 3단 경사 종그린으로 숲속에 파묻힌 것처럼 좁게 보이며, 좌측에는 자연 수림대와 벙커, 우측에는 계곡이 있어 그린 어프로치가 매우 까다로워 세밀하고 정교한 세컨샷이 요구된다고 도우미 김정심씨는 조언한다.

 특히 지난 2003년 미국 LPGA 나인브릿지 클래식대회 당시, 보기를 기록한 미국의 여자프로골퍼 아니카 소랜스탐이 홀아웃과 함께 신경질적인 행동으로 공을 던져 버린 홀로 유명하다.

 김운용 대표가 꼽는 최고의 홀은 마지막 18번홀이다. 아름다움과 함께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홀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우측의 페어웨이와 함께 숲으로 가로막힌 좌측 페어웨이가 인상적인 이 홀은 나인브릿지의 신데렐라 안시현 선수도 승부수를 띄워 우승컵을 안은 홀이다. 그린은 아일랜드 그린으로 주변의 비치형 벙커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또 페어웨이가 내리막 경사인 탓에 부담은 없지만 바위와 어우러진 수림대가 자연 그대로 한가운데에 보존돼 있다. 마지막 퍼팅 후 낭만적인 목교(木橋)를 건너 클럽하우스로 걸어 들어갈 때의 느낌은 환상적이다.

 “17번홀까지의 스코어로 마지막에 승부를 낼 수 있는 홀이다. 좌측 페어웨이를 공략해 투온을 시도할 수 있지만 실수를 하게 되면 숲으로 이뤄진 러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 리스크를 안고 승부를 낼 것이냐, 말 것이냐 결정할 수 있는 홀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승부사적 기질을 갖고 있다는 김 대표의 18번홀 예찬론이다.

 이 밖에도 그린 뒤편이 스카이라인과 맞닿아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환상을 자아내는 8번홀, 백록담 정상을 마주한 티샷 후 행운을 불러온다는 이돈이오름을 밟고 세컷샷을 하게 되는 9번홀, 벙커 10개가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 산재해 샷의 정확성이 한층 더 요구되는 14번홀, 좌측 그린의 대형 벙커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의 ‘Hell’ 벙커를 연상케 하는 15번홀 등 나인브릿지에서의 라운드는 감탄과 환호, 그리고 이국적인 정취가 함께 하는 전혀 새로운 경험이다.



Plus INTERVIEW 김운용 클럽 나잇브릿지 대표

  "수도권에 미국 오거스타내셔널GC급 제2의 나잇브릿지 선보일것"

 한글은 물론 한자도 똑같아 많은 이들로부터 혼동을 불러일으킨다는, 그래서 가끔 전화통화상으로 유명인 행세도 한다는 김운용(57) 나인브릿지 대표의 농담은 악센트가 강한 경상도 사투리다. 훤칠한 키에 잘 다듬어진 몸매가 헬스클럽 정도에서 다져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골프장 CEO니 당연히 골프선수 출신이겠지, 어림짐작할 뿐이다.

 "배구선수 출신입니다. 삼성 남녀 농구단을 창단했고, 프로야구단도 창단했습니다."

 어쭙잖은 추측은 한 번의 질문으로 무안만 당한다.

 직장인으로 생활했지만 매번 새로운 일을 쫓아다녔다는 김 대표는 한자리에 머물지 못하는, 역마살이 낀 삶이 즐겁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안정된 직장생활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자꾸 새로운곳,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곳이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는 김 대표는 나잇브릿지의 생활을 접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려는 것이다.

 그래도 떠나기 전에 나인브릿지의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야 할 것 같다.

 '세계 100대 골프장이 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주변 환경과 얼마나 어울리느냐 하는 자연친화적 조건입니다.'

 이부분에서 김 대표의 목소리에 갑자기 힘이 들어간다. 나잇브릿지의 최대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골프장 스타일을 보면 대부분 일본식과 웨스턴식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식이 많은데 안양CC가 대표적입니다. 인공적인 조형물과 나무들, 그리고 그린 주변에 식재된 많은 꽃들.... 이 모두가 일본 스타일입니다. 반면 서구식은 자연을 즉대로 방치해 놓은 상태에서 골프장을 조성합니다."

 그러나 자연친화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계100대 골프장'으로 선정됐을리는 없다.

 "벤트그라스로 페어웨이를 조성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반대했습니다. 잘못하면 골프장 하나 망가진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한것을 해야만 차별화고, 가능케 해야만 최고가 되는 것 아니겠어요? 또 이것이 그룹의 철학입니다."

 나인브릿지가 불과 4년 만에 '세계 100대 골프장' 으로 선정된 이유 가운데 출샐의 비밀은 이 두가지로 압축된다. 그리고 철저한 회원제 중심의 선진화된 서구형 운영시스템 도입. 미LPGA와 세계 100대 명문클럽챔피언십(WCC) 등 국제 대회 개최를 통한 홍보 및 서비스, 그리고 제주 꿈나무 골프선수 지원과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공헌 활동은 성장 과정에서 차별화를 통해 이룬 비결이다.

 물론 올해 '세계 100대 골프장' 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명문 골프장이라는 이름을 드대로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를 지키는 게 더욱 어렵다. 올해만해도 여덟 군데 골프장이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때문에 클럽 운영의 업그레이드, 늘 새로운 느낌의 라운드를 위한 코스 리모델링 등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김 대표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 역할을 후임에게 맡기려 한다. 자신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난 2000년 제주도민으로 전향(?)한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고 내년 초 서울로 복귀한다. 서울 인근에 제2의 나잇브릿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다. 이미 인.허가 과정도 밟고 있다. 또 김 대표는 제2의 나인브릿지도 '세계 100대 골프장'에 진입시킬것이라고 장담한다.

 "서울 인근 골프장의 최대 단점이 무엇입니까? 겨울이 되면 잔디가 누렇게 된다는 점과 겨울엔 공이 튀고, 여름엔 물에 흥건히 젖어 있다는 거 아닙니까. 제2의 나인브릿지는 이 두가지를 모두 해결할 겁니다."

 가능한 일일까, 고개를 갸웃거려 본다. 잔디 밑에 보일러 시설을 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린에 쿨링&핫시스템을 적용하려 합니다. 비가 오면 그린을 드라이시키고, 여름철 더위를 식혀 줘야죠. 겨울에는 열선으로 얼지 않도록 따뜻하게 해줘야 하고요"

 김 대표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 취재진에게 "좌우간 최고의 골프장을 만나게 해주면 될 것 아니냐"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보여준다.

 회원 모집과 관리도 전혀 다른 방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비회원 동반도 불가능한 회원만의 주말 라운드만 가능한 방식이다. 2인 라운드도, 5인 라운드도 가능하단다. 단 미국의 파인밸리가 1년에 43명의 비회원을 동반할 수 있듯이, 아직 결정은 되지 않았지만 동반 비회원 횟수를 제한할 방침이다.

 "미국의 오거스타내셔널GC을 그대로 한국에 옮겨다 놓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회원 모집도 그렇게 할 겁니다."

 오거스타는 기존 회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회원들의 천국을 꿈꾸며 제2의 나인브릿지를 준비하는 김 대표는, 상장을 받아 들고 집으로 향하는 어린 학생과 같은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행을 준비하고 있는 김대표가 세계 골프인들에게 어떤 골프장을 선사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