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가격이 적정수준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사실일까. 비슷한 사양의 동일 모델이 미국, 일본에서 팔리는 가격과 비교해본다면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수입차 가격의 ‘적정 수준’이라는 것은 복합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어서 단순히 국내 수입차가 미국, 일본보다 비싸다고 해서 국내 수입차 업체를 싸잡아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매가격에 관한 것은 수입차 업체들마다 고도의 판매 전략에 기초해 책정되는 문제인 데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는 여전히 희소성이나 고급스러움에 의존하는 사치품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또 수입차 업체 관계자들은 “아직 절대적인 판매량이 적기 때문에 영업망과 정비망을 깔아야 하는 초기비용을 감안하면 가격이 절대 높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국내 수입차 가격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중소형차 다시 말해 각 업체별로 가장 낮은 등급에 해당하는 모델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종의 ‘미끼 상품’처럼 활용되지만, 대형차로 갈수록 마진폭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이다.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엔트리 모델(해당 브랜드의 가장 아랫급 모델)의 가격은 낮추고 대형차의 마진을 높여 수익을 만회하는 구조다.

이러한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 일본 시장의 수입차 판매가격과 국내 시장의 수입차 판매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일본은 우리보다 자동차문화가 성숙돼 있는 시장으로 수입차 판매규모만 해도 우리의 십 수 배에 달한다. 수입차 구입 역시 우리보다는 좀 더 실속을 따지는 쪽이다. 일본에서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인 폭스바겐은 한해에 5만~6만 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도 각각 3만~4만 대씩 팔린다. 수입차 브랜드로서는 비교적 마이너업체에 해당하는 푸조나 볼보도 1년에 각각 1만5000여 대 정도씩 팔리고 있다. 일본 시장의 수입차 판매가격이 어느 정도 일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국내 수입차 판매가격의 비교 기준으로 삼아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일본의 수입차 가격이 훨씬 싸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수입차가 무관세(한국은 8%)인데다가, 최종 소비자가격에 포함돼 있는 세금 역시 우리보다 약간 낮은 편이다. 판매량이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국내 수입차의 가격이 일본에서 팔리는 같은 모델에 비해 ‘얼마나 더 비싸냐’의 문제다. 세금, 판매규모, 옵션(중소형차의 경우는 국내 모델의 옵션이 더 풍부한 편이고 중대형차는 거의 차이가 없다) 등의 차이를 감안했을 때 일본 판매가격보다 10~20% 비싼 것은 수긍할만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비싼 것은 분명 수입차 업체들의 이윤이 지나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판매와 관련한 부대비용의 경우, 일본 물가 수준이 더 높기 때문에 무조건 한국이 더 많이 든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또 국내 수입차 판매점유율이 4%를 넘어서는 등 국내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중이다.

수입차의 한·일 가격비교가 반드시 국내 수입차 가격이 잘못됐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몇몇 모델의 경우는 ‘이 정도 가격에 팔아서 이익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만큼 저렴한 차종도 있었다. 그러나 고급차로 갈수록 가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서, 일본 내 판매가격보다 두 배나 비싼 모델도 있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아무리 가격 책정이 해당 업체의 고유 업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폭리다. 일본에서도 대형차로 갈수록 더 많은 마진을 붙여서 판다. 그렇게 책정해 놓은 가격과 비교해도 평균 50% 이상 비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각 업체별로 일본과 국내에서 팔리는 동일 모델의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중소형차의 경우 국내 옵션이 일본보다 뛰어난 것을 감안, 원·엔 환율을 국내 수입차 가격에 유리하도록 8.5배를 적용했다(%는 소수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

 BMW  

BMW 320i의 가격은 한국이 4520만원, 일본이 3876만원(408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17% 비싸다. 330i는 한국이 7620만원, 일본이 5398만원(635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40% 비싸다. 준중형세단에 해당하는 3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아랫급 모델은 비교적 수긍할만한 가격이지만, 같은 3시리즈에서도 상급 모델로 올라가면 가격 거품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30i는 한국이 8790만원, 일본이 6562만원(722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34% 비싸다. 760Li는 한국이 2억6130만원, 일본이 1억4620만원(1720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무려 79%나 비싸다. 대형차의 경우 가격차가 엄청나다. 미니 쿠퍼S는 한국이 3890만원, 일본이 2533만원(298만엔)이다. 소형차인데도 일종의 패션카처럼 인식돼 있는 차종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54% 비싼 것은 다소 심하다고 생각된다.

 메르세데스-벤츠  



C180K는 한국이 4870만원, 일본 3392만원(399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44% 비싸다. BMW 320i와 같이 준중형세단에 해당하는데도 320i보다 가격차가 훨씬 심하다. 상대적으로 거품이 많다는 증거. E350은 한국이 1억70만원, 일본 6877만원(809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46% 비싸다. 역시 가격차가 크다. S500L은 한국이 2억660만원, 일본 1억1875만원(1397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74%나 비싸다. 대형차로 갈수록 가격차가 커지는 것은 BMW와 마찬가지다.

 아우디



아우디 A4 2.0은 한국이 4190만원, 일본이 3300만원(388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27% 비싸다. 경쟁 차종인 벤츠 C180K보다는 가격차가 덜하지만, 역시 BMW 320i보다는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6 4.2 콰트로는 한국이 1억1400만원, 일본이 7778만원(915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47% 비싸다. A8 4.2 콰트로는 한국이 1억3470만원, 일본이 8840만원(1040만엔)이다. 한국 모델이 일본 모델보다 52% 비싸다. 대형차로 갈수록 BMW, 벤츠에 비해 가격차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5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역시 심하다고 생각된다.

 렉서스



렉서스 IS250, 한국에서 4500만원, 일본에서 3698만원(435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22% 비싸다. GS430은 한국에서 8090만원, 일본에서 5355만원(630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51% 비싸다. GS430의 경우 가격차가 무척 심해서, 도요타코리아의 마진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해볼 수 있다. LS430이 한국에서 1억1090만원, LS430의 일본 내수형에 해당하는 셀시오 최고급형이 5670만원(667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96% 비싸다. 렉서스 모델이 약간 더 고급형이라 하더라도 기가 막힐 정도의 가격차다. RX350은 한국에서 6960만원, 일본 내수형인 해리어 3.5리터 최고급형이 3400만원(400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105% 비싸다. 2배가 넘게 더 비싼 셈이다. 역시 RX350쪽이 더 고급형이나 엔진, 변속기, 내부사양 등은 차이가 없다.



 폴크스바겐



골프2.0은 한국에서 2990만원, 일본은 2788만원(328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7% 더 비싸다. 뉴비틀, 한국에서 3210만원, 일본은 2465만원(290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30% 더 비싸다. 투아렉 4.2는 한국에서 1억230만원, 일본은 5788만원(681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78% 더 비싸다. 골프의 경우 기대 이상으로 저렴하지만, 투아렉의 경우는 그 정반대다.

 포드 



몬데오2.0은 한국이 2660만원, 일본은 2507만원(295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6% 더 비싸다. 이 정도면 한국이 일본보다 더 싸다고 봐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을 넘어 ‘가격파괴’의 수준이다. 물론 판매가격의 출혈을 차량 유지보수 비용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 있기는 할 것이다(그러나 수입차의 부품 교환 비용이 전체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포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포드가 국내에서 판매중인 다른 모델들은 일본에서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비교가 어려웠다.

  혼다 



어코드 3.0은 한국에서 3940만원, 일본 내수형인 인스파이어는 3120만원(367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26% 더 비싸다. 이 경우는 인스파이어 쪽이 좀 더 고급형에 속한다. CR-V는 한국에서 2990만원, 일본 내수형은 1896만원(223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58% 비싸다. 국내 사양의 옵션이 훨씬 풍부하긴 하지만, 역시 가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규어 



X타입3.0의 경우, 한국에서 6670만원, 일본에서는 4803만원(565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39% 더 비싸다. S타입3.0은 한국에서 8680만원, 일본에서는 5865만원(690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48% 더 비싸다. XJ4.2는 한국에서 1억5000만원, 일본에서는 1억30만원(1180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50% 더 비싸다. 고급차로 갈수록 마진폭을 늘린다는 원칙에 충실해 보이는 가격 책정이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은 한국에서 7710만원, 일본은 5508만원(648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40% 비싸다. 레인지로버4.2수퍼차저는 한국에서 1억2990만원, 일본은 1억1220만원(1320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16% 더 비싸다. 다른 수입차 업체와 달리 아랫급 모델의 가격차가 더 크고 고급 모델의 가격차가 적은 특이한 구조다. 다른 업체들의 가격 전략대로라면 디스커버리3의 국내 가격은 더 낮아져야 하고, 레인지로버의 국내 가격은 더 높아져야 한다.

 푸조 



307 2.0은 한국에서 3300만원, 일본은 2482만원(292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33% 더 비싸다. 407 3.0은 한국에서 5500만원, 일본은 3655만원(430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50% 더 비싸다. 일본에서 푸조의 위상은 일본차들과 비슷한 수준. 핸들링 감각이 경쾌한 차로 인기가 높지만 결코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니다. 국내 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있음을 알 수 있다.

 포르쉐 

복스터는 한국이 8055만원, 일본은 5219만원(614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54% 더 비싸다. 카이맨S는 한국이 1억431만원, 일본은 6962만원(819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50% 더 비싸다. 911카레라는 한국이 1억3372만원, 일본은 9733만원(1145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37% 더 비싸다. 카이엔 터보는 한국이 1억5277만원, 일본은 1억1424만원(1344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34% 더 비싸다. 포르쉐는 일본에서도 프리미엄급 스포츠카이기 때문에 가격이 무척 비싼 편이다. 복스터나 카이맨S 같은 포르쉐의 기본 모델 가격이 일본보다 50% 이상 비싸다는 것은 다소 심하다고 생각된다.

 볼보 



S40 2.4i는 한국에서 3580만원, 일본은 3375만원(397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6% 더 비싸다. S80 T6는 한국에서 7182만원, 일본은 6469만원(761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11% 더 비싸다. XC90 2.5T는 한국에서 7263만원, 일본은 5483만원(645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32% 더 비싸다. 준중형세단인 S40이나 대형세단인 S80의 국내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볼보 역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XC90 같은 프리미엄 SUV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붙인 것을 알 수 있다.



 사브 



9-3 리니어는 한국에서 3990만원, 일본이 2670만원(314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49% 더 비싸다. 9-5 아크는 한국에서 6660만원, 일본이 4021만원(473만엔)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65% 더 비싸다. 사브는 일본에서도 프리미엄급이 아닌데 국내에선 가격으로 프리미엄급 대우를 받으려 하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비싸다.

 plus tip

한국산차, 미국 일본에서

얼마에 팔릴까

현대차가 미국에서 국내 가격보다 싸게 팔린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다. 도요타·혼다와의 극심한 마케팅 전쟁으로 가격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에서도 일본차들의 경쟁력이 워낙 세기 때문에 가격을 높이기 어렵다. 현대 쏘나타 2.4(자동변속기) 최고급형의 국내 가격은 2795만원이다. 미국에서는 딜러 사정에 의해 가격변동이 심한 편이지만 대개 쏘나타 2.4리터 풀옵션 모델을 약 1700만원(1만8000달러) 정도에 구입 가능하다. 참고로 일본에서 팔리는 쏘나타 2.4 최고급형의 소비자가격은 약 2278만원(268만엔)이다. 그랜저의 경우는 국내 최고급 사양인 3.8리터 모델이 미국 시장에서는 기본형에 해당한다. 그랜저 3.8의 국내가격은 4006만원. 미국에서는 2800만원(2만9000달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