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출시된 벤츠 E-클래스의 새로운 모델 E350은 1945년 출시된 이후 60년 동안 시장에서 인정받은 E-클래스의 최신형이다. 기존의 세련된 이미지에 스포티한 감각을 가미한 E350의 외양은 날씬하고 탄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근 중형 세단의 각종 기능은 첨단 전자동시스템으로 갖춰지고 있다. 국내에 첫선을 보인 E350의 운전석에 앉는 순간, 그러나 예상했던 첨단 디지털 디스플레이 대신 아날로그의 풍미가 고스란히 녹은 흰 바탕에 3개의 둥근 계기판으로 눈길이 쏠린다. 심플하면서도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시동을 걸려는 순간 자동 인식 키시스템은 운전자를 잠깐 당황케 한다. 익숙한 키박스에는 네모난 손잡이가 시동을 기다리고 있다.

 시동음은 부드러우면서 힘이 느껴진다. 핸드브레이크를 풀고 가속 페달에 발을 살짝 얹자 차체는 툭 튀어나가듯 굴러 간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이르는 시간이 6.9초에 불과하다는 가속력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시승 코스로 서울 강변도로와 이어지는 자유로, 덕소-양수리-양평을 택했다. 최대 출력을 체험하기엔 다소 부족한 코스지만 다이내믹한 코너링 등을 체크하고, 가속력을 시험하는 데는 아쉽긴 해도 적합한 코스라는 판단이었다.

 먼저 자유로 방면을 향했다. 답답한 시내를 벗어나자 모래주머니를 털어낸 육상 선수처럼 가속 페달에 조금만 힘을 가해도 튕기듯 뛰쳐나갔다. 저속에서 100km/h까지의 가속력은 회사측이 제시한 시간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끄러지듯, 그러나 놀라운 가속 성능을 드러내며 2~3대의 차량을 순식간에 앞질렀다.

 E350이 이전 차량과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변속 체계가 7단 기어로 돼 있다는 점이다. 오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한편, 변속기를 오른쪽으로 하면 수동 기어시스템으로 운전을 할 수 있다. 변속시 필요한 클러치가 따로 없지만 도로 상황이나 속도에 따라 1~7단의 기어 변속이 가능하다.

 통일전망대 부근에 다다르자 비로소 도로 위 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자 E350은 힘 있는 엔진 소리로 도로 위를 질주해 갔다. 

 160~170km/h의 속도에서도 차체는 100km/h 초반대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정숙감이 느껴졌다. 오히려 도로에 달라붙어 달리는 듯한 안정감이 믿음직스러웠다. 속도를 더 높여 200km/h로 1분여를 달렸을까. ‘도라산전망대’란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더 이상 길이 없다는 표시였다.

 벤츠측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E350의 V형 6기통 엔진은 6000rpm에서 272마력의 강력한 최대 출력과 2400rpm에서 5000rpm에 이르는 넓은 엔진 회전 구간에서 35.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이전 엔진보다 출력 21%, 토크는 11% 증가한 것이다. 최고 안전 속도는 250km/h로 나와 있다. 비즈니스 세단 중 파워풀한 운전을 최대한 고려한 차량인 셈이다.

 이튿날, 이번엔 양평 방면으로 향했다. 양평대교 북단을 갓 지나 오른쪽 옛길로 접어들었다. 속도를 내긴 어렵지만 코너링을 테스트하기엔 더없이 좋은 지즈재그 길을 E350은 능숙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같은 코스에선 브레이크를 보다 자주 밟게 되는데, 무겁고 둔탁한 느낌 탓인지 30분 정도 지나자 왼쪽 발목 부근이 뻐근해졌다. 반면에 가속 페달의 예민한 반응은 순간 스피드를 즐기기엔 더없이 적격이다. 브레이크의 무게감은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는 전자 유압식 브레이크 컨트롤시스템 SBC(Sensotronic Brake Control)의 영향.

 외부 소음에 대한 차단도 꽤나 정밀했다. 그러나 일본차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엔진 음이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 유럽 차량의 경우 엔진음을 즐기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할 때 소음이라기보다는 배경 음악에 가까웠다.

불규칙한 도로 주행시 차체의 완충 기능은 조금 딱딱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독일차 특유의 단단한 느낌이 E350만의 것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완충 기능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다소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첨단 기술이란 전자식 주행 안정 프로그램인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는 내리막길에서 자연스럽게 가속을 제어한다. 기본적으로 내리막 가속을 생각하고 있던 운전자에게는 가속이 저절로 제어되니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클래시컬한 차량 계기판 디자인과 오디오 볼륨 조절기를 제외한 내부의 거의 모든 기기는 전자동으로 작동한다. 시동시스템부터 썬 루프 작동, 좌석 상하좌우 동작도 버튼 조작으로 가능하다. 주행을 멈추고 차량에서 내릴 경우 자동차 시트가 자동으로 뒤로 빠져 승·하차 때의 편의성을 더한 것도 눈에 띈다. 여기에 운전석 옆 컵 받침대는 평소 거꾸로 접혔다가 필요할 때 2단으로 펼쳐지는 ‘앙증맞은’ 아이디어가 이채롭다. 기본사양인 한국형 DVD 내비게이션 장착도 눈길을 끈다. 실내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검정 가죽으로 처리, 고급스러움과 안정감을 준다.

 결론적으로 E350은 벤츠의 명성에 걸맞는 고급스러운 주행성과 코너링에 스포츠카의 가속성을 갖춰 역동적인 드라이브와 고급스런 승차감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