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퀘벡으로 이어지는 메이플로드(Maple Road) 800km는 가을이 되면 화려한 색으로 물든다. 메이플로드는 웅장한 록키 산맥과 나이아가라 폭포, 토론토의 CN타워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기자기한 캐나다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색다른 여행길로 손꼽힌다. 숲과 호수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화 속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단풍여행은 환상 그 자체다.
 캐나다는 사계절 모두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걸로 유명하지만 동부 지역은 가을에 특히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캐나다의 동부 산림대와 일치하는 세인트로렌스 강 연안은 캐나다 국기의 상징인 단풍나무(메이플)와 포플러, 너도밤나무, 연밥피나무, 자작나무 등이 갖가지 색으로 물들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또한 이 지역에는 토론토, 킹스턴, 오타와, 몬트리올, 그리고 퀘벡 시까지 짧은 캐나다의 역사 속에서 한 번씩 수도라는 영예를 안았던 도시들이 모여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서로 다른 문화가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는 이 도시들을 ‘단풍’이라는 주제로 여행하고 나면, 서로 다른 문화가 모여 이뤄진 캐나다를 보다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장장 800km에 달하는 메이플로드는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감명을 받을 만하지만 단풍만으로는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볼거리를 더하려면 주변 관광지 여행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동화 속 그림 같은 풍경

 첫 번째 여행지는 캐나다 제2의 도시로 꼽힐 만큼 발달된 온타리오 주에 위치한 토론토다. 토론토를 기점으로 여행하게 되는 캐나다 동부는 유럽풍 색채가 강한 곳으로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깊은 인상을 안겨 준다. 가장 명물로 꼽히는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CN타워. 토론토 랜드마크로 자리한 CN타워는 사실 1973년 방송 송신탑으로 건설되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매년 170여 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력 넘치는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CN타워는 마치 로켓을 쏘아올린 모습과도 같다. 늦은 저녁 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높이 솟아 있는 타워는 신비로운 느낌마저 자아낼 정도다. CN타워 안에는 360도 회전하는 전망 레스토랑이 있는데 식사를 하면서 토론토의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한 바퀴 도는 데 약 한 시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천천히 식사를 하면서 토론토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전망대에는 바닥이 유리로 된 공간이 있다. 이 유리판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높이감이 느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토론토 야경은 황홀할 만큼 멋진 빛의 퍼레이드를 펼쳐 낸다.

 이미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도 빼놓을 수 없다. 토론토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걸리는 거리에 있으며, 메이플로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가는 도중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와 캐나다의 명물인 아이스와인 양조장 등을 구경하는 것은 챙겨야 할 여행 보너스다.

 이 지역 인디언 언어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이라는 뜻을 가진 ‘나이아가라’. 미국과 캐나다 국경 사이에 있고, 대자연의 위대함과 웅장함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주는 세계 7대 자연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이다. 이 거대한 폭포는 이리 호(Erie Lake)와 온타리오 호(Ontario Lake) 사이 약 40km를 흐르는 나이아가라 강 절벽에 걸쳐 있으며, 높이 50m 정도에 이르는 낙차로 인해 분당 수십만 톤의 물을 쏟아 내리면서 세계 최고의 자연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폭포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 때문에 생기는 굉음과 물보라는 실로 장관을 이룬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하얗게 피어나는 물안개 사이로 빛깔 영롱한 무지개가 걸린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도 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이 빚어낸 이 신비로운 절경은 ‘신이 내린 기적’이라고도 일컬어질 만큼 보는 사람들마다 탄성과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신기한 것은 나이아가라 폭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뒤로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서운 기세로 떨어지는 물의 힘으로 폭포 아래쪽에 침식작용이 일어나면서 폭포 위쪽의 석회층도 함께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1년에 무려 1~1.3m 가량 깎여 나가겠지만 폭포 상류에 댐을 설치해 수위를 조절하는 덕분에 그나마 매해 소량 정도만 소실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전해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나이아가라를 색다르게 감상해 보고 싶다면 일반적인 관광 경로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게 폭포를 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붉은 숲과 호수의 아름다운 어울림

 캐나다는 실로 광대한 나라다. 한반도의 몇십배에 달하는 국토와 풍부한 자원, 수려한 자연 풍광이 캐나다를 여유롭고 풍요로운 국가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지역 곳곳에 산재한 숲과 호수는 캐나다 자연 환경을 특징짓는 주요한 요소이다. 서쪽으로는 장대한 록키 산맥이 자리잡고 있는 반면에 온타리오 주를 비롯한 동부 지대는 비교적 낮은 구릉과 숲으로 이뤄져 제법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온타리오 주에는 5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를 비롯한 수만개의 호수가 있다. 호수들이 어찌나 큰지 저 너머로 수평선이 보일 정도이다. 캐나다 지도에서도 이들 호수는 한눈에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면적을 차지한다.

 온타리오 주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호수들이 도시 전체를 감싸면서 낭만이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이들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정경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단풍이 물들면 이곳은 그야말로 동화책 속 나라가 된다. 울긋불긋 곱게 단장한 단풍나무들이 빨갛고 노란 단풍길을 만들며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고요하게 펼쳐진 호숫가 주위로 마치 병풍처럼 둘러선 단풍나무 숲은 절묘한 어울림을 연출해 낸다. 신선한 공기에 취해 한껏 맑아진 기분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바로 이곳이 지상낙원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토론토 북쪽에 위치한 무스코카 지역은 조용하고 아담한 시골 마을의 정취와 주변 풍경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영화 같은 그림을 만들어 내는 전형적인 곳이다. 때마침 단풍철이라서 마을이 온통 단풍색으로 물들어 따뜻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났다. 거리마다, 집집마다 마른 자작나무부터 아름드리 노송까지 저마다 고운 빛깔을 띤 채 단풍으로 마을 전체를 아우르며 물든 모습은 현실과 동떨어진 아득한 이야기 속 풍경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 지역의 무스코카 호수에는 크루즈가 운항하고 있다. 약 2시간 정도 호수를 운항하는 크루즈는 연인들의 로맨틱한 데이트 코스로도 적합하다. 크루즈 내부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져 더욱 낭만적인 느낌을 더한다.

이곳 호수는 넓고도 푸르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잠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넓게 펼쳐진 호수 너머 하늘과 맞닿은 곳에는 수평선이 길게 선을 긋고 있다.

 처음 크루즈에 오를 때는 ‘2시간 탑승 시간이 너무 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곧 살랑거리는 미풍과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하염없이 호수가 그려 내는 풍경을 감상하노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여유롭기만 하다.

 바쁜 일상에 치여 그동안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마음에 잔뜩 쌓아놓기만 했던 조급한 생각들은 어느새 평화롭기 그지없는 고요한 호수 속으로 모두 스르르 녹아 버리는 듯하다. 그냥 그렇게 모든 시간이 정지해 버린 듯한 느낌. 이렇게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도 되는지, 그저 여행이 가져다주는 즐거운 사치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할 따름이다.

 호수 자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일도 무척이나 즐겁다. 호숫가 주변에는 경치와 잘 어울리는 크고 작은 별장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말 그대로 예쁘게 지어진 별장들과 호수의 정취가 조화를 이루며 보다 운치 있는 정경을 이룬다. 때때로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날렵하게 지나가는 요트 무리를 만나기도 한다.



 메이플로드의 정점, 로렌시안 고원

 나이아가라 폭포가 메이플로드의 시작을 알리는 곳으로 유명하다면, 로렌시안 고원은 메이플로드의 정점을 이루는 곳이다. 오타와를 지나 몬트리올에 들어서면 유명한 휴양지 몬터벨로가 자리한 로렌시안 고원이 펼쳐진다. 완만한 고원 일대가 낙엽수림으로 우거져 온통 붉은 빛으로 뒤덮인 로렌시아 고원은 가을여행의 각별한 맛을 느끼게 한다.

 또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의 원산지인 킹스턴은 1870여개의 섬에 각각 세워진 부호들의 호화스런 별장, 세이트로렌스 강을 오가는 크루즈, 호수에 뜬 붉은 단풍을 지켜보는 일 등 모두가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다.

 이 밖에도 캐나다 숲을 대표하는 알공퀸 주립공원에서는 이곳 목재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산림욕 길을 따라 예전 나무를 베거나 운반할 때 쓰던 여러 가지 도구와 기구를 전시해 놓아 캐나다 목재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놓은 전시물들은 역사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 전시해 놓은 길을 따라 키 큰 소나무 숲들이 무성해 산림욕 코스로도 그만이다. 

  알공퀸 주립공원은 넓은 면적 곳곳에 여행객을 위한 야영장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 카누를 타고 탐방할 수 있는 코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