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비누칠을 하고 면도기로 쓱쓱 수염을 깎아 낸 다음 물로 헹궈 세수와 면도를 한꺼번에 마친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와중에 전기면도기를 꺼내서 얼굴에 대고 문질러서 수염을 깎고는 손으로 대충 털어 낸다.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면도는 대개 이런 식으로 행해진다. 그러나 건강한 피부 유지를 위해서는 면도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부분의 남자들에게 면도는 귀찮은 일상일 뿐 면도가 자신의 이미지와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십상. 면도를 하는 자체가 이미지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 아니냐며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수염을 깎아 내는 것에만 목적을 둔 면도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면도날에 베이는 것, 피부가 달아오르고 따가운 것, 면도한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것, 수염이 살 속으로 자라는 것, 각질 조각이 하얗게 일어나는 것 등 남자들이 면도 후에 호소하는 피부 문제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피부 문제들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면도 습관 그 자체. 면도 습관만 바로잡아도 피부에 부담 없이 깨끗하게 면도할 수 있는데도 남자들의 타고난 무관심이 피부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피부 건강 생각하면 비누거품 면도 피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면도가 제대로 하는 면도일까? 먼저 물을 사용하는 면도부터 살펴보자(수동 면도기를 사용하든 물과 접촉이 가능한 전기면도기를 사용하든 과정과 방법은 동일하다).

 면도의 시작은 세안. 먼저 세안제를 사용해서 얼굴을 깨끗하게 씻는다. 이 과정에서 수염에 묻어 있는 피지가 씻겨나가고 수염의 케라틴 성분이 물을 흡수하여 수염이 불게 된다. 물에 불은 수염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잘 깎여 나가므로 면도할 때 힘을 덜 주게 되어 피부에 자극이 가해질 가능성이 적어진다. 면도 뒤 얼굴에 얼얼한 느낌이 드는 것은 면도할 때 과도한 힘을 주어 수염뿐만 아니라 각질층까지 지나치게 많이 깎아 냈기 때문인데, 이렇게 하는 자체가 이미 한 가지 면도 트러블을 예방하는 방법이 된다.

 세안을 마쳤다면 면도 보조 제품을 수염이 난 부위에 고르게 펴 바른다. 면도 보조 제품은 면도날이 피부 위에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면도하는 동안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다. 흔히 비누거품을 바른 뒤 면도를 하곤 하는데, 피부 건강을 생각한다면 면도 보조  제품을 바르는 것이 당연하다. 비누거품은 윤활력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면도 후 피부를 거칠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도 보조 제품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거품 유형의 셰이빙 폼(Shaving Foam). 하지만 세이빙 폼 외에도 셰이빙 포밍 젤(Shaving Foaming Gel), 셰이빙 젤(Shaving Gel), 셰이빙 크림(Shaving Cream), 셰이빙 오일(Shaving Oil) 등 다양한 면도 보조 제품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피부 상태와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 

 셰이빙 포밍 젤은 젤 타입 내용물이 얼굴에 바를 때 거품으로 변하는 제품으로 보습과 윤활 효과가 높은 것이 특징. 셰이빙 젤은 투명 혹은 반투명 젤상으로 면도 부위를 보면서 면도할 수 있어 편리하다.

 셰이빙 크림은 보습 효과가 뛰어난 크림 타입으로 건조한 피부에 사용하면 효과적. 셰이빙 오일은 과도한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면도 보조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바르거나, 혹은 단독으로 발라 면도하는 제품으로 피부가 민감한 경우 사용하면 좋다.

 면도 보조 제품을 바를 때에는 수염을 거슬러 발라 수염을 세워 준다. 이렇게 하면 수염을 좀더 잘 깎아 낼 수 있다. 면도는 털의 강도가 약한 볼부터 시작하여 얼굴 가장자리, 목, 입 주위, 턱, 인중의 순서로 하되 중간중간에 계속 면도날을 깨끗한 물로 헹궈 수염과 면도 보조 제품이 날에 끼어 면도를 방해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면도기는 수염이 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한다. 면도할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이자 유혹이 바로 수염이 난 방향을 거슬러서 면도하는 것. 수염을 더 많이 깎아 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덧 습관으로 자리잡아 버린다.

 이렇게 깎을 경우 얼굴의 각질까지 필요 이상으로 많이 깎아 내 피부에 염증이 생길 가능성을 높이고, 피부가 쉽게 건조해져 각질 조각이 일어나기도 쉽다. 수염이 난 방향으로 부드럽게 면도해 주는 것이 피부 건강을 지키는 방법.

 수염은 부위마다 난 방향이 다르므로 면도 보조 제품을 바르기 전에 거울로 수염이 난 방향을 잘 관찰하고 방향에 따라 면도하도록 하자. 면도를 마쳤다면 혹시 남아 있는 수염은 없는지 손끝으로 만져 확인하고 찬물로 깨끗하게 헹궈 낸다. 찬물은 면도 때문에 자극된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면도 후 관리 피부 건강에 필수

 물을 사용하지 않는 전기면도기로 면도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사항은 비슷하다. 가급적 면도 전에 수염을 불려 주는 것이 좋은데, 이때는 따뜻한 물에 적셨다 짜 낸 수건을 잠시 면도할 부위에 대어 주거나 전기면도기 사용 전에 발라 면도를 돕는 프리셰이브(Pre-shave) 제품을 사용한다. 면도 순서와 방법은 동일하며, 마무리로는 물로 헹굴 수 없으므로 수건 등을 사용하여 얼굴에 남아 있는 수염 조각을 털어 내면 된다.

 여기까지가 면도의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직 면도가 끝난 건 아니다. 면도 후 관리야말로 면도 때문에 피부가 손상되는 걸 막기 위한 필수 단계. 피부에 자극이 없는 순한 스킨과 로션 등을 발라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는 것을 막아 줘야 한다. 면도 부위에 주로  쓰는 애프터셰이브 제품이든, 일상 관리시 쓰는 스킨과 로션이든 사용하면서 명심해야 할 사항은 공통적이다.

 첫째,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오염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제품을 선택해야 하고, 둘째, 피부 상태에 맞는 보습제를 발라 피부가 외기에 수분을 빼앗겨 건조해지고 각질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 줘야 한다. 알코올 함량이 지나치게 높은 제품은 피부에 자극을 주고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면도기는 항상 깨끗한 상태로 보관하고, 날이 무뎌졌다면 당장 새 날로 교체해서 사용해야 한다. 날이 무디면 무딜수록 수염을 깎아 내기 위해 가해지는 힘이 더 늘어나고, 그에 따라 피부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동면도기의 경우 날 교체에 일정한 주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뎌진 걸 느낀다면 바로 교체하도록 하고, 전기면도기의 경우에도 최소한 2년에 한 번 정도는 날과 안전망을 교체해 줘야 면도하면서 피부에 상처가 나는 걸 막을 수 있다.

 평소 대충하는 면도가 몸에 익은 상태라면 이렇게 신경을 써서 면도하는 자체가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귀찮음은 트러블을 예방하여 건강한 피부를 지키고, 깨끗하고 환한 인상을 얻기 위한 작은 수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