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삼성동의 종합전시장에 자리한 특급호텔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은 통상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호텔로 유명하다. 호텔의 최상층인 52층으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마르코폴로에 닿는다.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가 상징하는 동·서 무역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레스토랑인 만큼 마르코폴로는 남북 2개의 공간으로 분리돼 있다. 북쪽 공간에서는 지중해 요리를, 남쪽 공간에서는 아시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구조다. 52층 전체가 레스토랑인 이곳은 총면적 360평에 230석 규모로 3개의 별실과 2개의 셰프 테이블(주방장이 손님 눈앞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는 곳), 투명한 유리로 완전히 오픈된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리보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52층 높이의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전망. 특히 지중해식 요리가 나오는 식당 북쪽 부분에선 동쪽으로 한강의 유려한 흐름과 초고층 첨단 건물의 조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지중해식 요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방장 러셀 에드가 존 마틴씨(35)가 농어(Sea Bass) 요리를 선보였다. 그는 호주의 하얏트 호텔과 호주 국회의사당 주방장, 영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여러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16년간 요리 경력을 쌓은, 젊지만 노련한 솜씨의 소유자.

 “지중해 요리란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 남부 국가들의 요리를 뜻합니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터키를 비롯해 북아프리카의 이집트, 이스라엘, 레바논, 모로코 지역의 요리까지 모두 포함되는 셈이죠. 신선한 생선과 올리브유, 마늘, 허브, 파슬리 등 건강을 고려한 신선한 요리가 지중해 요리의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자신의 요리는 ‘북지중해 스타일’, 즉 이탈리아 요리를 중심으로 모던 스타일을 가미했다고 주방장 마틴씨는 말한다. 지중해 요리가 전통적으로 양이 많고 진한 향신료를 썼다면 자신은 양을 줄이는 대신 부담스럽지 않고 경쾌한 맛과 분위기를 요리에서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에 올리브유, 라이스 샐러드가 가미된 농어요리는 깔끔하고 담백했다. 여성 고객이 점심 메뉴로 주로 찾는다고 했다.

 아시아 요리 전문인 레스토랑 남쪽 공간으로는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강남 일원의 아파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시아 요리를 책임지고 있는 앤디 렁씨(41)는 말레이시아 태생으로 방콕, 자카르타, 싱가포르 등의 여러 호텔에서 20년간 주방장으로 일한 베테랑. 1994년 방콕 요리 경연대회에서 개인 중식(中食) 부문 금상, 홍콩 딤섬 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아시아 대부분 나라의 요리는 중국 음식을 그 뿌리로 하고 있어요. 제 요리도 마찬가집니다. 커다란 프라이팬을 이용하는 중국식 요리 기법을 주로 사용하지만 요리의 재료, 향신료 등은 말레이시아, 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 요리 기법이 가미된 거죠.”

 중국 광둥 요리를 중심으로 요리를 배운 그가 아시아 요리를 대표해 내놓은 메뉴는 일본 고급 쇠고기의 대명사 격인 와규(和牛) 안심에 굴소스를 얹은 요리. 앤디 렁씨는 “야채도 강한 불에 짧은 기간 익히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요리 시간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센 불에 순식간에 요리된 와규 안심 요리는 길게 썬 깍두기 모양인 2 x 4 크기의 4점이 접시에 담겨 식탁에 놓였다. 바삭하기까지 한 양파 튀김이 곁들인 요리는 선뜻 손을 대기 아까울 정도로 미적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비교적 덜 익혀 먹는 것이 안심 요리지만 고기 속까지 붉은 부위가 잘 안 보일 정도로 푹 익힌 요리는 좋은 재료 덕분인지 전혀 질기지 않았다. 렁씨는 “센 불에 짧은 순간 익히지만 고기의 연한 성질을 살리는 것이 요리의 노하우”라고 귀띔했다. 양파와 쪽파 등 곁들인 야채도 강한 불에 잠깐 볶아 야채의 신선함을 살렸다고 했다. 굴소스의 시원달콤한 맛과 고기의 연한 맛이  잘 어우러져 부드럽게 씹히는 느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