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쟁이 모녀의 유쾌한 결혼 해프닝을 소재로 한 <고집쟁이 딸 La Fille Mal Gardee>이 국립발레단에 의해 무대에 올려진다. 딸을 부자에게 시집보내려는 어머니와 애인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딸의 해프닝을 코믹하게 다룬,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발레 공연이다.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장면과 발랄한 군무 장면이 유쾌한 작품으로, 기존의 클래식 발레와는 다른 신선함을 준다.
 <고집쟁이 딸>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이원철(25)ㆍ김주원씨(28)의 환상적인 듀엣 무용은 이번 공연의 작품성을 한층 높여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온 이들은 이제 서로의 눈짓만으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미국 워싱턴 키로프 발레아카데미에서 6년간 유학한 이원철씨는 “선의의 경쟁자이자 의지가 되는 존재”라고 김주원씨를 평한다. 또 “발레단에 입단해서 첫 호흡을 맞췄을 때 큰 영광이었다”며 “청순가련형의 지젤부터 요염하고 야심만만한 스파르타쿠스의 예기나까지 변신의 폭이 넓은 무용수”라고 선배를 소개한다.

 반면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한 김주원씨는 이원철씨에 대해 “테크닉과 신체적 조건, 그리고 연기력 3박자를 두루 갖춘 발레리노”라 평가한다. 지난 2002년 <지젤>공연에서 1막 ‘페전트 파드되’를 10분간 춤춰 주역보다도 더 큰 박수갈채를 받았던 것은 이원철씨의 능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자신만의 특기인 ‘회전과 점프’를 살려 낸 성과였다.

<고집쟁이 딸>의 주인공 ‘콜라스’와 ‘리즈’는 한층 더 강한 캐릭터의 소유자다.

 “리즈는 말 그대로 고집쟁이에요. 신세대 여성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죠. 사랑을 쟁취할 줄 아는 매력 있는 캐릭터에요. 귀엽기도 하지만 섹시한 모습도 갖춘, 저와 비슷한 캐릭터인 것 같아요.”

 허리라인을 강조한 탑과 볼륨감 있는 망사스커트를 입고, 발레슈즈를 신은 채 고집스런 리즈를 소개하는 작은 체구의 김주원씨도, 콜라스를 “잘생기고 철부지지만 자존심 강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는 이원철씨도 환환 미소가 더 어울렸다. 자신들 모습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해 낼지 자못 기대가 된다.

 <고집쟁이 딸>은 발레 대중화에 초점을 맞춘 클래식 발레다. 관객들에게 쉽고 유쾌한 공연을 보여주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막 발레(1789년 초연)로 그 당시 발레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귀족, 요정, 여신 등 높고 초현실적인 존재들이 아닌 평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작품이다.

 18세기 유럽 농가를 마치 판화로 찍어 낸 듯한 느낌으로 국내 관객에 선보일 이번 공연은, 쿠바 발레단의 필립 알롱소(Pilippe Alonso)가 개정 안무하고 올란드 발레단의 객원 안무가 사만타 던스터(Samantha Dunster)가 재구성한 것으로 쿠바 버전으로는 국립발레단만이 소유한 레퍼토리다. 특히 필립 알롱소의 안무는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탁월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어 기대가 모아진다. 10월15일부터 10월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문의 1588-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