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린 푸른 바다와 거대한 코코넛 나무, 적막감까지 흐르는 골프코스에서의 ‘나 홀로’ 라운드. 감히 국내 어느 골프장에서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일인가. 남태평양의 마지막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피지에서의 라운드는 흔히 말하는 ‘황제 골프’ 그대로였다.

국에서 저녁 비행기로 출발해 피지의 난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8시30분. 공항에서 직행한 데나라우 골프&라켓 클럽(Denarau Golf & Racquet Club)엔 단 한 명의 내장객도 없었다.

라운드를 준비하는 기자를 향해 클럽하우스의 헤드프로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스콜이 쏟아질지 모른다고 잔뜩 겁을 준다. 그리고 ‘남태평양의 흑진주’라는 별명을 가진 PGA 투어 골프선수 비제이 싱이 어린 시절 이곳에서 연습을 했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피지엔 수적으로는 많은 골프장이 있지만 대부분 9홀이다. 18홀은 국제공항이 위치한 난디의 데나라우 골프&라켓 클럽과 퍼시픽 하버 지역에 위치한 펄 퍼시픽(Pear Pacific) 골프장 두 곳으로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2005~2006년 피지 최고의 골프장으로 꼽힐 만큼 유명하다.

데나라우 골프&라켓 클럽은 일본의 팡야 플래닝에서 설계한 골프장으로 피지를 찾는 우리나라 골퍼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다. 300여 개에 달하는 피지의 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데나라우섬 중앙에 위치한 쉐라톤 피지 리조트 내에 위치해 있다.

1993년 6월 개장한 데나라우 골프&라켓 클럽은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PGA, 에런베들리(청소년PGA)가 열리는 골프코스로 아름다움에 골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티박스 주변엔 코코넛 나무가, 페어웨이 주변엔 야자수가 길게 늘어서 있어 남국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는 데나라우 골프&라켓 클럽의 특징이다.

바다 동식물 모양의 그린

해안가에 위치한 탓에 업다운은 거의 없다. 페어웨이도 넓어 편안하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개천이 코스 전체를 감싸고 흐르며, 15개 홀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워터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어 라운드는 결코 만만치 않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조성했다는 워터 해저드의 공략이 까다로운 만큼 매 홀마다 집중력이 요구된다.

데나라우 골프&라켓 클럽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특이한 그린이다. 매 홀마다 그린의 형태가 바다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의 모양을 본 따 조성됐다. 예를 들어 7번홀은 생선, 9번홀은 오징어, 또 다른 홀은 불가사리, 문어, 상어, 붕어, 뱀장어 등 다양한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린은 대체로 넓지만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달리 무척 빠르다.

시그네처 홀은 15번홀. 404야드의 파4홀로, 바다를 향해 티샷을 하게 된다. 물론 티박스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페어웨이에서 스카이그린으로 알고 온그린 후 그린 위에 올라서면 시원한 해풍이 모자를 벗긴다. 예닐곱 그루의 야자수가 하늘에 떠있는 듯 그린을 감싸고 있는 뒤로 남태평양의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이에 반해 5번홀과 9번홀은 난코스로 악명을 떨친다. 이 두 개 홀에서는 볼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티샷이 톱핑되거나 세컨드 샷이 짧거나 또는 너무 길면 여지없이 워터 해저드가 볼을 삼키고 만다. 칩샷이 그린을 놓쳐도 볼은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9, 13, 18번 홀에서는 두 번의 개천을 건너야 비로소 그린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린 뒤에 다시 개천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피지에서의 골프는 휴양지라는 말 그대로 여유와 느긋함을 자랑한다.

두 번째 라운드를 위해 이튿날 오전 7시가 조금 넘어 골프장을 찾았을 때에도 라운드를 즐기는 골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나 홀로’ 골퍼들이었다. 뒷팀이 재촉하면 손짓으로 앞서가라고 신호만 보내면 그만이다. 티오프 시간이 따로 없고 인코스, 아웃코스 선택도 내 마음대로다.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를 질주하는 기분도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한국 주재 피지관광청의 박지영 실장은 “오는 2007년 비제이 싱이 직접 디자인 하고 투자, 개발한 ‘비제이싱 골프장’이 난디에 오픈할 예정”이라며 “한국 골프 관광객 유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비제이 싱 골프장은 싱이 직접 코치를 할 예정이어서 싱과 함께 라운딩의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박 실장은 덧붙였다.

plus tip

피지 최고의 호텔 쉐라톤 피지 리조트


지 골프투어의 또 하나의 매력은 맞춤 투어가 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여유롭게 일정을 잡고 떠나, 섬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며 2~3일 머물다가 돌아와 오전에는 골프, 오후에는 난디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다. 아니면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리조트에서 전통문화체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피지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고의 리조트는 쉐라톤 피지 리조트다. 바다가 보이는 파스텔톤 최고급 리조트로 난디공항에서는 자동차로 20분, 난디 타운에서는 5분 거리인 데나라우 아일랜드에 위치해 있다. 데나라우 아일랜드는 피지의 본섬인 비티레부와 연결되어 있는 가장 큰 섬으로, 골프장과 테니스 코트, 각종 수상스포츠와 크루즈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따사로운 태양과 부드러운 열대의 바람 그리고 쉐라톤으로 피지에서의 휴가가 완성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층의 나지막한 건물은 해변에 줄지어선 야자수와 어울려 호화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리조트 전체가 시원스레 트인 구조로 설계돼 태평양의 부드러운 바다 바람이 항상 리조트 안으로 들어온다. 넉넉한 사이즈의 객실은 열대 정원에 둘러싸여 있으며 개별 발코니에서는 태평양이 내다보인다.

쉐라톤 피지 리조트의 객실 타입은 오션 뷰, 오션 프론트, 오션 리조트 룸, 스위트 룸으로 나누어져 있다. 총 292개의 널찍한 객실은 전체적으로 환한 데에 스타일리쉬함이 더해져 쉐라톤만의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4개의 레스토랑과 2개의 칵테일 바, 그리고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수영장이 있다. 이외에도 골프장, 헬스클럽,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테니스 코트, 맛사지 센터, 비치발리볼 코트, 어린이 놀이터 등 최고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투숙객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해양스포츠로는 세일링, 윈드서핑, 카약, 아쿠아 에어로빅, 비치발리볼 등 무동력 해양스포츠이며, 수상스키나 제트스키, 스쿠버 다이빙 등 동력 해양 스포츠는 유로로 이용할 수 있다.

피지까지의 항공편은 2003년 7월부터 대한항공이 인천-난디 간 직항노선을 주3회, 호주나 뉴질랜드의 50~70% 가격으로 운항하고 있다.

취재협조 : 대한항공, 피지관광청(02-363-7955), UTC투어(02-755-9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