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만족과 후각적 이미지 연출을 위해 사용하는 향수, 그러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후각을 괴롭혀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자. 성공하는 남자는 디테일도 강한 법이다.

쉴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이나 순간적으로 인생을 만원짜리로 전락시키는 엘리베이터에서는 민망하거나 불쾌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성추행이나 소매치기와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식사 후 급하게 나온 것을 확인시켜주는 마늘 냄새와 김치 냄새, 이도 안 닦은 채 담배부터 피운 것을 과시하는 입 냄새는 안 그래도 후텁지근하고 끈적거리는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간다.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의 악취는 후각을 통한 고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악취들은 바빠서, 혹은 신경을 쓰지 못한 탓에 나는 것이지만, 이와는 달리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쾌감을 유발하는 냄새가 있다. 바로 강한 향수 냄새. 향수는 자신의 감성적 만족과 후각적 이미지 연출을 위해 사용하는 준 패션 제품이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강한 향취가 악취로 돌변하여 후각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향수를 잘못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것. 귀 밑이나 손목, 옷단 등에 가볍게 뿌려주거나 묻혀주면 되는 향수로 거의 샤워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지 연출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남성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다. 특히, 남성 향수에 많이 사용되는 후제아(Fougere)나 우디(Woody), 혹은 스파이시(Spicy) 계열의 향수의 경우, 남성적이면서도 차갑거나 무거운 느낌이 강한 경우가 많아, 많이 사용할 경우 불쾌감을 유발하기 십상. 중년 남성들의 경우 나이 들면서 나는 몸 냄새를 가릴 목적으로 향수를 과하게 사용하는데, 체취는 어느 정도 가릴 수 있을지 몰라도 독한 향수 냄새로 인해 체취 못지않은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담배 냄새나 술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사용하는 것 또한 냄새가 섞이면서 오히려 악취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해야만 한다.

바람직한 사용량은 농도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샤워코롱(Shower Cologne)이나 오데코롱(Eau de Cologne)과 같이 농도가 5% 이하인 제품들을 제외하면, 귀 뒤쪽이나 손목 등 맥이 뛰는 부위, 혹은 옷단에 1~2회 가볍게 뿌리거나 발라주는 것이 적당하다.

때와 장소, 경우에 맞지 않게 향수를 사용하는 것 또한 역효과가 나는 대표적인 경우. 약속이 있다면 적어도 만나기 30분 전에는 향수를 사용하는 것이 예의. 약속 직전에 향수를 사용하면 강한 향이 상대방의 후각을 지나치게 자극하여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향수,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향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을 명심할 것. 내가 좋은 향도 남에게는 악취가 될 수 있다. 특히 식사나 차 약속일 경우에는 강한 향취가 상대방의 식욕을 떨어뜨리고 음식이나 음료의 제 맛을 느끼게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식사 약속이 있는 경우에 향수를 사용한다면, 농도가 오데토일렛(Eau de Toilette) 이하이며, 너무 강하지 않은 시트러스(Citrus)나 플로럴(Floral) 계열의 향 제품을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교적 최근에 선보인 고형 향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은은한 향취를 오랫동안 남길 수 있는 훌륭한 선택.

향을 잘못 사용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경우를 보면 결국 향을 제대로 고르고,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이 향수 오용으로 인한 역효과의 근본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세련된 향수 사용자가 되기 위해 먼저 향수를 제대로 고르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향수는 가능한 한 오후 늦게 사도록 한다. 초저녁이 지나면 후각이 매우 예민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향을 고르기 쉬워진다. 향수를 코에 대고 직접 맡으면 향수에 포함된 알코올 때문에 향수 본래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으므로 향수를 뿌려 맡는 종이인 블로터(Blotter)나 티슈에 뿌려 잠시 두어 알코올을 휘발시킨 후 올라오는 냄새를 맡도록 한다. 향의 농도는 대개 5~10% 사이의 오데토일렛 정도가 무난하며, 오랫동안 향을 지속시키고 싶다면 농도가 짙은 오데퍼퓸(Eau de Perfume)이나 퍼퓸(Perfume)을, 보다 가볍게 사용하고 싶다면 오데코롱 정도가 적당하다. 단, 오데퍼퓸이나 퍼퓸을 사용할 경우에는 향의 농도가 강한 만큼 소량을 사용하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

향취는 맡아 보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때와 장소, 경우에 따라 좀 더 적절한 향을 맞춰서 사용하고 싶다면 몇 가지 향 계열별 특징을 기억해두자. 원하는 분위기 연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린(Green) 계열은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는 향으로, 가벼운 향을 즐기고 싶거나 지적인 분위기 연출에 효과적이다. 오리엔탈(Oriental) 계열은 어둡고 신비로운 느낌을 표현하며, 섹시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사용해 볼만 하다. 단, 오래 가는 만큼 과량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트러스 계열은 오렌지 등 감귤류에서 추출한 향으로 가볍고 상큼하여 기분 전환 효과가 뛰어나다.

스파이시 계열은 향신료의 톡 쏘는 듯 한 느낌을 주는 향취. 플로럴이나 우디 계열에 깊이를 더할 때 많이 사용된다. 우디 계열은 나무껍질이나 향나무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향취로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후레아 계열은 싱싱하고 촉촉한 느낌으로 남성용 향수에 많이 쓰여 대표적인 남성 향취로 인지된다. 타바끄레즈(Tabaqurese) 계열은 담배와 가죽을 연상시키는 향취로 중후한 남성의 멋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마음에 드는 향수를 잘 골랐다면 그 다음에는 제대로 쓰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향수는 적어도 외출 30분 전에는 사용해야 은은한 향취를 즐길 수 있다. 사용하는 부위는 손목이나 귀 뒤 등 체온이 높고 맥이 뛰는 곳이 향의 발산을 도우므로 보다 효과적이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사용하는 것은 절대금지! 땀과 섞여 비싼 향수가 악취가 되어 버린다. 옷에 뿌린다면 바짓단이나 상의 하단 등 아래쪽에 뿌리는 것이 좋다. 향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

짙은 향취의 남성용 스킨으로 향수 사용을 대신하는 남성들에 비하면 향수를 챙겨 사용하는 남성들은 좀 더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세련된 감각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감각을 사소한 실수로 몰지각으로 강등시키지 않도록, 향수를 고르고 사용할 때 조금만 더 신경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