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인사동에 자리잡은 산촌은 사찰 음식 전문점으로 일찍이 <뉴욕타임스>에도 한국의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한 집이다. 부산 범어사로 출가한 정산(58) 스님이 환속해 김연식이란 속명으로 돌아와 1981년 문을 연 것이 시초다. 김연식씨는 출가 후 ‘산채요리’‘한국의 사찰 음식’‘눈으로 먹는 절 음식’ 등 사찰 음식에 관련된 책을 잇따라 펴냈다. 사찰 요리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스님들은 욕망을 절제한다는 의미에서 식욕을 돋우는 요리법에 대해선 기록으로 남긴 것이 전무합니다. 구전으로 전해지거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식이죠. 전국의 여러 사찰에서 수행했지만 공부보다는 음식 만들기에 더 관심이 많아 기록과 연구를 하게 되었어요.”

 산촌은 식당 안의 풍경부터 예사롭지 않다. 북적거리는 바깥과는 달리 산사처럼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주재료는 산과 들, 바다에서 거둔 산채, 들채, 해채. 생선이나 고기는 상에 오르지 않고 절에서 금하는 오신채(五辛菜:마늘·파·달래·부추·홍거)도 기본적으로 넣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인의 입맛을 고려해 본 메뉴에는 오신채가 들어간다. 만약 사찰 음식 고유의 오신채가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을 원하면 하루 전에 예약하면 된다.

 “절 음식은 식물성으로만 이뤄져 있어도 영양의 균형이 깨지지 않는다. 나물을 무칠 때도 간장이나 고추장만이 아니라 두부를 으깬 것이나 콩물 또는 들깨즙, 참깨즙으로 무쳐서 영양의 균형을 맞추죠. 오랜 스님들의 지혜가 오늘날 건강식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셈입니다.”

 철마다 사용하는 재료가 다른데, 대략 50여가지 음식을 만든다. 연잎 쌈밥과 우엉 지짐, 고소전 또는 무침 등도 맛깔스럽다. 점심 1만7000원(부가세 별도), 저녁 2만9000원(부가세 포함).

 뭐니 뭐니 해도 산촌의 대표 메뉴는 ‘스님공양상(정식)’[점심 1만7000원(부가세 별도), 저녁 2만9000원(부가세 포함)]이다. 이름에 맞게 100% 채식으로 차려지는 건 당연지사.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치 않고, 주재료 자체의 맛을 최대한 살려 만드는 게 특징이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 산촌 요리의 기본 개념이다.

 조리법도 불교의 기본 정신에 맞게 간단하다. 나무 열매나 뿌리, 해초류, 곡류 등 소박한 재료를 갖고 만들되 양념을 최대한 제한해 재료 자체의 깊고 담백한 맛을 살렸다.

 제일 먼저 상에 오르는 것은 들깨즙. 쌀을 넣고 끓인 들깨죽은 고소하면서도 향긋하다. 이어 바닷물로 만든 생두부가 나온다. 이어 무, 버섯, 빨간 고추 등 갖은 양념을 메밀 전병에 싼 ‘빙’과 냉이, 머위, 유채, 원추리, 참나물, 취나물, 울릉도취 등 일곱 가지 산나물을 각각 다른 양념에 무친 산채모듬나물, 김치, 상추 겉절이, 튀김, 전, 산촌 잡채, 고소나물, 더덕무침, 졸임감자, 곰취무침, 다시마튀각 등 찬이 밥, 찌개와 함께 나온다. 간결하고 소박한 식사가 기본인 사찰 음식을 생각했다면 다소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물 일색이라 맘껏 먹어도 위엔 그리 부담이 가지 않는다. 나물류와 채식 위주의 식단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건 바로 고소나물. 입맛을 거스를 정도로 향이 강한 고소나물은 한국 승려들이 즐겨 먹는 귀한 산나물. 한 번 맛을 들이면 고기맛보다 좋다는 절의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씹으면 씹을수록 고운 향이 입 안에 남는다.

 음식들은 느티나무로 만든 그릇, 즉 스님들이 사용하는 ‘발우’에 음식을 담아내고 있다. 덕분에 푸짐한 상차림에도 사찰 음식 고유의 맛과 정취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저녁 8시15분부터 9시까지는 전통춤, 가야금 연주 등의 민속 공연이 펼쳐져 식사와 함께 문화의 정취에도 흠뻑 빠질 수 있다.



 Plus tip

 종로에서 안국동 로터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아뜰리에 서울’과 ‘산촌사람들’이란 상점 사이에 사잇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100m 가량 골목을 들어가면 왼쪽에 위치해 있다. 서울 인사동 본점 외에 경기도 일산에도 분점이 있다. 연중 무휴로 영업을 하지만 사전에 예약을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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