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비쿼터스 도시 (일명 U시티)’의 밑그림을 제시할 ‘U시티 지역협력센터(ULCC)’의 선두에 서 있는 김병천(53) 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원 교수(부대학원장). 그는 국내 테크노 MBA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많은 CEO들을 청강생(?)으로 둔 유명 강사이기도 하다. 그의 고향은 평안도. 그래서 면 요리(특히 냉면)를 유난히 좋아한다고 한다. 그와 한국과학기술원 인근 유명 샤브샤브 집 홍학에서 만나 맛있는 대화를 나눴다.
 음식 수가 적은 집치고 맛없는 집 없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 집도 딱 두 가지(샤브샤브, 만두전골)만 하는군요. 어떻게 이곳의 단골이 되셨나요.

 평안도 출신이신 아버님이 1988년부터 이 집을 알게 되셨고 그 이후 가족들도 자주 오게 됐습니다. 지금은 뉴욕에 계신데 뉴욕에 이런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옵니다. 고기를 먹는 것도 재밌고 특히 제가 좋아하는 면을 넣어 먹을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합니다.



 면 요리를 좋아하시나 보죠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합니다만 면 요리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냉면은 찾아다니면서 먹을 정도니까요.

 주로 어디를 찾아다니십니까.

 제가 평안도 출신이니 당연히 평양냉면이지요. 서울에 있을 때는 필동면옥이나 평양면옥, 또는 우래옥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대전에 있을 때는 사리원면옥이나 숯골냉면을 즐겨 찾습니다. 숯골냉면은 평양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냉면의 명문이거든요. 고 김일성 주석도 숯골냉면이 평양에 있을 때는 자주 이용했다고 하더라고요. 동치미국물에 약간의 닭고기 육수를 섞은 육수 맛이 일품입니다. 냉면은 육수가 좌우하지 않습니까. 이 집의 기름기 없는 백숙도 대단합니다.

 냉면을 그렇게 좋아하시면 냉면 먹는 비법이 있을 법한데요.

 비법이라고는 할 것은 없고요. 아시다시피 물냉면은 가위로 자르면 맛이 달아나지 않습니까. 냉면의 맛도 그렇지만 메밀로 된 면을 한가득 넣고 목구멍으로 뚝뚝 끊어먹는 재미야 말로 물냉면 먹는 최고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쇠붙이에서 나오는 미세한 쇳가루가 음식의 맛을 해친다고 말하는 미식가들이 있다. 특히 냉면 먹을 때 이런 경향이 심하다고 한다. 그래서 몇몇 열혈 냉면 마니아들은 나무젓가락을 가지고 다닐 정도다. 궁중에서도 쇠로 음식을 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나무 칼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어릴 적 먹던 음식 중에서 북한음식에 관한 추억이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가을이 되면 어머님이 해주시던 음식 중에서 무장국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갈비국물에 무를 넓적하게 썰어 넣고 된장을 풀어 넣어서 먹는 음식입니다. 가을처럼 경쾌하고 담백합니다.

 집에서 먹던 음식말고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음식에 관한 추억은 없으십니까.

 대학 시절에는 자장면 3곱배기를 먹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종로에 있던 소바집을 자주 갔었는데 한번에 12판을 먹은 적도 있습니다.

 굉장하셨군요. 그럼 요즈음은 어떤 음식을 즐겨 드십니까.

 보문동에 가면 대성집이라는 선지해장국집이 있습니다. 새벽에 출출하면 항상 이곳을 이용합니다. 삼청동에 있는 백송이라는 설렁탕집도 좋아하구요. 그리고 제가 등산을 좋아합니다. 북한산엘 자주 올라가는데 그럴 때면 도선사 입구에 있는 콩국수 집을 자주 이용합니다. 우리 콩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순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시래깃국이나 풋고추와 함께 먹으면 제게는 최고의 보양식이 됩니다. 골프는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기흥CC를 가곤 하는데 그럴 때면 근처에 있는 사또식당이라는 고깃집을 주로 이용합니다.

 술은 좋아하십니까.

 술은 즐기지 않습니다. 잘 안 받거든요. 담배도 거의 안 피울 정도로 줄였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자연스럽게 건강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골프 같은 운동보다는 등산을 좋아합니다. 최근에 디지털 카메라에 취미를 붙여 등산할 때 늘 가지고 다닙니다.  환상의 콤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도 만끽하고 그 기분을 기록으로도 남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음식도 그렇습니다. 맛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에너지로서의 역할입니다. 건강하고 좋은 음식이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