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붉은 구릿빛 피부가 남성미로 대표되던 시대는 지났다. 깨끗하고 밝은 이미지의 남성이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여름 내내 뜨거운 햇볕과 무더위에 시달린 피부를 밝고 깨끗하게 되돌리는 법을 알아본다.

 운 여름, 얼굴에 스킨도 바르기 귀찮은데 자외선 차단제가 웬 말이냐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면 피부는 뜨거운 태양광선으로 인해 깊이 손상된 상태일 것이다. 더위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피부는 건조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햇볕 속 자외선은 피부를 칙칙해 보이게 하는 멜라닌의 생성을 자극한다. 멜라닌은 과도한 자외선 노출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데, 그 결과 피부색이 짙어지게 되며 얼굴에는 전에 없던 잡티나 기미가 생기게 된다. 더위와 자외선이 칙칙하고 얼룩진 피부의 주범이란 얘기다.

 여성들은 여름이 지나면서 칙칙해진 피부를 맑고 투명하게 되돌리기 위해 미백 화장품을 챙겨서 집중적인 관리를 시작한다. 희고 고운 피부야말로 미인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 중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의 경우에는 어떨까? 자신들의 피부색이 칙칙해지건 말건 아무 관심이 없을까? ‘M&C 리서치’가 2004년 12월에서 2005년 사이에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15~49세의 남성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남성 화장품 U&A 조사’ 결과를 보면 얼굴 피부 고민 부분에서 ‘피부색이 어둡다’를 고민으로 선택한 남성의 비율이 18.7%에 달한다. 이는 전년도 8.2%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며, ‘피부색이 고르지 않다’는 18.7%, ‘피부가 칙칙하다’는 14.7%, ‘잡티가 있다’는 11.3%로 모두 전년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미백 화장품 3개월 이상 사용해야 효과 나타나

 이는 외모주의(Lookism)의 열풍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외모 자체를 경쟁력으로 파악하고 중시하며 가꾸는 사회적인 흐름 속에서 남성 또한 결코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배가 나온 사람은 자기 관리 능력이 부족하여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복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제대로 된 매너와 센스를 갖추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칙칙하면서 군데군데 잡티가 보이는 얼굴 또한 밝은 톤과 균일한 피부색의 얼굴 앞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한 피부색은 연령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검붉고 칙칙할수록 자기 나이보다 들어 보이는 반면, 밝고 깨끗한 피부의 소유자는 나이보다 젊어 보여 역동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이렇게 미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공감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미백 관리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미백 자체를 피부를 하얗게 표백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 한 가지 원인인데, 미백은 피부에 쌓인 묵은 각질을 제거하고, 특정 부위에 침착된 멜라닌을 제거하면서 새로운 멜라닌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하여 피부색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미백 화장품을 열심히 사용해도 마이클 잭슨처럼 흑인이 백인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백에 대해 관심이 있어도 어떤 제품이 있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앞에서 살펴본 ‘남성 화장품 U&A 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피부색 관련 항목을 고민으로 선택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그저 씻거나 아니면 아예 방치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렇다면 지난 여름이 남긴 흔적을 지워내고 균일하고 환한 피부색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각질 관리’다. 활력을 잃은 피부에 쌓여 있는 묵은 각질을 제거해야 보기 싫게 일어나지도 않고, 피부가 칙칙해 보이지도 않는다. 세안 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스크럽 제품을 사용하거나 팩을 해보자. 스크럽은 모공 속 노폐물과 피부 표면의 묵은 각질을 제거해주는 제품이다. 내용물 안에 작은 알갱이들이 들어 있어 피부에 문지르면 알갱이들이 물리적으로 묵은 각질을 떼어내는 역할을 한다. 입자가 고운 제품을 선택해서 사용하고, 알갱이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눈가는 피해서 사용한다. 얼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1~2분 정도 문지르다가 물로 깨끗하게 헹궈내면 된다. 단 피부가 민감하거나 연약한 경우에는 피부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팩은 묵은 각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워시오프 타입이나 필오프 타입의 제품을 선택하여 사용하는데, 워시오프 타입의 팩은 세안 후 스킨까지 바른 다음 눈가와 입가를 피해 얼굴 전체에 내용물을 고루 펴 바른 다음 10~15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가 물로 씻어내면 되고, 필오프 타입의 팩은 세안 후 역시 스킨까지 바른 다음 눈가와 입가를 피해 바르고, 내용물이 다 마르면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떼어내면 된다. 필오프 타입의 경우 사용하기는 다소 번거롭지만, 피부를 맑게 가꿔주는 효과가 뛰어나므로 선택해볼 만하다.

 각질 관리를 마친 다음에는 멜라닌에 대응하여 피부 잡티와 칙칙함을 제거해주는 미백 화장품을 사용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에센스 유형이 많은데, 얼굴의 전체적인 칙칙함을 개선하고 싶다면 로션을 사용하듯 얼굴 전체에 고루 펴 바르고, 특정 부위에 유난히 잡티가 눈에 띄는 경우라면 해당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발라준다. 적어도 3개월 정도 꾸준히 사용해야 피부 개선 정도를 실감할 수 있으므로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피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맑아 보이는 피부 유지를 위해 중요하므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미용 성분을 집중적으로 공급해주는 시트 타입 팩을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챙겨야 할 것은 ‘자외선 차단’이다. 아무리 열심히 미백 관리를 해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다면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 자외선으로 인해 새로운 멜라닌이 생성되는 것을 막으면서 이미 생성된 멜라닌을 배출시켜야 고른 피부색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낮 시간에 외출할 때는 스킨을 바르듯 꼬박꼬박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준다.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경우라면 SPF 15 · PA +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가, 실외 생활의 비중이 높은 경우라면 SPF 30 · PA ++ 정도의 자외선 차단제가 적합하다.

 전통적으로 남성들은 밝고 깨끗한 피부보다는 검붉은 구릿빛 피부를 남성적인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미지가 강조되는 시대에 살아가는 남성들은 깨끗한 피부가 주는 경쟁력을 자각하며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또한 밝고 깨끗한 피부가 상징하는 피부의 건강한 상태를 지키려는 욕구 또한 크다. 필요성은 느꼈지만 방법을 몰랐다면, 지금이야말로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가을의 막바지에 만날 환하고 깨끗한 피부가 기대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