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누군가 내가 종사하는 분야(경영)에서 나에게 가장 지대한 영향을 준 사람을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피터 드러커를 꼽겠다. 경제학과 달리 경영학은 20세기 후반까지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분야였다. 강경파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전통적 교육에서 경영이 주 커리큘럼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경영학은 가장 각광받는 과목이 됐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피터 드러커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피터 드러커가 1954년 해낸 가장 중요한 일이자 획기적인 일은 바로 이 책 <경영의 실제>를 쓴 것이다.

 여타 핵심 과학과 다르게 경영학 분야는 그 즈음 유행하는 아이디어나 트렌드 등을 포괄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이유 때문에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경영이라는 분야가 지나치게 ‘동시대적’이거나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에게조차 피터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는 경영 분야에서 존경받는 책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이 책이 경영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이 경제 활동의 가장 중심에 있으며, 사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필수적인 사업의 기능은 바로 마케팅과 혁신, 두 가지라고 주장했다. 또 조직이란 사업성과 및 결과물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것으로 여겨지는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단순한 경영에 관한 설명이 바로 관리자들이 해야 할 일,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을 정의하고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피터 드러커는 경영 목표 및 관리자의 역할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로 할 일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직을 준비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동기를 부여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네 번째로 할 일은 측정을 하는 것이며, 마지막 다섯 번째는 인재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다섯 가지의 원칙이 명확한 목표와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모두 롤모델(role model) 내지는 상관 역할을 하면서 인재를 개발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목표와 과제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쉽게 추적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를 측정할 수 있는가? 우리는 종종 톱다운(top down) 방식의 평가에 대해서 논의를 하곤 한다. 그러나 만약 중간관리자급 인재를 개발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가정하면, 관리하고 있는 인재들에게 보텀업(bottom up) 방식의 피드백 평가를 받는 것이 더 합당한 것이 아닐까? 이 같은 방식이 논리적임에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보텀업 피드백 프로세스 형태를 갖추지 않고 있다.

 언젠가 민간기업으로 전환하는 공기업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추측하는 대로 대부분의 공무원은 매우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민간기업을 관리·운영한다. 그 강의에서 나는 관리자의 다섯가지 역할 및 경영의 미와 과학에 대해 피터 드러커의 다섯가지 원칙을 예로 들면서 강연을 했다. 그리고 그 강연에서 나는 아파트 경비와 한국 CEO를 예로 들었다.

 나는 대다수의 한국 CEO들이 CEO라는 마스크 뒤에서 아파트 경비 역할 정도만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들 CEO들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이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의 5대 원칙을 따르자면 CEO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내가 제시한 예에 대해 비약이 심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당신 자신을 평가한다고 가정하고, 앞서 언급한 다섯가지 원칙을 활용하여 각각에 대한 점수를 줘보라고. 그러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그리고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그 분포에 놀랄 것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지만 종종 그 사실 여부를 떠나 교활한 상인 같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젊은 층 눈에도 기업인은 사회의 모범이 되는 본받을 만한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사실은 경영 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은 상당한 헌신과 노력을 요하며,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전문 관리자들은 근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저서에는 이 같은 사실을 매우 능숙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책을 “20세기의 그 어떤 경영 관련 도서보다 가장 영향력 있고 보다 포괄적이고 가장 분석적이며 이론적”이라며, 모든 사람이 필히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