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는 그동안 국산차의 대체수요가 된 적이 없었다. 국산차와의 가격차가 최소 2배 이상 나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3년 새 국산차 값이 많이 오른 데다 저렴한 수입차들이 밀려들면서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대에 포진한 수입차들이 크게 늘었다. 2000만~3000만원대 수입차만 무려 20여종에 이를 정도다. 수입차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첫차를 사려는 초보 직장인부터 좀 더 높은 급 국산차를 사려는 일반인의 눈길까지 끌게 된 것이다.
 슷한 덩치의 국산차에 비해 여전히 비싸지만 국산차가 따라올 수 없는 근사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한국의 젊은 트렌드세터들을 사로잡는 차들도 눈에 띈다. 3000만원 전후의 BMW 미니 쿠퍼나 폭스바겐 골프 같은 차들은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매끈한 디자인에다 세련된 끝마무리가 일품이다. 물론 성능도 나무랄 데 없다.

 포드 몬데오는 2000만원대 가격으로 현대 쏘나타에 정면 도전한다. 각종 안전 및 편의장비를 더했는데도 쏘나타 고급형과 큰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다. 3000만원대의 혼다 어코드 역시 꾸준한 베스트셀러다. 역시 외국에서 쏘나타 급에서 경쟁하는 폭스바겐의 최신 중형세단 파사트도 3000만원대 가격으로 요즘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 수입차 판매 전체 2위를 기록한 혼다의 중소형 SUV인 CR-V는 올해에도 인기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내·외관 모두 딱히 눈길 끄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품질·편의성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4월 출시 예정인 폭스바겐의 중소형세단 제타도 주목된다. 유럽의 베스트셀러 해치백 골프의 세단형으로 기본형이 2000만원대 후반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발표에 따르면 작년 배기량 2000cc 이하의 수입차 판매는 7144대로 전체 수입차의 23.1%를 차지했다. 2004년 15.5%에서 1년 만에 무려 7.6% 나 급증한 것이다. 저가형 수입차 판매가 늘어난 것은 수입차 구매 연령이 낮아진 것과도 연관이 깊다. 작년 법인을 제외한 개인의 수입차 신규등록 가운데 30세 이하의 등록대수는 2004년 504대에서 작년 741대로 47%나 증가했다. 31~40세의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도 2004년 2262대에서 2005년 2974대로 31.5% 늘어났다. 이는 과거 수입차의 주 고객이 아니었던 20~30대 젊은층이 수입차 소비를 주도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2000만원~3000만원대 수입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장 국산차와 서비스망이나 가격 경쟁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판매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가격이나 유지비용도 차츰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수입차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2000만~3000만원대 수입차들에는 어떤 게 있을까. 그리고 각 모델들의 특징과 장단점은 무엇일까. 실제로 차를 타보았을 때의 느낌, 동급 국내외 경쟁 모델과의 비교, 영·미·일 잡지들에 나온 평가 등을 바탕으로 소비자 입장에서의 구매가치를 가늠해봤다.



 { 2000만원대 수입차 }



 혼다CR-V 2WD   2990만원

 160마력짜리 4기통 2.4리터 i-브이텍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혼다의 주력 SUV 중 하나다. 2.4리터의 배기량을 감안할 때 폭발적 가속과는 거리가 멀지만, 혼다의 4기통 휘발유 엔진은 정말 혼다의 명성이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쾌하고, 꾸준하며, 믿음직스럽다. 휘발유 엔진 특성상 고압분사식 디젤을 얹은 현대 투싼이나 싼타페와 비교했을 때 최대토크는 다소 밀리지만, 고속 주행 시에도 꽤 매끄럽게 가속되며 시속 160km 정도까지는 시원하게 뻗어준다. 코너링은 독일산 SUV의 단단한 느낌엔 미치지 못하고 국산 SUV의 무른 느낌과 비슷하다. 주행감이 현대 싼타페나 투싼에 비해 탁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달리고 서는 기본기가 훌륭하고, 미국 시장에서 검증된 혼다의 품질과 서비스 만족도가 어필한 데다, 다른 수입SUV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이 작용해 작년에 무려 1288대가 팔렸다. 수입차 전체 판매 2위, 수입SUV 판매 1위의 대단한 기록이다.



 포드 몬데오 2.0   2660만원

 유럽에서 올해의 차에 뽑히기도 했을 만큼 품질·성능·대중성 면에서 뛰어난 중형세단이지만, 국내에서는 미국차(실제로는 유럽 포드에서 만들었지만)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대단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판매량이 많지 않다.

 몬데오는 독일과 벨기에 공장에서 생산되며, 엔진성능이나 코너링, 주행감 모든 면에서 유럽 시장에 통할 정도의 수준을 갖고 있다. 국내 중형세단 정도의 크기에 2리터 145마력 엔진을 달아, 국산 동급세단과 비교했을 때 동력성능이 더 뛰어나지는 않지만 시내에서 움직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의 힘을 낸다. 지능형 안전 시스템, 후방 주차센서, 자동온도조절 에어컨, 앞 유리 열선, 가죽시트를 달고도 가격은 2660만원. 현대 쏘나타 2.0 고급형이 2388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쏘나타와 가격 차이가 없는 셈이다

 몬데오의 차체는 몬데오보다 한 급 위인 재규어 X타입에서도 채택했을 만큼 차체강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몰아보면 확실히 미국 세단보다는 독일 세단의 단단한 맛이 느껴진다. 다만 2001년 데뷔해 조만간 모델체인지를 앞두고 있다는 점과 2리터급 국산 세단에 비해 기름을 좀 더 먹는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가격적인 장점을 생각할 때 구매가치는 탁월하다.



 폭스바겐 골프 2.0 디럭스   2990만원

 30년간 전 세계에서 2300만대 이상 팔린 초강력 베스트셀러. 골프는 그동안 몰아본 수십여종의 국내외 전륜구동형 중소형 해치백(트렁크 없이 뒷문이 위로 열리는 형태의 차) 가운데 운전이 가장 재미있는 차다. 화려한 외양이나 큰 덩치보다 은근한 멋을 지닌 작고 성능 좋은 차를 원하는 실속파들에게 어울린다.

 배기량 2리터, 최고출력 150마력의 고효율 휘발유 엔진을 얹은 신형 골프는 구형 골프보다 훨씬 힘이 강하면서도 연비는 리터당 11.9km로 오히려 뛰어나다. 변속장치는 6단 자동에 수동변속 기능까지 더해졌다. 국내중형세단도 4단 자동이 많은 것에 비하면 중소형차로는 대단한 사양이다. 골프의 디젤 엔진 모델인 골프 TDI(3570만원)도 고려해볼만하다. 최고출력은 휘발유 모델보다 10마력이 떨어지는 140마력이지만 토크가 3리터급 휘발유 엔진 수준인 32.6Kg·m에 달해 휘발유 모델 골프보다 치고 나가는 맛이 훨씬 강력하고 가속력도 뛰어나다.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일반적으로 주행해도 서울~부산 왕복이 가능한 수준이다. 골프의 품질, 성능, 디자인에 디젤의 경제성을 감안할 때 구매가치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최근에 골프의 2리터 휘발유 엔진에 터보를 장착하고 스포츠 성을 높인 GTI모델도 출시됐다. 가격은 3940만원으로 골프 모델 중 가장 비싸지만, 20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메이커 튜닝에 가까운 장비들을 감안할 때 달리기에 관심 있는 남자들이라면 눈여겨 볼만하다.



 푸조206CC 퀵실버   2950만원

 버튼만 누르면 16초 만에 머리 위의 금속지붕이 변신로봇처럼 접혀 트렁크 안쪽으로 사라져버린다. 퀵실버는 206의 전 세계 500만대 판매 돌파를 기념해 내놓은 특별 모델로, 1.6리터 110마력 엔진에 205/45 R16의 광폭타이어와 차체강성과 안전성을 높여주는 알루미늄 롤바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색상은 은색 한 가지만 제공된다. 상급인 클래식(3300만원) 롤랑가로(3410만원)는 모두 3000만원대로 넘어간다.

 푸조206SW   2950만원

 프랑스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국내에선 반응이 차갑다. 현대 클릭 왜건형 정도의 크기에 가격은 3배에 달하는 프랑스산 차에 끌릴 국내 소비자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푸조 특유의 경쾌한 핸들링에 프랑스산이 주는 독특한 패션 감각이 그만큼 타는 이에게 희소가치를 부여한다. 왜건형이라 뒤쪽에 짐 싣는 공간도 충분하다. 큰 차가 필요 없으면서도 남과는 다른 차 패션 감각이 살아있는 차를 원한다면 선택해볼만하다.



 크라이슬러 PT 크루저   2990만원

 1950~1960년대 미국 차의 느낌을 따온 레트로 디자인의 선구자적 모델이다. 나온 지가 꽤 되었지만 아직도 강남 일대 골목에서 자주 눈에 띈다. 크기는 작지만 미니밴의 왕국이었던 크라이슬러의 차답게 다양한 실내 공간배치가 가능해서, 생긴 것과 달리 실용성도 뛰어나다. 2.4리터 152마력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는데 동력성능이나 주행성능은 평범하다. 컨버터블 모델(3450만원)도 있다.



 { 3000만원대 수입차 }



 혼다 어코드 3.0   3940만원

 어코드는 1976년 미국에 첫 진출한 이래 도요타 캠리(Camry)와 함께 미국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6번 모델이 바뀌는 동안 전 세계에서 1400만대가 팔렸고, 지금도 캠리와 더불어 미국서만 연간 40여만 대씩 팔리는 초베스트셀러다.

 현행 모델은 2004년 새로 등장한 7세대 어코드로, 날카로운 눈매의 전조등과 각을 세워 치켜 올라간 뒤꽁무니, 대칭미를 살린 첨단 이미지의 대시보드가 신선하다. 공격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이 차를 작아보이게도 하지만, 실제로는 외형 실내 모두 중대형 차에 버금가는 당당한 몸집(길이×너비×높이 4830×1820×1455mm)에 앞·뒷좌석 다리공간도 넉넉하다.

 240마력을 뽑아내는 혼다의 3리터 엔진과 변속충격·동력손실을 최소화한 5단 자동변속기는 동급 최고수준의 매끈한 주행능력을 보여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초. 동급 국산차들이 10초 안쪽을 끊기 힘든 것을 감안할 때 대단한 성능이다. 과격한 운전만 피한다면 시내 주행 시에도 리터당 8~9km의 연비가 나온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공인연비 리터당 9.4km·1등급)

 승차감은 국산 동급세단보다는 단단하지만, 독일 세단보다는 많이 물렁하다.

 외제차에 기본처럼 돼있는 고광도(HID) 전조등이나 ESP(전자식 자세제어장치)도 빠져있다. 그러나 질감 좋은 가죽시트, 전면·측면·커튼 에어백,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와 TCS(구동력 제어를 통한 미끄러짐 방지장치), 앞좌석 파워시트 등을 구비하고 있어 기본기는 확실하다. 어코드 2.4에 장착된 직렬 4기통 2.4리터 i-브이텍 170마력짜리 엔진도 시내상황에서 쓰기엔 충분한 파워를 제공한다.



 포드 파이브헌드레드   3980만원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드가 중대형세단 시장을 되찾겠다며 내놓은 전략차종이다. 얼핏 보면 포드 중형세단 몬데오를 빼닮은 모습이지만, 길이×너비×높이가 5100×1895×1530mm에 달하는 거구다. 따로 놓고 보면 잘 모르지만, 주차장에 세워놓으면 옆의 쏘나타가 소형차처럼 보일 정도.

 실내는 연한 회갈색 톤의 플라스틱과 나무 무늬 패널로 싸여 있다. 운전자의 좌석 세팅을 기억하는 기능과 열선내장 가죽시트, 대형 선루프, MP3 기능, 6CD 체인저, 후방 주차센서 등, 있을만한 편의장비는 다 있고 컵홀더도 8개나 된다. 에어백도 6개가 기본이다.

 전륜구동 방식의 파이브헌드레드는 최고출력 206마력의 V6 2967cc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거대한 차체를 끌기에는 힘이 부족해보이지만, 고급차종에나 들어가는 6단 자동변속기를 쓴 게 강점이다. 출발이 약간 굼뜬 것을 제외하면 전 영역에서 꾸준히 가속되며, 시속 70~80km로 달릴 때의 정숙성은 꽤 뛰어나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한숨 쉬고 난 뒤 속도가 붙는데, 시속 170~180km까지는 어떻게든 올라가나 그 이상은 힘겹다.  일반적인 미국 세단의 물렁한 승차감과는 좀 다르다. 좋게 말하면 ‘노면 상태를 읽어내는 단단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차가 좀 튄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9.1km. 크기에 비해 작은 엔진을 얹은 것치고는 괜찮다.

 크기만 놓고 보면 현대 에쿠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이고, 천장이 높아 개방감도 뛰어나다. 물론 차가 크다고 내장·편의사양까지 고급차의 느낌인 것은 아니다. 내부디자인도 너무 단순하다. 그러나 파이브헌드레드의 국내 판매가격은 기아 오피러스 3.0(3791만~4574만원), 현대 에쿠스 3.5(4255만~5574만원), GM대우 스테이츠맨 2.8(3995만)과 비교해도 오히려 싸다.



 미니 쿠퍼   3390만원

 60년대 영국 미니카의 향수에 BMW가 손본 각종 전자·편의장비를 더한 이 차는 폴크스바겐 뉴 비틀과 함께 ‘클래식 카의 현대적 복원’에 멋지게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3000만원대 소형차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판매는 잘되는 편이다. 1.6리터 115마력짜리 엔진을 얹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10초정도 걸리며 최고시속도 185Km에 달한다.

 핸들링이 상당히 날카로워 그 작은 차체가 스티어링휠 꺾는 대로 매섭게 움직이며, 무단변속기인 CVT가 장착돼 있어 자동모드에서는 엔진회전수 상승 없이 속도만 꾸준히 올라간다.

 서스펜션이 꽤 단단한 데다 소형차인데도 타이어 안쪽 지름이 16인치(국산 중형차 사이즈)에 광폭이라, 급코너링이나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소형차 수준을 뛰어넘는다.

 차폭이 1688mm로 현대 클릭보다도 넓기 때문에, 작아 보이는 차체에 비해 실내 공간은 비좁지 않다. 앞쪽 두 명은 여유롭게 탈 수 있고, 뒤쪽에도 성인 두 명이 아쉬운 대로 탈 수 있는 공간은 나온다. CD플레이어 사운드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 블랙·메탈 킬러를 조화시킨 실내와 도어는 부분부분이 모던한 예술작품 보는 느낌. 스티어링휠 안쪽에 탁상시계처럼 생긴 속도계와 RPM게이지가 있고, 대시보드 중앙부 원통형 게이지 안에는 엔진온도계·오일압력계·연료게이지 등이 모여 있다. 뒤쪽 짐칸은 상당히 작아서 큰 배낭 한 개 넣으면 끝이다.

 미니 쿠퍼보다 상급 모델인 쿠퍼 S는 3890만원. 최고출력이 170마력에 달하며 6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가 가속감이 더 뛰어나다. 미니 쿠퍼 아래 급으로 가장 저렴한 미니 원은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다.



 폭스바겐 파사트 2.0 FSI  컴포트   3840만원

 작년 10월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거듭났다. 구형보다 커지고 디자인도 예전의 아우디를 닮은 스타일에서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쪽에 더 가까워졌다. 실내를 잘 살펴보면 갖가지 편의장비들이 대형고급세단 부럽지 않을 정도다. 요즘 수입 고급차들 사이에서 유행인 키를 꽂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중형세단급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인 전동식 사이드브레이크와 뒷유리창 전동식차양까지 집어넣었다. 골프에 들어가는 2리터 150마력짜리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얹어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동력성능을 보여준다.

 다만 예전의 파사트가 갖고 있던 단단한 이미지, 저렴하게 타는 아우디의 맛은 많이 사라졌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의 수준은 국산 중형세단보다도 약간 시끄러운 수준이고, 승차감 역시 독일 세단 특유의 진중함보다는 약간 들뜬 느낌. 가속페달의 감각도 가볍고 신경질적이다. 파사트가 본격 독일 세단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싼 입장권이긴 하지만 역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셈이다.



 푸조 307   3300만원

 307은 2002년 유럽에서 ‘카 오브 더 이어’에 올랐을 만큼 디자인부터 실제적인 쓰임새에 이르기까지 나무랄 데 없다.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커 보이지 않지만 실내 공간은 웬만한 중형차 부럽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며, 실내 여기저기에 아기자기한 수납공간도 많이 마련돼 있다. 펜더(타이어를 덮고 있는, 보닛 옆 부분)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경량화, 재활용 비용절감 등을 꾀했다.

 2.0리터 직렬 4기통 DOHC 138마력짜리 엔진에 4단 자동트랜스미션의 동력성능도 더도 덜도 아닌 적당한 수준의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 원래 프랑스 차들은 차체에 비해 약간 모자란다 싶은 엔진을 얹어 힘껏 일을 시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되는데, 307의 경우 예외가 아니다.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은 일상적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용성과 멋진 디자인에 푸조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 감각을 결합했다는 데 있다. 푸조의 핸들링은 일본말로 ‘네코아시(고양이 발놀림)’라고 해서 자동차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평론가들도 알아줄 정도다.

 와인딩로드를 아무리 과격하게 공략해도 전륜구동형 차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라인을 깨끗하게 읽어나가는 능력이 발군이다. 실생활용의 작은 차를 원하면서도 달리기성능을 중시하는 이라면 골프와 더불어 긍정적으로 고려해볼만한 차종이다.



 사브 9-3 리니어   3990만원

 원래 사브 비겐 등의 제트전투기로 유명했던 사브는 개성 있는 자동차 만들기로 명성이 높다. 150마력짜리 4기통 2리터 터보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9-3은 전통적인 사브 해치백 스타일을 버리고, 날렵한 세단 모습으로 바뀌었다. 크기나 성능 면에서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 급과 경쟁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전륜구동방식이지만 과격한 코너링에서도 무척이나 매서운 핸들링을 보여준다. BMW 320i정도의 코너링과 비교했을 때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서스펜션만 놓고 보면 3시리즈보다도 오히려 더 단단한 느낌으로, 노면 상태가 안 좋은 도로를 달릴 때는 잔 진동이 많이 올라오는 편이다.



 지프 랭글러 사하라   3490만원

 지프의 오랜 명성이 증명하는 정통 험로주행용 차량이다. 175마력짜리 직렬 6기통 4리터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를 넣었다. 최근 SUV의 경향이 도심생활에 맞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인데 비해, 랭글러 사하라는 2차 대전 때 미군용 차량의 스타일을 보는 듯 한 고전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매력을 잘 간직하고 있다. 주말에 험로를 달리며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이라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릴만한 차도 없을 듯하다. 가격은 예상보다 비싸지 않으나, 배기량이 커서 세금부담이 많고 연비나 내구성 등에서 다소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다.



 볼보 S40 2.4i   3580만원

 볼보의 중소형세단으로 170마력짜리 2.4리터 직렬 5기통엔진을 달았다.

 볼보의 가장 아래 급에 해당하는 차로, 볼보 대형세단 S80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볼보 패밀리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기존의 다소 고집스런 볼보 성격에 구애받는 이라면 마음에 안들 수 있지만, 단단하면서도 짜임새 있어 보이는 외형이 일단 독일 세단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아 보인다.

 인테리어는 북구의 고급오디오 디자인을 보는 듯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다. 대시보드의 플라스틱 내장은 까실까실한 질감이 새롭지만, 소재 자체가 독일 고급차에 비해서는 좀 떨어진다. 안전장비는 볼보의 기본기 그대로다. 전자식 자세제어장치는 물론이고, 볼보 차만의 측면보호 시스템, 경추보호 시스템 등 고급차에 들어가는 것과 별 차이 없는 풍부한 안전장비가 장점이다. 특히 보행자 충돌 시 보행자 충격을 차체가 흡수하도록 하는 설계의 대목에서는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그 마음 씀씀이와 철학이 훌륭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푸조 407 2.0   3900만원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 디자인이나 앞모습 옆모습이 마치 프랑스 패션상품을 보는듯한 멋지다. 138마력짜리 2리터 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코너링 등의 경우 차체가 크다보니 307 정도의 매서운 핸들링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스포티한 중형패밀리세단의 성격을 지녔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여유로운 실내 공간도 매력. 뒷모습에서는 푸조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 별로 맘에 안 든다. 프랑스산 중형세단을 3000만원대에 탈 수 있다는 데 만족해야 할 듯. 그러나 전체적인 상품성은 국산 중형세단의 2배 가격을 주고 살만한지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폭스바겐 뉴 비틀 2.0 디럭스  3170만원

 뉴 비틀이 등장한지도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도심의 거리에서 뉴 비틀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뉴 비틀의 디자인은 ‘디자인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구형 골프에 들어가던 115마력짜리 2리터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의 동력성능은 국산차 수준과 비교해도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며, 잔고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여전히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는 차다. 천으로 된 지붕이 뒤로 접히는 카브리올레(3785만원)도 있다.



 포드 이스케이프 2.3XLT   3240만원

 소형SUV라고 하지만 겉모습이 그리 왜소해 보이지도 않고 실내 공간도 꽤 넓다. 단정한 겉모습은 쉽게 질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미국 차 특유의 묵직하게 달리는 맛도 사람에 따라서는 좋게 느껴질 수도 있다. 2.3리터 155마력 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과거만은 못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현대의 투싼이나 싼타페, 혼다의 CR-V와 경쟁하기에는 전체적인 상품성이 다소 뒤지는 느낌이다.



 푸조 206RC  3400만원

 푸조의 소형차에 180마력짜리 2리터 엔진에 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그야말로 ‘핫 해치’(달리기 성능을 강조한 소형 해치백)다.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7초대의 가속성능을 지녔으며 버킷시트와 자체 튜닝 서스펜션 등을 바탕으로 푸조 특유의 경쾌하고 날카로운 코너링 실력을 극대화했다. 현대 클릭 정도의 차체에 추구하는 성격은 BMW M3인 셈이다. 운전 재미를 느끼기엔 더없이 최적인 차이지만, 작은 차체에 3000만원대라는 가격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일지는 의문이다.



 크라이슬러 세브링    3590만원

 현대 쏘나타 정도의 크기를 지닌 전형적인 미국 중형세단. 부드러운 승차감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이 매력이다. 203마력짜리 V6 2.7리터 엔진을 얹었다. 그러나 미국 세단 시장에서 이미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 현대 쏘나타 등에 밀려 빛을 잃고 있는 모델. 세단 형보다는 좀 더 특징 있는 컨버터블(3990만원) 모델이 나을 듯하다. 3000만원대이면서 4명이 탈 수 있고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 고려해볼만하다.



 포드 머스탱 쿠페     3800만원

 포드 전통의 스포티카 머스탱의 현행 모델이다. 크라이슬러 PT크루저처럼 복고풍의 디자인을 잘 살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미국 스포티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213마력짜리 V6 4리터 엔진을 얹어 여유로운 달리기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