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내 인생의 최고 절정기에요. 젊음을 즐기는 지금, 내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지금,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사는 지금이 제가 행복한 이유죠.” 성신여대 수정관 로비에서 만난 한씨는 스스로 ‘노처녀’가 아닌 ‘화려한 싱글’임을 강조한다. 한씨는 요즘 서울 소재 대학 4곳에 출강을 나가고 있다. 그때마다 한씨는 항상 ‘애마’(愛馬)인 스포츠카를 이용한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한번 몰아보고 싶었어요. 차를 바꾼 뒤로, 전보다 운전이 거칠어지긴 했지만, 차를 몰고 이동할 때만큼은 기분이 좋더라고요.”

 한씨는 결혼을 애써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오랫동안 혼자 생활해 온 것에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싱글을 즐긴다고 한다. 물론 집에서는 ‘왜 결혼을 안 하느냐’고 성화란다.

 한씨가 대학 강단에 오른 지는 4년이 됐다. 복학생들과는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수업시간 이후로 누나나 언니처럼 지낸다고 한다. “술을 살 테니, 오고 싶은 사람은 와도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많아야 10명이겠지 했는데, 약 20여명 정도가 왔더라고요. 종종 그런 자리를 만드는데 학생들과 공감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해요.” 한씨의 싱글 라이프를 더욱 즐겁게 하는 이들이 있다. 일명 싱글 ‘3형제’다. 1999년 인터넷 포털사이트 ‘스키·보드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로 알고 지낸지는 7년 정도 됐지만, 형제처럼 격 없이 지낸지는 이제 3년이 됐다. “거의 매일 만나 밥을 먹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해요. 이미 제 생활의 일부가 됐죠. 생각날 때마다 만나서 서로의 인생설계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눕니다.” 한씨와 삼형제.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싱글이라는 것 외에 모두 경제 및 금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로 재테크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은 호텔 방을 잡아 놓고 주식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였는가 하면, 주식작전 모의(?)까지 하기도 했단다. 물론 실행에 옮기지 않았지만.  기자가 ‘3형제’를 염두에 두고 “남자가 세 명이나 있는데 왜 아직도 싱글이냐”고 짓궂게 캐물었다. “주변에서 많이들 그렇게 물어요. 하지만 우리는 남매끼리 근친상간하면 안 된다고 웃으며 얘기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