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8일,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뮤지컬 <찰리브라운>의 주인공 김태균씨(33)를 만났다. 공연 40분 전, 분장실에 들어서자 배우들은 공연을 위한 막바지 준비로 분주했다.

원시원한 목소리와 거침없는 재치로 첫 만남의 어색함을 한순간에 허물어 버렸던 김태균씨. 그는 코미디언 김태균이라는 이름이 아닌 배우 김태균으로 앞으로 3개월간 무대에 오른다. 특유의 재치와 위트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코미디언이지만, 무대에 오를 땐 그가 가진 끼와 재치를 연기에 담는다. 함께하는 배우들과 어우러지기 위해서다.

“제가 김태균이 아니라 찰리브라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이 있었어요. 배우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느꼈는데요, 그 순간에 느꼈던 희열은 그간 해왔던 컬트 쇼, 라이브 공연과는 다르더군요.”

그가 맡은 찰리브라운은 어수룩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약간 모자란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와 자신을 비교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찰리브라운의 착하고 친절한 성격은 비슷하지만,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면은 저와는 아주 달라요”라 한다. 오히려 무엇을 하더라도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성격이란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김태균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번 뮤지컬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면서 말이다.

한 달 반 동안 준비해온 공연, 하루에 7~8시간씩 연습했다. 공연 연습하랴, 컬트 쇼 진행하랴, 여간 바쁜 몸이 아니지만 공연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첫 공연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스누피(Snoopy)로 더욱 친숙한 찰스 슐츠의 단편만화를 뮤지컬로 만들어낸 <찰리브라운>. 이 공연은 지극히 평범한 하루하루를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서 만든 상황 코미디극이다. 우리네 일상을 보여주듯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독특한 대사로 풀어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실수투성이에 어수룩하고 소심한 찰리브라운, 여왕이 되고픈 왈가닥 루시와 다이너마이트 같은 샐리, 똑똑하지만 늘 환상 속에서 사는 스누피, 철학적인 말로 어른 흉내를 내지만 늘 안심담요를 끼고 사는 철학자 라이너스, 베토벤 신봉자 쉬로우더를 맡은 여섯 배우의 연기 모두 일품이다. 그리고 어느 오케스트라의 연주에도 뒤지지 않을 법한 실감나는 연주를 들려주는 라이브밴드의 실력도 배우들의 연기만큼이나 돋보인다. 

“이 공연의 특징은 무대에 오르는 6명의 캐릭터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관객들도 공연을 보다보면 공감하는 캐릭터 하나쯤은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원작 만화가 가졌던 핵심 요소들을 그대로 담고 있어 유쾌하고 즐거운 느낌을 담아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어른들 세계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동시, <찰리브라운>은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문의 02-3448-4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