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베인&컴퍼니 대표의 경영서를 통해 본 현장 경영 컨설팅



 
번에 소개하려는 책은 미국 MIT대 경영과학 교수 출신인 마이클 트레이시가 쓴 <마켓 리더의 전략(The discipline of market leaders)>이다. 이 책은 출판된 지 10년이 넘은 데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지만, 미국에선 기업 경영 ‘전략’에 관한 책 가운데 내용이나 표현에 있어서 최고로 인정받는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이 책이 출판된 1995년은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막 벗어나 새로운 성장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던 때다. 기업의 차별화된 전략과 성장에 대해 고민하던 당시 CEO들에게 이 책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 경영의 가장 큰 화두가 리엔지니어링이었다면, 이 책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기업 전략이 재조명을 받게 된다.

 저자는 먼저 개인이나 기업이나 할 것 없이 소위 전문가라고 한다면 남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특정 분야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모든 분야를 평균 정도로 두루두루 잘하는 ‘전문가적 일반인(Professional Generalist)’은 없다는 것이다. 의사나 변호사나 운동선수, 연예인 모두 각자 자기 분야를 더 심도 있게 연구하고 그 분야에서 일반인이 따라올 수 없도록 두각을 나타내야만 전문가가 된다. 이들이 전문가인 이유는 재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일반인들과 차별화된 특정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했기 때문이다.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가진 전문가라면 더 이상 전문가가 아니다.

 저자는 기업 전략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누구나 모방할 수 있는 기업 전략은 전문적인 전략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일반 ’회사와 차별화된 ‘전문가’ 회사가 되고, 궁극적으로 마켓 리더가 되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까.

 그는 기업이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두드러지기 위해 갖춰야 할 전략적 원칙은 크게 세 가지 범주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마켓 리더가 되기 위해선 적어도 이 중 한 가지만이라도 경쟁사보다 탁월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세 가지 전략적 차별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원가경쟁력·상품리더·고객밀착’에 중점

 첫번째 차별화 전략은 원가 경쟁력이다. 단순히 말해 원가 경쟁력이 확고한 기업은 나머지 전략에서 보통 정도의 성과만 있어도 크게 성공할 수 있다. 저자는 원가 경쟁력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 원칙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회사들은 많지만 저자가 보기에는 철저하게 운영 효율성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운영 효율성이란 경영 인프라의 모든 측면에서 조직 및 비용의 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영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하면서 막상 광고나 직원 채용에 추가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는 운영 효율성 차별화 전략에 위배되는 것이다. 일단 운영 효율성을 높여 원가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 섰다면 기업의 모든 의사 결정은 이에 맞춰져야 하며 효율성 개선에 조직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

 좋은 예가 AT&T사다. AT&T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이 회사만큼 낮은 비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배달할 수 있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AT&T는 경쟁사에 비해 기술 역량도 별로 뛰어나지 않은 데다 회사 직원의 지적 수준도 높지 않지만, 뛰어난 비용 효율성이란 경쟁력을 갖춰 마켓 리더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AT&T가 운영 효율성의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그 전까지는 통신업계의 강자로 군림했다.

 두번째 차별화 전략은 ‘상품 리더(Product Leader)’가 되는 것이다. 상품 리더 기업들은 상품 차별화에 사활을 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가차 없이 더 나은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이런 지속적인 제품 혁신 노력을 통해 이들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간다.

 그런데 첫번째 원가 경쟁력 전략과 마찬가지로 상품 경쟁력 전략을 구사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도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직이나 프로세스, 인센티브 등이 회사 전략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상품 리더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상품 개발이 최우선이 되도록 조직의 핵심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야 한다.

 인텔이 좋은 사례다. 인텔은 기업 이익을 최대한 창출하는 동시에 고객들도 최신 제품을 쓴다는 느낌을 받도록 신상품 출시 속도를 적절히 잘 조정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상품 리더 전략으로 승부하는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잘 조직화된 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으며, 자신들의 상품 전략을 가장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 중 하나다.

 세번째 차별화 전략은 고객과 관련된 것이다. 저자는 이를 ‘고객 밀착(Customer Intimacy)’ 전략이라고 명명한다. 이는 고객들의 필요를 정확히 이해할 뿐 아니라 향후 변동을 잘 예측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것이다.

 고객 전략에 집중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은 무수히 많다. 이들은 고객 만족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한편,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은 이런 일반적 수준의 고객 만족이 아니다. 그는 고객 만족에서 한 발 더 나가 ‘고객 밀착’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고객 밀착’의 개념이 한국말로는, ‘고객 감동’이나 ‘고객 졸도’ 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객이 졸도할 정도로 고객에게 만족을 주어 개별 고객에서 발생하는 사업 기회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잘 구사하는 회사로는 에어본 익스프레스가 꼽힌다.



 세가지 전략 중 하나에만 집중해야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기업 전략을 얘기하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이 세 가지 범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몇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세 가지 전략 모두를 탁월하게 수행하는 회사는 없다. 책의 저자도 그렇게 말할 뿐 아니라 필자 역시 20년간 다국적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하면서 같은 결론을 얻었다.

 둘째, 의도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세 가지 전략을 모두 추구하다가는 결국 실패할 것이다. 이는 전문 분야가 없는 전문가를 지향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그렇게 해선 차별화가 불가능하고 직원·공급자 및 고객들에게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셋째, 셋 중 한 가지 전략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적어도 일정 기간 이상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전략적 성과를 이미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경로를 모색한다. 하지만 일관된 제반 프로세스가 기업 문화의 일부로 내재화되도록 충분히 반복해서 실행되기 전까지 그것은 확고히 차별화된 전문 분야가 아니다.

 넷째, 선택된 전략을 제대로 추구하고 뒷받침하려면 조직, 프로세스, 인력 개발 및 기타 관련 경영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기업 전략이 조직의 곳곳에 스며들어야 하며, 조직원은 이를 실천해야 한다. 이는 머리로 하는 전략 학습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 방식이나 행동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독자들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현재 개인적으로나 회사 전체로 여러분은 어떤 전략적 원칙을 추구하고 있는가, 또 전략을 선택했다면 그것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실천하고 있는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현재와 미래, 그리고 여러분 개인과 기업의 전문성 여부 및 값어치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