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문화가 일상 속에 자리 잡으면서 독특한 분위기와 맛을 가진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특급호텔 식당이 음식 트렌드의 최신 유행을 알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특급호텔의 특급 요리를 맛보러 가보자.
 워커힐 호텔 한식당 ‘온달’은 한국의 특급호텔 중에서 정통 한식을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신라호텔을 위시한 국내 특급호텔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속속 한식당을 없애거나 규모를 줄이는 추세 속에서 워커힐의 ‘온달’은 정통 한식의 명맥을 꿋꿋하게 잇고 있는 것.

 “정통 궁중 요리를 비롯해 한식의 명예가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다른 호텔에서 한식 부문이 정리되고 있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 전통 음식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요.”

 ‘온달’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박영희(48) 부조리장은 꼼꼼하고 완벽을 기하는 자세로 호텔 주방책임자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남성이 대부분인 조리업계에서 그녀는 실력 하나로 특급호텔 총책임자가 되었다. 그녀는 이 같은 실력을 바탕으로 7월 중순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한국주간 행사’의 요리를 맡아 갈비찜, 구절판, 신선로 등의 한국 정통 요리를 이탈리아인에게 선보이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온달’ 요리의 핵심은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리법의 뿌리는 궁중 요리법에 두고 있어요. 그러나 궁중 요리에만 국한하지 않고 김치찌개, 해물전골, 생선매운탕과 같은 대중적인 음식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맛의 원칙은 고수하되, 메뉴의 다양화를 통해 고객의 취향에 최대한 맞추는 것이 ‘온달’의 기본 정책. ‘무(無)화학조미료 원칙’의 배경에는 최태원 회장의 ‘독특한 체질’도 단단히 한 몫 했다. 최 회장은 한 달에 여섯 번은 찾을 정도로 ‘온달 마니아.’ 문제는 최 회장이 화학조미료가 첨가된 음식을 먹으면 바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체질이었던 것. 결국 최태원 회장도 ‘온달’의 무화학조미료 원칙에 한 몫 단단히 한 셈이다.

 재계의 ‘온달 마니아’ 인사로는 SKC 최신원 회장도 빠지지 않는다. 요즘도 자주 찾아 우럭매운탕과 김치찌개를 즐긴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도 ‘온달’의 단골로 김치찌개와 갈비찜을 즐겼고, 대를 이어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도 ‘온달’을 즐겨 찾는다.

 ‘온달’은 무더운 여름철인 6월부터 8월까지 보양식으로 고객의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는다. 올 여름엔 특히 삼계탕, 장어요리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 보양식에다 ‘해신탕(海身湯)’이라는 새로운 보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해신탕은 몸에 좋다고 소문난 세발낙지와 전복, 영계를 주재료로 인삼, 대추와 황기, 녹두, 찹쌀을 넣어 만든 스태미너 식품. 한 그릇에 바다와 육지의 진미와 영양을 두루 맛볼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었다. 박영희 부조리장은 ‘영양과 맛의 균형을 모두 고려해 준비했다’고 귀띔.

 “낙지와 전복을 넣어 일반 삼계탕보다 시원한 맛을 살렸습니다. 여기에 녹두와 누룽지는 구수한 맛을 더합니다. 영양학적 측면에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쉽게 피로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에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보양식이죠.”

 식당측은 여기에 진달래꽃으로 담근 전통주인 충남 면천의 ‘두견주’를 내고 있다. 해신탕에 딸려 나오는 반찬으로는 깍두기, 포기김치, 호박조림, 새우조림이 있다. 이것저것 집어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대신 넉넉한 돌솥에 담겨 나오는 해신탕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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