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자락 한 골목에 평범한 집들 사이에서 자신의 외모를 뽐내 듯 당당하게 서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노출 콘크리트 위에 철제 옷을 입힌 독특한 외관과, 외관보다 더욱 마음을 사로잡는 내부까지…. 강태진(46) 대표 집의 매력에 빠져보자.

 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개척자인 한글과 컴퓨터사의 부사장. 그리고 한컴 글로벌 오피스 프로그램인 씽크프리 대표. 강태진 대표의 명함은 두 가지다. 명함만으로 봐서 왠지 개성 있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그는 감각적이다. 무엇보다 멋스런 수염이 인상적이다.

 그의 집 ‘조린헌’은 외국 건축 서적 또는 인테리어 잡지에서나 봤을 법한, 이국적인 분위기의 영화를 찍기 위한 세트장 같다. ‘마을에 빛을 비추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조린헌은 총 5개의 원룸 스타일 유니트로 되어 있는 건축물이다. 이곳의 맨 꼭대기 층에서 강태진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집 안으로 들어서자 동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유리 벽면,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벽과 바닥, 빨간색 철제 구조물의 독특함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안에는 생활하기 편리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심플한 빌트인 주방, 절제된 인테리어 감각이 녹아 있는 거실, 붉은 철제 구조물과 내추럴 패브릭이 둘러있는 침실, 혼자만의 공간으로 충분한 오픈 서재…. 유리로 마감한 벽면 탓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강대표의 말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곳저곳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고 욕심이 생기는 곳이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인 미니멀한 이 공간은 강태진 대표가 직접 구상한 것이라고.

 외국에서 살다 10년 전 귀국한 강태진 대표는 혜화동의 어느 한옥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곳에 조린헌을 지었다. 집을 짓고자 마음먹는 후 외국 출장 갈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모아 온 건축 인테리어 책을 바탕으로 건축가와 상의 끝에 직접 디자인해서 2004년 조린헌이 완성되었다.

 조린헌은 싱글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공간이다. 생활에 필요한 가구 하나 살 필요 없을 정도로 빌트인 된 멀티 공간이며, 그 공간의 독특함은 외국 영화나 인테리어 화보에서나 보았을 법하여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지금 조린헌의 나머지 유니트에는 외국인 건축가, 영화배우, 소설가 등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싱글들이 살고 있다. 조린헌에 한번 들어오면 그보다 나은 다른 곳을 찾기 전까지는 이사 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대신 서로의 집을 바꾸어가며 살자고 한다고.

 두 아이들과 아내가 외국에서 생활하는 탓에 기러기 아빠가 된 강태진 대표 또한 싱글의 삶을 이 집에서 만끽하는 듯했다. 잦은 해외 출장과 바쁜 일과 속에 집에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지만, 주말이면 집에서 DVD 영화를 즐기고,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청소며 빨래 등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조린헌은 만약 당신이 싱글이라면 탐내지 않을 수 없는 편리함과 멋스러움, 그리고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