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문명의 역사를 몸에 지닌 중국인은 끊임없이 자기 언어를 연마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독특한 문화가 파생되었고, 표의문자인 한자(漢字)를 이용한 독특한 중국의 유머를 탄생시켰다.

  서양인들은 종종 중국 사람들이 유머 감각이 없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차이가 있다면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다. 서양인들의 유머는 어떤 상황을 비유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고, 중국인들은 직접적인 단어로 표현하되 표의문자의 특성을 잘 살린 유머를 하는 편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단 어를 들어도 그 의미를 생각해 보지 않으면 이해가 어렵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스캔들이 폭로되면서 미국에서는 이런 유머가 유행했다. 어떤 사람이 죽고 나서 천사의 안내를 받아 천국에 갔는데, 천국 입구에 시계가 많이 있었다. 그 중 어떤 시계는 빨리 가고, 어떤 시계는 느리게 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이상하게 여겨 왜 그런지를 물었다. 이 질문을 들은 천사는 이 시계들이 각각 한 사람의 품행을 나타내는데, 바람기가 있으면 시계가 좀더 빨리 가고 품행이 바르면 시계가 느리게 간다고 대답했다. 그 사람은 클린턴의 시계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가 더욱더 궁금해 그 시계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천사의 대답에 그 사람은 쓰러지고 말았다.

  “하느님은 클린턴의 시계를 선풍기로 쓰고 있답니다.”

  이렇게 상황을 비유해서 나타내는 서양의 유머는 외국어로 번역해도 이해하기가 쉽다. 이에 비해 중국의 유머는 한자를 모르는 서양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중국 어느 마을의 한 관리가 술과 재물을 좋아하고 일은 등한시한 채 백성들을 못살게 굴었는데, 부정한 방법으로 오히려 더 높은 벼슬에 오르게 되었다. 이때 그 고을 백성들이 공로패를 준비하였다. 공로패에는 ‘오대천지(五大天地)’라고 씌어져 있었다. 그 관리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한 사람이 “당신이 오자마자 재물만 밝히니까 이것은 금천은지(金天銀地)이고, 여자와 술로 세월을 보냈으니까 이것은 화천주지(花天酒地)이고, 온 세상을 어둡게 했으니까 이것은 혼천암지(昏天暗地)이고, 백성들이 하늘과 땅을 치며 원망하게 만들었으니까 이것은 한천원지(恨天怨地)이며, 드디어 떠나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하늘 땅 감사합니다’ 해서 사천사지(天地)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좀더 현대적인 예를 들어보면,

  A: 넌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요.

  A: 무슨 대학에 다녀?

  B: 찌아리뚠대학에 다녀요.



클린턴을 ‘꺼린뚠’이라고 발음하고, 워싱턴을 ‘화썽뚠’으로 발음하는 중국인들이 듣기에는 찌아리뚠대학이라는 단어는 얼핏 들으면 외국 명문 대학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찌아리뚠이란 단어는 ‘가리준(家里)’으로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유머를 중국 사람이 들으면 곧바로 웃음이 터지지만 외국어로 번역하면 그 재미가 사라진다. 따라서 중국인들의 유머를 이해하려면 상당한 중국어 실력이 필요하다.



  한번은 서예가(書法家:‘슈파찌아’라고 읽는다)가 친구와 마작을 하는데, 그 친구가 번번이 지자 한마디를 던졌다. “야, 너도 슈파찌아(輸法家:번번이 지는 사람)인 줄 몰랐다.” 이 말을 들은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한바탕 웃었다.

 중국의 유머는 이런 비슷한 음을 내는 한자를 활용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가진 단어를 많이 활용한다. 예컨대 ‘공처가(妻管嚴:치관얜)’와 ‘기관지염(氣管炎:치관얜)’, ‘앞을 본다(向前看:씨앙치앤칸)’와 ‘돈을 보다(向錢看:씨앙치앤칸)’, ‘염치없다(無恥:우츠)’와 ‘이빨이 없다(無齒:우츠)’ 등은 같은 발음을 가진 말로 주로 유머의 소재로 사용된다.

  중국의 유머는 어렵지만 생각해 볼수록 재미가 있고 깊이까지 느껴진다. 말을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이 상성(相聲, 중국의 만담)을 즐기고 있고, 지금도 계속 언어의 유희를 향유하고 있다.